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 맘 때가 되면 듣는 노래가 있다. 유희열 소품집에 있던 노래인 “여름 날”이라는 노래다.
이 노래를 알게 된건 2009년 쯤으로, 그냥 지나가다 우연히 들었던 노래인데 뭔가 가슴에 팍 와서 박혔던 노래다.
이 노래를 한창 들었던 2009년은 대학 졸업하고 갈 곳 없던 취준생 시절로, 지지리도 취직이 안되던 시기였다. 취직이 안된다는 수준을 넘어서 당장 내일조차 뭘 해야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던 시기였던 것 같다. 서류는 넣는 곳마다 광탈이고, 스펙도 남들보다 크게 모자라는 상황에서 뭘 해야할지 알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가족 눈치에 집에 있을 수도 없었기에 그냥 노트북 하나만 들고 이런저런 카페를 전전하며 이력서를 쓰거나 시간을 떼우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그나마 하는 가장 생산적인 일이라고는 그 당시 만들고 있었던 우분투 책 “웰컴 투 우분투” 원고를 작성하는 것 정도.
주변의 있는 모든 사람도 “이렇게 살면 안된다” 라고만 말할 뿐 이었다.
이 노래를 알게된건 그때 쯤으로, LG 노트북 광고 때문이었는데, 그 당시 Xnote(그램이 나오기 전 시절이니) 광고에 삽입되었던 노래였다. 지금으로 따지면 웹 드라마 같은 형식의 아주 짧은 단막극식의 광고였다.
드라마 자체는 그저그런 흔한 삼각관계 드라마였는데 잘 기억은 안나지만 등장하는 세명의 주인공, 류승범, 현빈, 신민아가 갖고 있는 직업들이 모두 노트북을 끼고 다니며 일하는 곳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프리랜서였다. 그 당시만해도 디지털 노마드니 뭐니 하는 개념이 별로 없었던 시절이라 요런 직업들이 나름대로 신선하고 멋져 보였던 것 같다.(지금보면 촌스럽기 그지 없다.)
그 시절 희한하게도 나한테 위안이 되었던 것은 이 노래 자체보다도 이 드라마의 배경 이야기였다. 프리랜서였던 주인공들과 비슷하게 살고 싶고, 또 어쩌면 그렇게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달까? 사실은 광고 속 주인공 같은 프리랜서도 뭣도 아닌 그냥 취준생 신분이었지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자 조금은 세상이 달라졌다. 나는 하나도 달라진건 없었지만. 집 눈치 때문에 카페로 쫓겨나 이력서나 쓰고 있는 취준생에서 그래도 원고 작성이라는 생산적인 일 하나는 하고 있는 디지털 노마드라고 스스로 생각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살아도 나쁘지 않다” 고.
그때의 나를 보면 누군가는 혀를 찰 수도 있고 허세와 허영심이 가득찬 허울 뿐인 인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시절 나한테는 그게 버티는 힘이었다. 집에서 나와 카페로 향할 때도 이 노래를 들으며 마음을 새롭게 먹을 수 있었다.
이 노래의 가사는 여름 날의 끝자락, 젊은 시절 더 큰 꿈을 찾아 떠난 연인을 그리워하는 노래인데, 그 때는 가사 자체는 와닿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면 가사도 생각보다 많은 위안이 되었던 것 같다. 지금와서 다시 가사를 보면 젊은 시절의 연인에 대한 그리움일 수도 있겠지만, 불안하지만 눈부시게 반짝 거리는 여름 날과 같은 젊은 시절에 대한 위안과 그리움이 느껴지는 것 같다.(나이가 들어서 더 보이는걸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날이 선선해지기 시작한 여름의 끝자락이 되면 난 또 이 노래를 찾아서 듣는다. 그 시절 그때의 나에게 “그렇게 살아도 결국 나쁘지 않았어”고 말한 뒤 “지금도 난 나쁘지 않게 살고 있어”라고 말해주기 위해.
너의 꿈은 아직도 어른이 되는걸까
문득 얼만큼 걸어왔는지 돌아보니 그곳엔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파란 미소의 너의 얼굴 손 흔들며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내게 달려오고 있어)
그토록 내가 좋아했던
상냥한 너의 목소리 내 귓가에서
안녕 잘지냈니 인사하며
여전히 나를 지켜주고 있어–
넌 가르쳐 줄 수 있을까
내 마음 도착했는지 니가 숨쉬는
니가 꿈꾸는 매일 그안에 (나는 살아 숨쉬는지)
어느새 계절은 이렇게
내 여름날과 함께 저물고
시원한 바람 그 속엔 내일 또 내일
너도 가끔 기억을 할까 (눈부시게 반짝 거리던)
푸르른 지난 여름날 우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