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결국 발병한 몸살로 인해 숙소에서 쉬었다..
고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결국 가만있지 못하고 오후에 내셔널 갤러리에 방문했다.
내셔널 갤러리 앞 트라팔가 광장 쪽에는 벌써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유럽 대륙 쪽은 11월말이나 되어야 열린다고 들었는데 의외로 여긴 벌써 열리는듯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크리스마스 장식은 없고 그냥 시장 같은 느낌이긴 했지만.
영국의 모든 박물관처럼 내셔널 갤러리도 관람은 무료다. 대기 줄이 길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들어 무리 없이 볼 수 있었다.
내셔널 갤러리는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지원하지 않는다. 파리 이후로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을 다니고 있지만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지원되지 않는 경우는 처음이라 좀 그랬다.
찾아보니 2019년 쯤에는 한국어 가이드를 지원했던 것 같은데.. 내셔널 갤러리는 전시 구성을 자주 바꾸다보니 유지보수하기가 어려웠던건지 좀 아쉬웠다.
하지만 스마트폰 앱으로 비공식 오디오 가이드를 지원하여 아쉬운대로 비공식 오디오 가이드를 들고 갔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익숙한 그림 두 점. 유명한 그림이긴 하지만 어쩐지 더 친숙했는데 생각해보니 몇년 전 국중박에서 했던 <내셔널 갤러리 초대전>에서 봤던 그림들이 여럿 있었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고흐의 해바라기 다음으로 유명한 <아르놀 피니 부부의 초상>도 볼 수 있었다. 15세기 그림으로 상당히 디테일한 유화적 기법이 특징이다. 특히 가운데 거울 부분이 상당히 유명한 그림이다.
이 그림은 우리에겐 별로 안알려져 있지만 내셔널 갤러리의 간판작이자, 영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인 <전함 테메레르 호>이다. 나폴레옹 전쟁 당시 기함으로 활약햤던 테메레르 호가 시간이 지나 퇴역하고 있다. 앞에 있는 증기선에 이끌려 항구로 향하는 모습이 지는 노을과 함께 지나간 옛 영광에 대한 향수를 일으킨다. 지금의 영국과 테메레르 호의 처지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셔널 갤러리에는 고흐의 작품도 전시되어있는데 유명한 해바라기도 여기에 전시되어있다. 하지만 하필 해바라기는 특별전 때문에 다른 공간으로 옮겨져서 볼 수 없었다. 고흐 특별전은 유료 공간이었는데 당일 티켓 구매는 구매가 불가했다. 일단은 고흐의 <두 게> 를 보며 만족해야했다.
루브르에서도, 오르세에서도, 내셔널 갤러리에서도 이상하게도 고흐의 작품은 여러가지로 볼 기회가 적었는데 여기에서 특별전 하느라 그랬던건지.. 어쨌든 이번 여행에서 고흐와는 인연이 없는 것으로..
개인적으로 마음에 갔던 작품은 <산 로마노 전투>. 실제 전투를 묘사한 최초의 그림이라고 한다. 이 그림이 마음이 갔던 이유는 당시 도입된지 얼마 안된 원근법을 화가 나름대로 어떻게든 구현해보려고 했던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부러진 창과 전사한 병사들이 소실점을 향해 누워있는 등, 그림에 원근법을 도입하기 위한 노력이 눈에 띄는 작품이었다.
갤러리에서 나와보니 근처에 분식집(?)이 있었다. 게다가 손님도 상당히 많았다. KPOP의 영향인지 어떤지 몰라그도 한식집을 찾는게 어렵진 않았다.
하지만 어쩐지 오늘은 한식이 당기지 않아서 숙소 근처에서 먹기로 했다.
그리고 저녁은 (또) 맥도날드를 먹었다(..) 숙소 근처에서 해결하고 싶었지만 마땅히 먹을게 별로 없었다. 맥도날드는 파리에 이어 두번째인데 파리 맥도날드와 맛이 다른게 묘하게 재밌었다.(하지만 한국 맥도날드 메뉴가 입엔 더 잘 맞는듯.. 상스치나 토마토 베이컨..ㅠㅠ)
어릴 땐 해외 나가서 한식 찾고 하는 아저씨들이 이해가 안되었다. 어릴 때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현지식만 잘 먹고 다녔는데 이번 여행은 이상하게도 현지식 대부분이 맛이 없다. 맛 없는 차원을 넘어 잘 안들어가는 느낌. 나도 이젠 아저씨가 되가는건지..(그에 비해 한국에서도 한식은 잘 안먹었던 것 같은데..)
런던에 오기 전까지는 파리에서 음식이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런던에 오니 파리가 양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유럽 요리 대부분 그저 그랬지만 이탈리아가 제일 먹을만했고 그 다음이 파리였던듯. 영국은 음…
어쨌든 오늘 여행도 마무리. 감기도 조금은 나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