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뮤직 한달 사용기

애플 뮤직이 8월 5일에 국내에도 런칭되었죠. 그 이후로 애플 뮤직을 정말 부지런히도 써왔던 것 같습니다. 보통 물건도 한달 정도는 써보고 사용기를 올리는지라 이번 애플 뮤직도 비슷하게 한달 정도 써본 후 드는 생각들과 사용기입니다.

1. 장점 1 : 애플 기기에 통합

“애플 뮤직”은 애플 기기에 정말 잘 통합되어있습니다. 일단 기본앱에 포함되어있고 가입도 기존 애플 아이디로 바로 할 수 있으니 정말 편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플랫폼 사업자라는 이점을 이용해 독점적 지위를 행사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죠.

처음에 스트리밍이라고 했을 때는 스트리밍과 다운로드한 기존 음원과 완전히 분리되어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부분 국내 음원 서비스의 스트리밍도 비슷하죠. 하지만 애플 뮤직을 사용하는 순간 기존에 사용하던 라이브러리는 자연스럽게 애플 뮤직과 통합됩니다. 내가 만들어놓은 재생 목록과 애플 뮤직에 있는 음악이 섞이기도 하고 라이브러리에 추가도 됩니다.

이런 자연스러운 통합은 마치 애플 뮤직이라는 별도의 서비스를 쓰는게 아니라 내가 갖고 있던 음악들이 애플 뮤직에 마치 흡수되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애플 뮤직을 사용하고 있는 동안에도 다른 음원 사이트(벅스, 멜론, 아이튠즈 등)에서 구입한 음원도 같이 구성하여 재생목록을 만들거나 즐겨찾기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서비스를 만든 주체가 바로 하드웨어와 운영체제도 같이 만드는 “애플"이라는 회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겁니다.

2. 장점 2 : 사용자 라이브러리에 대한 존중과 아이클라우드 음악 보관함(iCloud Music Library) 서비스

라이브러리라는 개념은 아이튠즈가 나오기 전까지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개념이 아니었습니다. 윈앰프를 비롯한 음악 플레이어는 대부분 파일을 기반으로 음악을 재생했고 재생목록도 어디까지나 파일 기반이었습니다. 이런 파일 기반으로 분산되어있던 음악들을 아이튠즈는 라이브러리라는 개념으로 묶고 여기에 메타데이터와 재생한 횟수, 선호도 등을 통합 관리하도록 함으로서 좀 더 스마트한 음악 관리가 가능하도록 하였습니다.

일반적인 음원 서비스와 애플 뮤직의 근본적인 차이를 저는 이 라이브러리(보관함)의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음원 서비스는 모든 사용자가 하나의 거대한 라이브러리에서 음악을 듣고 있는 구조입니다. 이 라이브러리에 사용자들이 좋아하는 음악과 취향 등이 기록되고 음원 서비스는 이를 기반으로 재생목록을 만들거나 순위를 매깁니다.

애플 뮤직은 이와 좀 다르게 기존에 사용자가 갖고 있던 라이브러리를 최대한 존중해주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애플 뮤직"이라는 거대한 공통의 라이브러리가 존재하긴 하지만 사용자는 기존에 자신이 갖고 있던 음악과 애플뮤직의 음악으로 자신만의 라이브러리를 구축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애플 뮤직에서는 다른 음원 서비스와 다르게 좀 더 개인적인 취향의 음악 라이브러리를 구성하는게 가능해지는 것이죠.

애플 뮤직을 신청하면 은밀하게 따라오는 새로운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 음악 보관함"이 바로 이런 사용자만의 라이브러리를 존중해주는 구조에서 나온 개념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클라우드 음악 보관함을 활성화하면 그 즉시 사용자의 라이브러리가 아이클라우드로 올라가 보관됩니다.(아이클라우드 음악 보관함은 사용자의 아이클라우드 저장 공간과 무관하게 사용 가능합니다.) 그 과정 중에 애플 뮤직에 있는 음원으로 대체가능한 음악들은 애플 뮤직의 더 좋은 품질의 음원으로 대체되지요. 기존에 나왔던 아이튠즈 매치란 서비스와 비슷한 구조입니다.(다만 아이클라우드 음악 보관함에서 애플 뮤직에 있는 음원들은 DRM이 걸립니다.)

