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존도 높아 위험” 행정PC ‘MS윈도’ 안쓴다
기사 내용은 이번 윈도XP 사태를 통해 정부가 MS에 대한 의존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고 우분투와 같은 공개 SW를 단계적으로 정부 행정 PC에 도입한다는 내용입니다. 네 맞습니다. 중국이나 프랑스 정부가 아니라 우리나라 정부가 공개 SW를 정부 행정 PC에 도입하겠다고 말한 것입니다.그동안 저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지적을 해왔습니다. 어느 한 회사의 독점 소프트웨어 그것도, 새버전이 나온지 오래된 XP라는 운영체제를 쓰는 위험성에 대해서 말이죠. 무려 5년전부터 같은 지적이 있었지만 정부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프랑스에서 정부의 행정 PC를 모두 우분투로 교체했고, 중국도 우분투 기반의 자체 OS를 만들고 있는 상황이고 심지어 북한도 붉은 별-_- 이란 리눅스 운영체제를 만들고 있습니다만 정부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다만 우체국 등에서 ‘공공 PC’에 리눅스를 깔아놓고 방치.. 네.. 말그대로 방치했던 적은 있었죠.)그러던 정부가 XP 사태의 충격으로 이제서야 공개 SW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미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죠. 굳이 행정 PC 등에서 윈도를 사용할 이유는 매우 적습니다. 물론 회계 부서나 여러가지 전문 작업을 하는 곳에서 당장 사용하기는 힘들겠지만, 대부분 문서 작업을 하는 부서에서는 우분투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Libre Office에서 사용하는 ODF 포맷은 이미 국제 표준이고, 정부에서도 표준 문서 포맷으로 채택한 적이 있었죠.물론 정부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들이 당장 우분투로 도입되는데는 엄청난 진통이 있겠죠. 아마 Wine으로 한국형 포팅 솔루션을 파는 비즈니스가 생겨날지도 모릅니다. 단기적으로 해결될 일은 절대 아니고, 장기적인 로드맵으로 단계별로 진행해야하는 일이죠.하지만 이 기사가 나간 후 얼마안있다가 정부에서 해명 자료를 통해
“공개 SW 도입은 관련 부처 협의를 통해 진행해야 할 일이다”
라고 해명했습니다. 저도 사실 당연히 이럴 것이다라고 예상했는데, 보수적인 공무원 조직에서 아무리 사태가 터졌다고 해도 이렇게 파격적으로 빠른 움직임을 보여줄리 만무했기 때문이죠. 사실 이렇게 정부의 우분투 도입 움직임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그러나 가능성은 아직 충분히 열려있죠.이런 일련의 해프닝이 일어날 동안 트위터도 시끌시끌 했습니다. 저도 사실 타임라인이 시끄러워서 이 사실을 알게 되었죠.트위터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지만, 주로 제가 팔로우하는 테크 그룹이 보이는 특성은 공통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ActiveX를 싫어하고, 독점적인 환경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리고 모두가 공통적으로 윈도XP 지원 중단 사태에 대해 정부를 비판해왔습니다.그런데 대부분 위 기사에 대한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었습니다. 그 중 반은 정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고, 그 중 반은 리눅스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도입되기 시작하면 발생할 문제들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하기 시작했죠.
정부 “의존도 높아 위험” 행정PC ‘MS윈도’ 안쓴다
http://t.co/uGxrkkujGK
우분투 등 공개 SW로 내년부터 OS교체 착수 / 또 헛지랄 하고 계시네…
— 로린 (@s_lolin)
2014년 3월 19일
리눅스를 쓴다는게 실생활에서 어떤 느낌일지 데모로 체험해보고 싶은 분들은 libre office로 워드나 파워포인트 파일을 열어보시면 좋습니다
— minchul park (@summerlight00)
2014년 3월 19일
‘그놈(gnome)에서 root계정으로 로그인할려면 어떻게 하는지’ 라던가 ‘sudo chmod 0777 -R / 를 실행하여 하드디스크내 모든 파일의 퍼미션을 허용해주세요’ 와 같은 글들이 잉끼글이 될 것 같다.
— Mrs. ロネルィエ (@iLonelie)
2014년 3월 19일
그중 비교적 양호한 반응만 골라오긴 했습니다만.. 대부분 비슷합니다. 생각해보자면, 갑자기 탈 윈도를 선언하는 것에 대한 갑작스러움에 나타난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당장 윈도 쓰지 말고 우분투 쓰라고 강요를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멘붕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 유저 그룹도 아니고 나름 기술과 친숙하다고 할 수 있는 분들의 반응이 이렇다는게 놀라웠습니다.오픈소스는 불편합니다. 그 불편함은 익숙하지 않아서 오는 불편함도 있고, 오픈소스가 상용 소프트웨어 수준에 못 미쳐서 생기는 불편함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우분투를 쓰면서 느꼈던 것은 후자의 불편함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컴퓨터로 무엇을 하는지 생각해보면 후자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매우 극소수일거라 생각합니다.우분투의 하드웨어 호환성에서 오는 불편함을 비꼬는 트윗도 여러개 봤지만, 어차피 정부 PC라면 표준화된 하드웨어를 쓰는데다-_- 대부분 시간이 좀 된 하드웨어를 쓰기 때문에 호환성 문제는 거의 없을겁니다. 게이밍을 위해 에일리언 웨어 같은 것을 써야만 하는 너님들을 빼고 말이죠.오늘 트위터를 보니 탈 윈도, 탈 ActiveX가 실현된 한국 사회의 미래가 보였습니다. 그 미래는 절대 오지 않을거라는걸 말이죠. 그 이유는 우리들 스스로가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게임을 원합니다. 우리는 우리 컴퓨터의 그래픽 카드를 손쉽게 잡을 수 있는 OS를 원합니다. 우리는 ActiveX를 싫어하지만 탈 윈도는 두려워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가진 모순입니다.사실 저 기사에서 사용자보고 우분투를 쓰라고 강제한 사람도 없는데 정부 기관 PC를 바꾼다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보인 이해할 수 없는 반응들은 살짝 당황스러웠습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대중화에 대해선 정부보다, 오히려 일반 사용자보다 기술과 친숙한 사람들이 가장 보수적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네요.덧. 많은 분들이 덧글을 달아주셨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건 정부가 옳다 정부가 잘했다 앞으로도 잘할거다 가 아니라 이번 해프닝을 통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탈 윈도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 뿐입니다. 덧글 달아 주신 분들 중에도 정부를 신용하지 못하는 분도 계시고, 우분투 자체를 싫어하는 분도 계십니다.이중 “MS를 무조건 까고 보고 오픈소스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개념인인척”하는 태도가 불편하신 분들은 이 팩트에 대해 흥분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탈 윈도를 싫어하는 사회가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윈도도 상당히 우수한 운영체제이니까요. 기업에 종속되는 현실보다 윈도가 제공하는 편의성이 중요하다면 나쁘지 않겠죠.근데 사실 그러면서 ActiveX를 싫어한다고 말하는건 약간 모순이라고 느껴지긴 합니다.어쨌든 정부가 우분투를 도입하겠다고 말한 것도 아니고- _- 오픈소스 SW로 전환할 것인지 조차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일단 검토 방향은 올바르다고 느껴지지만, 저도 실제 실현될 가능성은 1%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덧2. Comment 갯수가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가고 있어서 오늘 중으로 Comment 작성 차단을 할 예정입니다. 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으신 분들은 서두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