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광고 하나를 보고 시작하겠습니다.
위 광고는 Get a Mac 캠페인 중 하나인데, 이 당시 윈도우 비스타에 도입된 UAC를 비웃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광고입니다. 뒤에 보디가드로 표현된 UAC는 PC가 맥과 대화하는 일거수일투족을 매번 허용할 것인지 안할 것인지 물어봅니다. 당시 윈도우의 보안을 강화하고자 하는 조치였지만 불편하다는 원성이 자자했죠.
그리고 30년 정도 흐른 2024년, 지금의 애플은 iOS고 맥이고 할 것 없이 모든 걸 물어봅니다. 왕년의 UAC보고 뭐라고 할게 아닌 정도입니다. 심지어 최근 iOS 17.6.1 업데이트에서는 시리의 기본 동작까지 바꿔놨습니다.
해당 기사에서 테이블에 놓여있는 시리에게 날씨를 물어봤더니 갑자기 잠금 해제를 요청하는 이슈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이 이슈는 iOS 17.6.1에서 변경된 설정 때문인데, 시리의 위치 서비스 접근 권한 설정이 문제였습니다.
원래 이 설정은 “안 함, 앱을 사용하는 동안” 두가지 뿐이었는데, iOS 17.6.1 업데이트 이후 “다음번에 묻기 또는 내가 공유할 때”라는 옵션이 생겼습니다. 설정만 새로 생겼으면 상관 없는데 기존 설정값까지 바꿔버린게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리에게 날씨를 물었을 때 갑자기 잠금해제를 요청한거죠.(권한을 물어봐야하니까요.)
저도 테스트해봤는데 “시리야”를 통해서 아이폰을 안쓰고 있을 때 날씨를 물어보면 위치서비스를 허용할건지 말건지 물어봅니다. 제 폰에도 설정이 바뀌어있던거죠.
해당 설정을 원래대로 되돌리려면 다음과 같이 시리 위치 서비스 설정을 바꿔줘야 합니다.
1. 아이폰 설정에서 ‘개인정보 보포 및 보안’으로 이동합니다.
2. 위치서비스로 들어갑니다.
3. 맨 아래 쯤으로 내려서 Siri 설정으로 들어가 설정을 “앱을 사용하는 동안”으로 바꿔줍니다.
애플은 간혹 집착을 보이다보면 이상한 부분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요즘 보이는 이 권한 문제가 좀 심각합니다.
물론 사용자에게 많은걸 물어볼 수록 시스템은 사용자에게 더 많은 통제권을 줄 수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죠. 문제는 너무 과도하다는 겁니다.
제가 iCloud 드라이브를 날렸을 때 단축어 삽질을 하면서도 iOS는 저한테 정말 수도 없이 많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단축어 앱을 해당 경로에 접근을 허용 하겠냐’, ‘해당 경로에 파일을 복사하는 것을 허용 하겠냐’, ‘Delta 폴더에 파일을 복사하는 것을 허용 하겠냐’ 등등. 문제는 이렇게 수 많은 질문을 습관적으로 허용 허용 하다보니 결국 문서 폴더를 날리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럴거면 물어보는게 무슨 소용이 있는걸까요?
맥OS에서 Google Meet으로 미팅을 할 때도 비슷한데, 사파리를 통해 Google Meet을 할 경우 카메라 허용 설정이 주기적으로 초기화 됩니다. Google Meet 뿐 아니라 사파리의 웹사이트 설정과 권한은 영구적이지 않습니다. 근데 어떤 주기로 초기화되는지도 잘 모르겠다보니 급한 미팅을 하려고 맥북을 열었을 때 갑자기 권한 문제 때문에 카메라 켜고 마이크 켜고 하느라 미팅룸을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물론 권한 문제는 심각한 이슈이고, 특히 현대의 컴퓨터는 권한을 빡세게 관리할 수록 더 안전합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권한 질문은 공해로 느껴질 뿐이고 습관적인 허용을 누르게 합니다. 그리고 보통 이런 경우는 사용자를 위하는게 아니라 “면피”를 위한 것인 경우가 훨씬 많죠.
그리고 저 같이 제가 하는 작업이 뭔지도 모르는 사용자 같은 경우에는 자기가 무엇에 대해 허용을 하는지도 모를겁니다. 정말 제대로 물어보고 싶다면 허용할래 말래 보다 좀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팝업이 필요할지도 모르죠.
어쨌든 상당히 불편합니다. 원래도 다른 플랫폼에 비해 사용자를 어린이 다루듯 하는 애플이지만, 요즘은 도가 너무 지나쳤습니다. 심지어 이제는 그렇게 물어보는 수많은 질문들이 정말 사용자를 보호하려고 하는 것인지 의심까지 들 정도입니다. 이에 비하면 UAC는 천사였을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