아이클라우드 음악 보관함을 통해 통합된 라이브러리를 관리하는 사용자는 애플 뮤직을 탐색하다가 마음에 드는 음악이 있으면 이를 보관함에 추가하여 들을 수 있습니다. 마치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음원을 구매하는 것처럼 사용자만의 라이브러리 쉽게 추가됩니다. 이런 음악들은 다운로드하여 아이폰, 아이패드 등과 동기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한가지, 아이클라우드 음악 보관함을 사용하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아이튠즈에 케이블로 연결해서 음악을 동기화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 모든 애플 기기들이 이 아이클라우드 음악 보관함을 공통으로 사용하기 때문이겠죠. 대신 음악이나 재생목록을 기기 자체에서 다운로드할 수는 있습니다.

아이클라우드 음악 보관함까지 포함하여 사용자의 라이브러리를 최대한 존중해주고 계속하여 활용할 수 있게하는 애플 뮤직의 서비스. 저는 이 부분이 다른 음원 서비스에 비해 가장 차별화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다만 이 장점에 해당하는 사용자들은 기존 애플 사용자 및 아이튠즈를 적극적으로 쓰고 있던 사용자에 한정될겁니다만..)

3. 장점 3 : 개인화된 서비스와 수동 음악 큐레이팅

애플 뮤직의 특징 중 하나는 전면에 "최신” 혹은 “인기” 랭킹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보다는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재생목록을 전면에 추천해줍니다. 그 덕분에 다른 음원 서비스에 비해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좀 더 잘 찾을 수 있고 대중적인 취향에서 벗어난 숨겨진 곡들도 좀 더 잘 찾을 수 있습니다. 저도 애플 뮤직 덕분에 발견한 숨겨진 음원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또 한가지 장점은 재생목록의 큐레이팅을 알고리즘에 의존하지 않고 사람이 분류한다는 점입니다. 대부분 음원 서비스들은 최신 랭킹, 장르별 랭킹 등으로 알고리즘으로 뽑아낸 재생 목록을 운영하고 있지만 애플 뮤직은 대부분 사람이 큐레이팅을 합니다. 애플은 앱스토어의 컨텐츠 배치도 사람이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음악이나 앱 처럼 질적인 가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은 인공지능이나 기계에 맡길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추천하는 음악 큐레이팅은 여러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곡의 다운로드 횟수와 매출 수가 많다고 하여 그 곡이 반드시 좋은 곡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혹은 특정한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노래일 수도 있습니다. 이를 알고리즘에 맡기게 되면 이 곡은 다운로드 횟수, 매출 수 등의 양적인 데이터를 갖고 인기 높은 곡으로 자동 분류하거나 적합하지 않은 사람에게 추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사람이 분류하게 되면 이런 질적인 판단을 사람이 하게되어 좀 더 퀄리티 높은 큐레이팅이 가능해집니다. 애플 뮤직에 업로드 되는 여러 재생목록을 보면 다른 서비스에 비하여 좀 더 섬세하게 음악이 분류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최근은 다른 음원 서비스도 이렇게 사람이 큐레이팅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4. 단점 1 : 부족한 음원

이제부터 단점 시작입니다. 애플 뮤직은 한국에 한정된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음원이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합니다. 한국 음원 뿐 아니라 해외 음원도 외국 서비스에는 있는데 한국에는 없는 경우도 많이 존재합니다. 이는 아마 멜론이나 벅스 등 이미 음원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는 유통사와 계약을 실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협상이 되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겠습니다.

부족한 음원은 위에서 언급했던 여러가지 장점을 한방에 무색하게 만듭니다. 아무리 큐레이팅을 잘 해줘도 근본적인 음원수가 부족하다보니 취향에 맞는 음악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보유하고 있는 음원이 Kpop 아이돌 중심으로 되어있어 이쪽에 취향이 맞지 않는 사용자라면 음원을 찾기가 더욱 힘이듭니다.

또 이렇게 음원이 부족하다보니 아이클라우드 음악 보관함으로 업로드해도 매칭되지 않는 음악이 태반입니다. 아이클라우드 음악 보관함으로 업로드한 음원 중 애플 뮤직에 매칭되지 않은 음원은 사용자가 보유하고 있는 음원 그대로 재생되는데, 이 속도가 일반 애플 뮤직 전송 속도보다 많이 느립니다. 또한 음질도 개선되지 않으니 서비스의 의미가 많이 퇴색해버립니다.

