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스텀 키보드 세상에서 펜타그래프를 쓴다는 것

요즘은 커스텀 키보드가 대중적인 취미 반열에 올라온 것 같습니다. 작년만해도 약간 마니아 층의 전유물 같은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편집샵도 생기고 커스텀 키보드가 인스타그램에도 진출하는거 보면 확실히 악세서리로서 대중적인 취미의 반열에 올라온 것 같습니다.

저도 IT 업계에서 일하고 있고 저녁에는 블로그 포스팅을 취미로 하다보니 거의 하루종일 키보드를 잡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장치는 아이폰도, 아이패드도 아닌 키보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키보드에만큼은 아끼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제가 주로 쓰는 키보드는 기계식 키보드가 아니라 모두 펜타그래프 방식의 키보드입니다. 가위식 키보드라고도 말하는 노트북에 달려있는 그 키보드죠. 기계식의 손 맛은 저도 인정하지만 제 취향은 펜타그래프의 찰떡 같은 쫀쫀한 느낌이랄까요.

펜타그래프는 가위식 스위치를 특징으로 하는 키보드의 통칭입니다. 키보드에서 가장 흔한 멤브레인 방식이라고도 하지만 좀 더 얇은게 특징입니다. 주로 노트북에 탑재되죠.

펜타그래프의 장점은 두께를 얇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맥북이나 아이패드에서도 “매직키보드”라는 모델명으로 탑재되고 있고, 많은 노트북 제조사들도 내장 키보드는 모두 펜타그래프 방식을 사용합니다.

단점은 키 트래블이 짧고 반발력이 약하다는 건데, 이래서 누르는 손 맛이 없어서 기계식 키보드를 선호하시는 분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키보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 회사 동료들도 제가 굳이 비싼 돈 들여서 펜타그래프 방식의 키보드를 사는걸 보면 이해를 잘 못합니다. 보통 기계식 아니면 무접점 키보드가 대세거든요.

제가 주로 쓰는 키보드는 맥북과 아이패드의 매직키보드지만, 대부분 일할 때 쓰는 키보드는 로지텍의 K860 인체공학 키보드입니다. 그 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스컬프트 어고노믹 인체공학 키보드를 썼었습니다. 기계식 키보드에 비하면 비싸다고 보긴 어려운 키보드지만 그래도 비싼편인 키보드들이죠.

제가 펜타그래프 키보드에서 좋아하는 부분은 일단 쫀득한 키감입니다. 이 키감은 마소 스컬프트 어고노믹이나 씽크패드 키보드가 특징적이죠. 그에 비하면 맥북의 매직키보드는 좀 뚝뚝한 느낌이라 아쉽습니다. 요즘은 독립형 키보드에서 이런 느낌을 느끼기가 쉽진 않더군요.

또 하나는 키압 자체가 낮다는건데, 키압이 낮으면 키보드를 칠 때 큰 힘을 들이지 않아서 손의 피로함을 덜할 수 있습니다. 키 트래블이 깊으면 반발력을 보강해 손의 피로를 낮추는 경우가 많은데 펜타그래프는 애초에 키압이 낮으니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빠르게 키를 칠 수 있습니다.

펜타그래프의 매력 또 하나는 키보드 자체를 얇게 만들 수 있어서 키보드 디자인의 가공성이 좋다는 겁니다. 그래서 노트북이나 아이패드의 키보드에도 들어가지만, 위에서 언급한 특징적인 모양의 인체공학 키보드도 대부분 펜타그래프 방식을 사용합니다. 키보드 자체가 얇아서 디자인을 가공하기가 좋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런저런 재미난 모양의 키보드들이 많다는 것도 매력적입니다.

가운데가 비어있는 디자인이 특징적인 MS 스컬프트 어고노믹 키보드

또 하나의 매력은 흔하다는 건데, 노트북이 PC의 대세가 되면서 정말 여기저기에서 펜타그래프 키보드를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펜타그래프 방식에 적응만 잘하면 어떤 키보드를 써도 적응을 잘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그리고 역시 아무래도 기계식보다 저렴하다는 것도 무시 못할 매력이죠.

물론 기계식과 무접점 키보드, 나아가 커스텀 키보드가 판치는 세상에서 펜타그래프가 정통파라고 말하진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한번 익숙해지면 손 건강에도 좋고, 힘도 훨씬 덜 들어서 계속 찾게 되는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인체공학 키보드 같은 디자인이라면 자세나 손목에도 훨씬 좋구요.

기계식 키보드에 피로해지셨다면, 주변에 있는 흔한 펜타그래프 한번 써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