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 4 노이즈 캔슬링 사용기

오늘은 에어팟4 노이즈 캔슬링 모델을 여러 환경에서 테스트해볼 기회가 있어서 필드 테스트 겸 다양한 환경에서 들어본 후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일단 음질은 글 마지막에 이야기하고 주로 노이즈 캔슬링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어벤저스 엔드게임의 클라이막스에 보면 아이언맨이 타노스로부터 인피니티 스톤을 뻇어서 자신의 장갑으로 가져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장면을 자세히 보면 아이언맨의 나노 슈트가 인피니티 스톤의 힘으로부터 착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투하는 것 같은 효과가 나옵니다.

왜 갑자기 아이언맨 이야기냐면 에어팟4의 노이즈 캔슬링이 딱 그런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에어팟 프로의 노이즈 캔슬링은 생각보다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의 도움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귀를 막고 거기에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추가하는 거죠.

근데 에어팟 4는 물리적으로 귀를 막지 않는 오픈형 이어폰이다보니 소음이 직접적으로 귀로 들어옵니다. 소음으로부터 착용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오직 H2 프로세서와 ANC의 힘으로만 소음을 차단해야하는거죠.

그 결과 실제로 착용하고 있다보면 아이언맨의 나노슈트처럼 소음 차단을 위한 에어팟의 사투가 느껴집니다. 물리적으로 소음이 들어올 수 밖에 없는 구조에서 노이즈 캔슬링을 해야하니 에어팟 프로보다 훨씬 불리한 환경인거죠.

그러다보니 에어팟 4가 잘 거르는 소리가 있고 미처 못 거르는 소리가 있습니다. 못 거르는 소리들이 생각보다 좀 있어서 오픈형에서 에어팟 프로와 동일한 경험을 제공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애플의 기가 막힌 포지셔닝이겠지만, 여전히 에어팟 프로 2가 더 상위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이즈캔슬링 – 매장, 카페 등에서 테스트

일단 에어팟4가 소음을 가장 잘 걸러주는 환경은 매장이나 카페와 같이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와 다양한 생활 소음이 섞여 있는 매장과 카페와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처음 애플스토어에서 청음했을 때도 에어팟 프로 1세대보다 더 소음을 잘 걸러준다고 느낀 것도 바로 그 때문이죠.

카페나 매장에서는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 소리가 거의 안 들릴 정도로 노이즈 캔슬링 성능이 좋았습니다. 확실히 에어팟 프로 1세대보다 성능이 좋은 느낌입니다. 카페에서 주문 알림처럼 갑작스러운 소음이 발생해도 잘 잡아주었습니다.

특히 카페에서 소음 제거 성능이 좋아서 카페에서 노트북을 하거나 공부를 할 때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이즈캔슬링 – 길에서 테스트

제가 에어팟을 가장 자주 사용하는 환경은 사실 길입니다. 고정된 자리에서 화상 미팅을 하거나 음악을 들을 때는 유선 이어팟을 듣기 때문에, 에어팟은 주로 길에서 사용하고 있죠.

하필 제가 테스트했을 때는 비가 왔는데, 우산에 비가 떨어지는 소리는 노이즈 캔슬링 상태에서도 거의 걸러주질 못했습니다. 불규칙한 주파수라서 그런건지 몰라도 그냥 안낀 상태와 동일한 느낌이었습니다.

