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사진만 보면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런던

영국 여행도 이제 한 5일 째에 접어들고 있다. 이쯤되니 런던에서 볼 수 있는건 거의 본 것 같다. 런던 일정을 좀 길게 잡았나 싶기도 한.. 원래는 거리를 다니면서 현지 느낌을 좀 즐기려는 목적이 있었는데 감기 몸살에 걸려버려 그것도 제대로 못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뭔가 오래 있는데다 아프기까지 하니 뭔가 일정을 하루하루 소화해내는 매너리즘으로 여행을 다니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었다. 어느샌가부터 이런 표정(-_-)

어쨌든 오늘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오늘 목적지는 버킹검 궁전.

버킹검 궁전 앞에서 수문장 교대식을 보기 위해 갔는데 아쉽게도 겨울이라 그 유명한 빨간 코트를 보진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는 수문장 교대식도 여기에서 영향을 받은걸텐데, 다만 여기는 실제 군대다. 오늘 교대식을 하는 부대는 척탄병 연대라고 한다. 실제로 교대도 하면서 이걸 관광자원으로 승화하는게 재밌다.

버킹검 궁전에서 다음 일정의 장소로 가기위해 걸었다. 오늘은 영국에서 있던 중 가장 좋은 날이었어서(런던에서 파란 하늘을 처음봤다) 걷기도 좋았다.

런던의 공원은 서울에 비해 넓은 부지와 나무들이 인상적이었다. 여의도 공원이나 보라매 공원 같은 서울의 공원들은 공항을 공원으로 만든거라 구조가 길쭉한 형태가 일반적인데, 런던의 공원(내가 걸은 공원은 세인트 제임스 공원)은 애초에 왕가에서 사용할 공원으로 만든거라 넓으면서도 짜임새 있었다.

초겨울로 접어드는 가을의 런던 공원은 그 나름대로 매력적이었다. 오랜만에 날씨가 좋아서 그랬는지도.

그 다음 일정은 영국 박물관 2차. 어제 못 봤던 유물을 보기 위해 2차 방문했다.

원래는 고대 로마를 보고 싶었는데 로마 관은 임시 휴관 중이라 볼 수 없었다. 대신 아프리카와 중세 유럽을 중심으로 관람했다.

오늘 본 것 중 가장 눈길이 갔던 유물은 바로 가시 면류관을 보관하기 위한 성유물함. 모든 금속 부분이 금으로 이루어져있고 테두리는 진주에 가운데는 사파이어가 들어가 있는 정교한 조각이 돋보이는 상자다.

하지만 이 유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 유물이 보관하고 있는 부분인데, 바로 예수 그리스도가 썼던 가시 면류관의 가시이다.

진짜 면류관의 가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맞다면 중세 유럽에서는 금이나 진주, 사파이어보다 훨씬 귀한 보물이었을 것이다. 로제타 스톤 같은 유명한 보물에 비해 잘 안알려져있지만 기독교 영향이 강한 유럽 쪽에서는 영국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보물이라는듯.

어쨌든 오늘도 이렇게 일정 마무리.

뭔가 귀한 것들을 봐도, 런던 거리를 걸어도 감흥이 적은 느낌이었다. 오늘도 하루종일 (-_-) 이 표정.

저녁으론 숙소 근처 한식당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었다. 한식이 비싼 편이어도 런던은 모든 외식이 비싸기 때문에 생각보단 먹을만한 가격이었다.

먹고나니 거짓말처럼 감정과 영혼이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유럽에 온 이후로 햄버거, 감자, 바게트, 크로아상으로 끼니를 떼우고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그래서 점점 웃음이 사라졌던 것 같다. 거참.. 외국에서 이렇게 한식을 찾을 줄은.

어쨌든 속을 든든히 채우고 나니 그동안 여행에서 찍었던 사진을 볼 여유가 생긴다. 먹을건 정말 중요하다..

어쨌든 기운은 거의 차렸고, 런던 여행도 서서히 마무리 되가는 중이다. 슬슬 다음 여행지로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