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여행 이틀차. 오늘은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던 오동도에 가기로 했다. 몸 상태가 별로라 숙소에서 늦게까지 자고 느즈막하게 나섰다.
지금 숙소는 돌산에 있어서 오동도로 가려면 대교를 넘어가야한다. 차가 있다면 그냥 가면 되긴 하지만 뚜벅이라 대교를 가려면 심하게 돌아가야 하는 길이었다. 그래서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케이블카 타는 곳도 등산이었다. 거의 두시 될 때까지 아무것도 안 먹은 상태로 돌아다니는 상태였는데 등산하려니 죽을 맛이었다.

케이블카를 타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갑자기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아이폰에서 오늘 여수 날씨는 바람 많이 분다고 써있었다.

케이블카 타는 내내 좌우로 흔들리는데 진심 무서웠다. 바람이 세는 소리도 무서웠지만 케이블카가 기울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하는 그 감각이 무서웠다. 멀미도 났을 지경.
일단 무사히 도착하긴 했는데 우리가 내리고 바로 뒤에 ‘강풍으로 인한 운행 정지’가 떴다.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할지 나쁘다고 해야할지.
왕복권을 끊은 상태라 이따 돌아갈 때도 케이블카를 타야하는데 계속 운행 정지면 이것도 골치 아프다. 하지만 이따가는 어찌될지 모르니 그냥 오동도로 향했다.

오동도도 11년만에 온다. 동백 열차를 타고 갈 수도 있었지만 11년 전에 왔을 때와 동일한 길을 걸어가기로 했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여름에 왔는데 여름의 온도와 바다에서 올라오는 습기 때문에 물고기가 되는 줄 알았다. 오늘은 가는 길 내내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서 갈매기가 되는 줄 알았다. 어째 오동도는 올 때마다 날씨가 도와주진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바람을 빼고는 모든게 다 좋았다. 날씨도 바람 덕분인지 공기도 좋고 구름 한점 없는 날씨였다.
오늘 오동도에 온 이유이자 이번 여행의 목적은 동백꽃이었다. 바로 아래 포스팅에서 강치가 동백꽃을 들고 있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오동도에는 동백꽃 군락지가 있다. 3월 말 쯤에는 동백꽃이 만개하는 시기라 이번에는 동백꽃 보려고 여수에 왔던 것이었다.

동백꽃 군락지에는 과연 동백꽃이 많았다. 동백꽃은 특성상 벚꽃처럼 흐드러지게 피는 것은 아니지만 초록색의 잎 사이에 피어난 빨간 색의 꽃들이 포인트다. 3월 말의 동백꽃 군락지에는 진 꽃도 많았지만 그래도 많은 동백꽃을 볼 수 있었다.

제주도의 카멜리아힐에서 봤던 감성 모먼트 문구들도 여기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이젠 전국 어디에 있는 숲속 관광지에서도 이런 인스타그램스러운 장식과 문구는 많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나쁘진 않다고 생각한다.

동백꽃 군락지 근처에 동백차를 파는 노상 카페도 있었다. 동백차를 마시면서 쉬고 있는데 웬 고양이들이 나다니고 있었다. 여기 산지 오래된 느낌의 터줏대감 같은 녀석들이었다. 관광객들에게 얻어 먹는게 익숙한 느낌이었다. 아쉽게도 주머니가 홀쭉하여 얘네들 줄 것이 없었다.


최근 본 동백꽃 중 가장 많은 동백꽃을 보고 오동도 관광은 마무리했다.
오는 길에 산을 보니 역시 케이블카는 운행을 안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바람이 잦아드는 것 같아서 탑승장에서 일단 기다려보기로 했다.
이번에도 운이 좋게도 기다린지 얼마 안되어 탑승 재개 소식이 들렸다. 바람이 아까보다는 줄어들었던 것.

오는 길에 본 여수 바다 풍경은 아름다웠다. 올 때는 바람 때문에 무서워서 언제 가나 싶더니만 올 때는 풍경에 취해있다보니 금방왔다. 이렇게 짧았었나 싶을 정도로.
어쨌든 이로써 이번 여행의 모든 일정을 달성했다. 내일은 호캉스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