반면 도로를 다니는 차소리, 오토바이 소리 같은 소리들은 잘 잡아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부분도 에어팟 프로 1세대보다 더 노이즈 캔슬링 성능이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노이즈캔슬링 -사무실에서 테스트

제가 길 다음으로 많이 사용하는 환경인 사무실에서도 걸러주는 소리와 아닌 소리가 명확하게 구분되었습니다. 일단 제가 키보드를 치는 소리, 마우스를 클릭하는 소리는 전혀 걸러주지 못했습니다. 안낀 것과 다름 없을 정도로 명확하게 소음이 들어왔습니다. 반면, 조금 먼 자리에서의 키보드 소리는 또 어느정도는 잘 걸러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사무실에서도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는 신기하게 잘 걸러주는데 바로 뒷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습니다. 자리 근처 회의실에서 이야기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죠. 신기하게도 에어팟 4는 사람들의 이야기하는 소리는 기가 막히게 잘 걸러주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사무실에서 써보면 사람 소리는 잘 안들리고 내 키보드 마우스 소리만 들리다보니 조용한 사무실에서 혼자 일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노이즈캔슬링 – 대중교통에서 테스트

버스나 지하철 같은 환경에서도 테스트해봤는데, 생각보다 성능이 괜찮았습니다. 다만 버스 문 여닫는 소리처럼 갑자기 들리고 큰 소음은 역시 걸러주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반면 버스 방송은 에어팟 프로 1세대보다 훨씬 잘 걸러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대중교통에서는 적응형 노이즈 캔슬링도 테스트해봤는데 이게 저는 애플 키노트에서 본 기능처럼 들어야할 소리는 들리고 안들어야 할 소리는 안들리게 해주는 기능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주변음 허용 모드와 노이즈 캔슬링을 섞어놓은 모드였습니다.

소음이 아예 안들어오는건 아니고 특징적인 소음(갑자기 커지는 소음, 방송 소리, 가까이 있는 자동차 소리 등)들은 주변음 허용 모드와 동일하게 소음을 전달해주는데, 오픈형인 에어팟이랑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음악 감상을 방해하는 소음만 걸러줘서 조금 더 안전하기도 하구요.

적응형 오디오

이번에 에어팟 4에는 에어팟 프로2에만 있던 몇가지 기능들이 들어왔는데 그 중 대표적인게 앞에서 이야기한 적응형 오디오입니다. 적응형 오디오라고 불리는 기능이 몇가지 있어서 좀 헷갈리는데, 일단 제가 파악하기로는 적응형 노이즈 캔슬링, 적응형 음량, 대화 감지 모드 세가지 기능인 것 같습니다.

일단 적응형 음량과 대화 감지 모드는 괜찮았습니다. 적응형 음량은 주변환경에 따라 제 사용 패턴을 학습해서 적당한 볼륨을 설정하는 기능인데 버스에서 갑자기 문이 열릴 때처럼 소음이 증가하면 볼륨을 높여주는 기능이었습니다. 대화 감지 모드는 노이즈 캔슬링 상태일 때 제가 대화를 시작하면 잠시 주변음 허용 모드로 바꿔서 대화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모드입니다.

다소 혼란스러운건 앞에서도 잠깐 언급한 적응형 노이즈 캔슬링인데, 기능의 취지는 노이즈 캔슬링 상태에서 들어야할 소음은 듣게 해준다는 것 같은데, 걸러주는 기준을 잘 모르겠습니다. 버스 방송 같은 소리는 잘 들어오는데, 바로 옆 사람이 말하는 소리는 안들립니다. 이 모드는 좀 더 써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픈형에 웬 주변음 허용 모드?

제가 에어팟4에서 가장 이상하다고 생각한 모드가 주변음 허용 모드인데, 에어팟 프로나 맥스라면 물리적으로 귀를 막고 있으니 주변음이 잘 들어오게 해주는 모드가 필요하겠지만 오픈형인 에어팟4에는 왜 주변음 허용 모드가 있는걸까요?

실제로 에어팟4는 노이즈 캔슬링을 끄기만해도 주변 소리가 잘 들립니다. 오픈형 이어폰이니까요. 근데 주변음 허용 모드를 켜면 뭔가 다릅니다. 끈 것보다 주변의 소리가 더 잘 들리는 느낌이랄까요?

