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부산 여행 3일차

여행을 최근에 좀 다녀보니 어딜가든 최소 3박 4일은 갔다와야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는걸 알게되어 이번 여행도 3박 4일 일정으로 진행했다.

아침부터 역시 엄청난 뷰가 반겨준다. 이번을 계기로 확실하게 깨달았는데 나는 여행 다닐 때 숙소에 돈을 아끼면 안될 것 같다. 숙소에 있으면서 뒹굴거리며 노는게 최고의 힐링인듯.

숙소는 광인리에 올 때마다 들르는 곳인데 빌딩 내부에 오피스텔처럼 위치한 이상한 구조의 숙소지만 가성비가 꽤 괜찮은 곳이다. 특히 올 때마다 느끼지만 방 안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장점 하나가 매우 크다. 이 장점은 밤에도 발휘되는데, 그건 좀 이따가.

점심은 돼지국밥을 먹기로 했다. 광안리 수변 공원 근처에 꽤 유명한 돼지국밥 집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 주말 + 점심이라 대기가 70 팀이었다. -_- 요즘은 기본적으로 어딜 가든 맛집이면 이 정도는 기본이다.

배가 너무 고파서 도저히 기다릴 수 없어 해당 국밥집의 다른 지점에 배달을 시켜서 먹었다. 국밥 사진은 없는데 -_- 아침부터 1.4km를 걸어서 갔다온 탓에(왕복 2.8km) 너무 배고팠기 때문에 그냥 그 자리에서 사진 찍을 겨를 없이 다 먹어버렸다.

밥 먹고 2차 바다 감상. 아무것도 안하며 바다 감상하기를 시전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바깥이 시끄러워졌다.

처음에는 무슨 공연인가 싶었는데 좀 듣다보니 무슨 구호를 외치는 것 같았다. 설마 벌써 선거 운동 기간인가 싶어서 내다보니 해변에 태극기가 보이고 “Yoon Again”이라는 메시도 보였다. 세상에 저걸 광안리까지 와서도 보다니. 계속 듣고 있자니 평화롭던 기분이 망쳐질 것 같아서 숙소를 나와 다른 곳으로 가기로 했다.

마침 부산에 유명한 피자집이 있다고 해서 피자 먹으러 가기로.(어쩌다보니 여행 코스가 다 먹을거 중심으로 흘러간다) 지하철을 타고 전포 역 쪽으로 가기로 했다.

부산 여행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이상한 모먼트가 바로 지하철 탈 때다. 부산에서 지하철을 타면 갑자기 여행하다가 급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 같다. 여행하다 말고 갑자기 급 출근 모드가 되는 느낌. 다른 지역을 여행할 때야 지하철 탈일이 없으니까 그렇겠지만.. 하여튼 이상한 기분이다. 서울 지하철처럼 부산 지하철도 짱구 엄마가 안내 방송을 하니까 더 그렇다.

전포역은 오로지 피자를 먹기 위해서 왔는데 역 자체도 크고 젊은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부산에서 다녀본 중 가장 젊은 사람들을 많이 본듯. 알고보니 서면이랑 붙어있는 곳이었고 상당히 힙한 중심지였다. 서면이 서울로 따지면 가로수길 내지 명동이라면 전포는 상수동이나 문래동 같은 느낌?

일단 가기로 했던 피자집도 대기가 장난 아니므로 먼저 대기를 걸어야 했다. 여기도 국밥집처럼 80팀 정도가 대기하고 있었고.. 대기 시간은 9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뭐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시내 구경하는 셈치고 기다리기로 했다.

전포에서 서면까지 걸어다니면서 구석구석 돌아보았다. 어떤 부분은 가로수길 같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옛날 명동 같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문래동 같기도 하고. 다른 듯 같은 느낌이었다. 외국인이 본다면 그냥 한국 도시의 흔한 중심지들이 다 똑같겠지만 내국인으로서 느낄 수 있는 이 미묘한 차이가 즐거웠다.

예상 대기 시간은 90분이었지만 한시간 정도 돌아다니다보니 차례가 되었다.

부산에서 상당히 유명한 피자집이고 명성은 들어봤던 터였지만 기대 이상의 피자였다. 이런 치즈가 많이 들어간 피자로서 맛있는 피자는 정말 오랜만에 먹는 것 같다. 피자집 밖에서 나는 피자 냄새가 그대로 맛으로 구현된 느낌이었다.

피자는 맛있었지만 매장 경험은 별로였다. 일단 모든 시스템이 셀프 시스템이었다. 피자 만드는 것만 내가 안한다는 것 정도? 그냥 포장한 피자를 매장에서 따로 제공해주는 공간에서 먹는 느낌이었다.

모든게 셀프인 것도 사람이 워낙 많으니 이해는 되지만 그러면서도 음료 리필도 안되고, 포장 박스도 테이블당 제한되어있고 피클도 남기면 안되고, 뭐는 안되고 뭐도 안되고.. 매장 내에서 이런저런 제한이 많아서 눈치보이고 답답한 느낌이었다.

이런 경고 문구 하나하나가 매장에 오는 진상들의 흔적이라는것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느낌이 좀 강하게 들어서 별로였다.(피자만 맛 있었다.)

피자로 저녁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 밤은 위에서 이야기한 이 숙소의 장점 중 하나가 발휘되는 밤인데, 바로 드론 쇼!

광안리에서는 매주 토요일 저녁에 드론쇼를 하는데, 이 숙소에서는 드론쇼를 1열에서 감상할 수 있다. 8시, 10시 두번 하는데 두번 다 풀로 감상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숙소에 투자할만하지.

드론쇼를 마지막으로 부산 여행 3일차도 종료. 내일은 집에 간다. 원래 오늘은 지난 번처럼 숙소에서 바다멍할 생각이었지만 윤석열 지지자들 때문에 의외의 부산 시내 구경을 했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이런 무계획적인 여행에서 오는 뜻하지 않은 발견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