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진짜) 마치며

오늘을 마지막으로 20일 동안 이어진 유럽 여행을 마무리한다.

유럽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가장 많이 들은건 소매치기, 그 다음은 인종차별 이야기였다.

실제로 소매치기 대책에 대해서는 많은 준비를 했다. 아이폰은 옷에 카라비너를 연결해서 달고 다녔고 아이패드 등이 들어가 있는 가방 주머니에는 자물쇠를 달아서 철저히 지켰다. 관광지를 돌아 다닐 때도 가방 하나 없이 그냥 돌아다녔다.

그래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소매치기는 놀랍게도 한번도 만난적이 없었다. 11월은 유럽 여행 비수기라서 그랬는지 몰라도 루브르와 같은 관광지에서도 소매치기를 마주친 적은 없었다. 파리는 올림픽 이후로 경찰 병력이 대대적으로 깔려있었던 덕도 있는듯하다.

하지만 관광지마다 소형 기관총으로 무장한 경찰이 있고 관광지 주변 음식점에도 사설 경비원이 상주하고 있어서 그런 일이 안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서는 예전보다 나아진건지, 대놓고 차별하지 못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특별히 느낄 수는 없었다. 다만 한국과 같읕 친절함은 없었는데, 이건 인종차별이라기보다 우리가 외국인을 보고 얼어 붙는 느낌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파리는 확실히 외국인을 보고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는데, 대부분 호텔 직원을 제외하고는 영어를 못하기 때문으로 보였다. 런던은 당연히 영어를 쓰기 때문에 외국인을 보면 모두가 자신있게 영어로 엄청 길게 쏟아내는 느낌을 받았고, 독일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했다.

생각해보니 인종차별을 못 느낀 이유는 어쨌든 내가 덩치가 좀 있는 남자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것도 아예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는게 독일 기차에서 이유 없이 노려보는 청년과 노인을 한명씩 만나긴했기 때문. 어쨌든 심각한 일은 없었다는 것도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여행 중 가장 고생했던 문제는 단연 음식이었다. 2017년에 신혼 여행으로 갔던 이탈리아에서는 음식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 여행은 음식 때문에 고생을 좀 했다.

프랑스, 영국, 독일 세 나라 모두 돈을 20 유로 이상 쓰겠다고 생각하면 먹을만한 음식들이 있긴 있다. 문제는 그 이하의 음식들은 정말 빵이나 감자 밖에 없다는 것. 20일동안 매끼를 비싸게 먹을 수 없는데다 한국에서 쌓온 음식도 금방 고갈되버려서 매끼가 고생의 연속이었다.

확실히 잘 못 먹다보니 살은 빠졌다. 육안으로봐도 살 빠진게 보일정도. =_=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유럽식 다이어트란 말인가.. 아마 한국가서는 유럽 디톡스(?)를 위해 폭식할 것 같은데 금방 돌아오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번 여행은 유럽 여러 명소를 돌아보는 기회이기도 했지만 유럽에 대한 환상을 깨부수는 여행이기도 했다. 듣던대로 세 나라 모두 대부분은 불친절했고, 지저분하고 냄새가 났다. 독일이 그나마 가장 깨끗했고, 파리가 제일 지저분했다. 파리는 길에 설치된 공공 화장실 때문에 냄새가 더 많이 났다.

이렇게 생긴 화장실인데 남자 소변기는 그냥 밖에 나와있고 몸만 가릴 수 있는 수준이다.

세 나라 모두 공통적으로 무단횡단을 겁나(?) 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횡단보도에서 건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신호를 지키지 않는다는게 공통점. 무단횡단만 본다면 한국은 정말 공중도덕을 잘 지킨다고 봐도 될 정도.

20일 정도 다녀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은데 일단 기본적으로 도로는 사람이 자동차에게 양보한 공간이라는 자각이 있다. 자동차들도 그걸 알고 있는 느낌. 그리고 보행자 신호 대기가 엄청 길다. 따로 버튼을 누르고 나서도 한참 이후에 바뀌니 그냥 도로 상황 보고 건너는게 훨씬 빠르다. 그리고 보행자 신호도 무지막지하게 짧아서 어차피 건너는 중에 무단횡단이 되버리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세 나라를 모두 대중교통타고 다녀보니 한국이 참 공중 예절을 잘 지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들었던 생각은 세 나라 모두 일을 대충한다는 것이었다. 가장 단적으로 느낀게 파리 디즈니랜드였는데, 기본적으로는 친절하긴 한데 딱 돈 받고 잡 디스크립션까지만 친절한 느낌이었다. 한국 에버랜드를 생각해보면,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웃고 있고 반갑게 인사해주며 사람들이 보든 안보든 춤을 추고 있는데 파리 디즈니랜드에서는 웃는 직원을 거의 본적이 없다. 딱 자기 할 일만 한다. 놀이공원이든, 식당이든, 기차든, 비행기든 모두 마찬가지.

그게 안좋아보였다기보다는 한국인이 너무 열심히 일 한다는 느낌이 더 들었다. 에버랜드 뿐 아니라 모든 곳에서 한국인은 열심히 일한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깨끗한 거리, 친절한 서비스, 정시에 도착하는 기차와 비행기 같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피 땀으로 유지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어쨌든 20일간 유럽 여행에 대한 소회는 여기까지. 한국으로 돌아가면 당분간 한식으로 디톡스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