시끄러운 카페에서는 이어폰을 안끼고 있어도 바로 앞의 상대가 말하는 소리가 잘 안들리는데, 에어팟4의 주변음 허용 모드를 켜놓고 있으면 상대가 말하는 소리가 상당히 또렷하게 들립니다. 안 낀 것처럼 소음이 들어오는데, 분명 안 낀 것보다 더 잘 들립니다. 예전에 접근성 기능으로 추가된 대화 집중 모드와 비슷한 건가 싶은데 이걸 상당히 자연스럽게 구현해놔서 신기합니다.

착용감과 음색 등등

사실 착용감이야 오픈형이라는 점에서 저는 만점을 주고 싶습니다. 제 귀가 범용 귀인건지 모르겠지만 저는 에어팟 1, 2, 3 모두 잘 맞았기 때문에 에어팟4도 잘 맞았습니다. 다만 에어팟3는 귀와 유닛 사이에 어떤 공간이 있어서 낀다기 보다는 걸쳐져 있는 느낌이었다면 4는 좀 더 유닛과 자연스럽게 밀착되는 느낌입니다. 2세대와 3세대의 중간 정도랄까요?

음색은 확실히 좀 의외라서 놀랐는데, 에어팟 1,2도 그렇고 이어팟도 그렇고 에어팟 프로 1세대도 그렇고 애플의 이어폰은 플랫한 성향의 이어폰이라 정확하게 들려줄지는 몰라도 좀 재미가 없는 소리가 나는 느낌이었는데 에어팟4는 약간 베이스가 강화된 것처럼 상당히 둥둥 거립니다. 그렇다고 보컬이나 디테일이 뭉게지는 소리는 아니지만, 확실히 기존 애플의 이어폰들과는 지향점이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베이스가 강한 음악은 예전보다 듣는 재미가 있는 것 같네요. 확실히 에어팟 프로 1세대보다는 재밌습니다.

이번 에어팟4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충전 케이스의 크기인데, 확실히 작아진게 체감됩니다. 에어팟 프로 케이스랑 비교해보니 너무 작아져서 가장 작은 크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에어팟 2세대랑 비교해보니 가로가 더 길어서 면적 자체는 에어팟 2세대보다는 조금 큽니다.

마무리

간단하게 에어팟4에 대한 사용기와 리뷰를 진행해봤습니다. 막귀라서 음질에 대한 평가는 어렵지만, 최대한 실생활에서 마주할 수 있는 여러 환경에서 테스트해봤는데, 이번 모델은 이전 에어팟보다 좀 더 타겟이 명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커널형은 여러가지 이유로 사용하지 못하는데 노이즈 캔슬링이 필요한 경우라면 당연히 선택해야하는 이어폰입니다. 버즈 외에는 시장에 다른 선택지는 없죠. 다만 오픈형이라는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에어팟 프로나 맥스처럼 모든 소리를 다 잡아준다고 기대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오픈형인데 소음을 좀 잘 잡아준다고 보는게 좋습니다.

에어팟 4는 사용하는 환경에 따라 평가가 확실히 갈릴 것 같습니다. 주로 카페에서 공부를 하거나 노트북을 한다면 에어팟 4는 에어팟 프로 2 급으로 소음을 잘 잡아줄겁니다. 이런 환경에서 가장 적합한 이어폰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무실이나, 길, 대중교통 등에서는 모든 소리를 완벽하게 잡아주는 것은 아니라서, 주로 사용하는 환경에 따라 에어팟 프로 2를 선택하는게 더 나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론은.. 100% 추천하기는 좀 애매한 제품입니다. 에어팟 3세대가 그랬던 것처럼요. 가격이 싼 것도 아닌데 에어팟 프로 2와는 확실히 급이 다른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커널형을 정말 아예 못 쓰는 상황이 아니라면 거의 항상 오픈마켓에서 할인하고 있는 에어팟 프로 2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저는 워낙 어릴 때부터 오픈형 이어폰을 좋아했던지라 일단 지금까지는 마음에 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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