쾰른 도착

오늘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쾰른으로 도착했다. ICE 고속 철도를 타고 움직였는데 역시 매번이 역경이었다.

미리 한국에서 유레일 패스를 끊어놔서 독일 기차 티켓 사는 것은 문제는 없었는데 막상 역에 오니 우리가 예약한 열차가 없었다. 일단 여기에서 1차 멘붕.

짧은 영어로 DB(독일 철도인듯) 인포에 물어보니 같은 시간에 출발하는 다른 열차를 타라는 안내를 받았다. 이게 말이 되나? 일단 안내 받은 플랫폼에 가보니 출발 시간이 다 되어도 기차가 안온다. 여기에서 2차 멘붕.

알고보니 유레일 앱에서 예약하는건 열차 현황이 실시간 동기화가 되지 않아서(일주일에 한번 업데이트한다고.) 열차가 바뀐게 업데이트가 안된거였다. 게다가 우리가 타려는 열차는 10분이나 지연되었다. 독일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라고 들었는게 재수가 없었는지..=_=

플랫폼에서 기다리다보니 열차가 왔는데 뭔가 다르다. 사람들도 안타고.. 일단 타긴했는데 뭔가 느낌이.. 쌔해서 다시 내렸다. 내려서 보니 캐리어를 든 사람들이 뛰고 있고.. 여기에서 3차 멘붕.

알고보니 그 사이에 플랫폼이 바뀐거였다. 방송으로 이야기 해줬겠지만 독일어였을테니 알아 들었을리는 만무하고. -_- 어쨌든 사람들 따라 뛰어서 일단 탑승.

기차에 탔는데 자리마다 “ggf. reserviert” 라는 램프가 들어와있었다. 번역해보니 예약된 자리?라는 뜻. 예약은 선택이라고 들었는데 그게 아닌가? 근데 모든 자리에 저 글이 써져있다면 그러면 모든 자리는 예약이 된건가..?! 여기에서 4차 멘붕.

결국 레딧에서 관련 글을 검색하고 나서야 “ggf. reserviert”의 뜻을 알았다. 저건 예약이 되었을 수도 있다. 라는 뜻이고 모든 자리에 저 문구가 있다면 기차가 예약 시스템과 통신하는데 실패한거라 아무데나 앉으면 된다고 한다. 불행히도 이런 일이 꽤 있다고.

쾰른에 도착한 후, 숙소를 가려고보니 쾰른 중앙역이 아니었다. 원래 숙소를 쾰른 중앙역 근처에 잡았는데 다른 역이었던 것(…) 여기에서 5차 멘붕. 결국 캐리어를 끌고 30분 정도 걸어서 중앙역으로 향했다.

독일에서 기차타는게 아무리 처음이라고 해도 열차 변경 + 출발 지연 + 플랫폼 변경 + 예약 시스템 실패 + 도착역 다름 5단 콤보를 두드려 맞고 나니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쾰른에서 일정을 지금 안하면 기회가 없기 때문에.. 멘붕인 상태로 관광을 시작했다.

처음 도착한 곳은 쾰른 대성당. 쾰른에 온 이유는 이거 하나 때문이었다. 직접 보니 앞의 5차 멘붕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한번에 담을 방법이 없어서 초광각으로 왜곡..

쾰른 대성당은 전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성당으로 크기가 정말 압도적이다. 파리에서 복구 중인 노틀담 대성당도 보고 왔지만 규모면에서는 쾰른 대성당이 훨씬 크다.

파리와 달리 성당 내부에는 별도의 짐 수색 없이 무료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렇게 큰 성당에 층이나 나눠진 방 하나 없이 모든 공간이 열려있다보니 웅장함에 압도 당해 믿지 않는 종교임에도 홀리한 기운이 전해졌다.

쾰른 대성당에서 가장 유명한 동방박사의 유물함도 보고, 웨스트민스터에서 그랬던 것처럼 5차 멘붕 + 이미 1만 걸음을 걸은 피로를 성당에 앉아서 좀 풀 수 있었다. 아마 모르는 사람들이 봤으면 독실한 신자인줄 알았을 것.

오늘 일정의 마지막은 초콜릿 박물관. 스위스의 초콜릿 회사 린트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이다.

초콜릿의 역사부터 초콜릿을 제조하는 공정, 초콜릿을 이용해 다양한 모양의 작품을 만드는 스튜디오까지 관람할 수 있는 곳이고, 실제로 이 박물관에서 초콜릿도 만들고 있다.

약간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상상하면서 갔는데 기대보다는 좀 그랬다. 비수기인데다 늦게 가서 그런지 초콜릿 공정을 운영하지 않고 있어서 초콜릿이 만들어지는걸 실제로 볼 수 없었다.(내 입장료 내놔라)

하지만 코스 중간중간에 초콜릿을 꽤 주고, 위와 같이 초콜릿 분수에서는 과자를 갓 나온 초콜릿에 찍어서 주기도 한다.

나름대로 괜찮은 경험이었지만, 성수기인 여름에 좀 더 일찍 방문하는걸 추천한다.

오늘 저녁은 더이상 유럽 음식을 먹기 싫은 내 속으로 인해 숙소 근처의 쌀국수. 주인분이 베트남 사람이라 영어도 안통하고 애를 먹었지만 맛은 괜찮았다.

이렇게해서 쾰른 여행도 속성으로 마무리. 내일은 이번 독일 여행을 온 이유인 하멜른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