5. 단점 2 : 부족한 로컬화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것이긴 한데 로컬화가 별로 되어있지 않은 느낌입니다. 심지어 한국 노래이고 한국 제목이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제목이 나오거나 병기해서 나오는 경우가 심심치 않습니다. 어떤 아티스트의 경우에는 자동 번역을 돌린 것인지(…) 아예 영어 부분이 잘못 번역된 경우도 발견됩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 음악이 크게 Kpop이라는 대분류로 묶여 있어서 전혀 다른 장르의 노래가 추천되는 케이스도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에픽하이"를 좋아한다고 표시했는데 "엑소(Exo)” 노래가 추천되는 식이죠. 이는 Last.fm 등 해외에서 출발한 서비스에서도 공통적으로 보이는 문제입니다. 좀 더 한국 음악도 세분화된 장르 구분이 필요할 것 같은데 아직 이 부분이 많이 부족합니다. 글로벌 서비스라 그렇다…라고 볼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어쨌든 애플 뮤직의 경쟁력을 약화 시키는 부분임은 분명합니다.

6. 단점이었던 부분 : 불편한 인터페이스

iOS9까지만 해도 애플 뮤직의 인터페이스는 상당히 불편했습니다. 특히 For You(추천) 부분이 심각했는데요, 여러가지 재생 목록이 하루에 추천되지만 이 중에 취향에 맞는 재생목록을 찾는게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재생 목록도 한번에 한개씩만 보여서 한눈에 보고 찾기가 불가능했죠. 그리고 취향에 맞는 재생목록이나 아티스트 등을 추천해주긴 하나 그 와중에도 골라야하는(…) 귀차니즘이 있었습니다. 특정 아티스트의 음악을 추천해주긴 했는데 이걸 알아야 들을텐데.. 그마저도 모르면 쉽게 넘어가버릴 수도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애플 뮤직이라는 광활한 뷔페에서 대체 뭘 먹어야할지 모르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iOS10으로 업데이트 되면서 이 부분이 대폭 개선되었습니다. 재생목록도 예전보다는 한눈에 시원하게 보이고, 사용자의 취향을 바탕으로 새로운 음악을 추천해주는 My New Music Mix 재생목록과, 기존 즐겨듣는 음악들을 바탕으로 같은 아티스트의 유사한 음악을 추천해주는 My Favorite Mix 재생목록이 추가되어 애플 뮤직을 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

7. 애매한 부분 : 가격

가격은 단점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합니다. 한국의 애플 뮤직 이용 가격은 미국보다 2달러 정도 저렴한 7.99 달러입니다. 패밀리 플랜을 사용하면 11.99달러가 됩니다. 역시 미국보다 2달러 정도 저렴합니다. 미국보다 저렴하긴 해도 워낙 국내 음원 서비스는 가격으로 덤핑을 많이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애플 뮤직은 더 비쌉니다.

다만 패밀리 플랜을 통해 이용자가 세명 이상이 되면 오히려 다른 음원서비스보다 더 저렴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 패밀리 플랜 덕분에 가격 부분은 비싸다고 보기엔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 이용 가격보다 함정인 부분은 의외로 데이터입니다. 애플 뮤직은 데이터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장치를 많이 만들어놨지만 스트리밍 서비스인만큼 데이터가 상당 부분 소모됩니다. 제한된 셀룰러 데이터를 사용하는 경우 이 부분은 문제가 됩니다. 한국 음원 서비스 시장은 이통사와 결합하거나(멜론, 비츠, 벅스) 이통사가 스스로 서비스를 함(지니)으로서 데이터를 소비하지 않고 음원을 들을 수 있는 (망 중립성은 씹어먹는) 여러가지 들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바로 이 데이터 요금은 애플 입장에서는 결코 유리하지 않은 싸움이 될 것입니다.

9. 결론

한달 정도 써오면서 몇가지 치명적인 단점도 있었지만 애플 뮤직은 나름대로 국내 음원 서비스에선 보이지 않는 여러가지 장점이 돋보이는 서비스입니다. 또한 3천만개라는 음원 보유수도 압도적입니다. 국내 음원을 중심으로 듣지 않는 분들께는 분명 최고의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애플 기기를 두대 이상 보유한 경우에도 아이클라우드 음악 보관함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추천할만한 것 같습니다. 구글 뮤직보다 업로드 속도나 다운로드 속도도 빠르고 애플 뮤직에 있는 음원이라면 음질 자체가 개선되버리는 음질 세탁(?)도 가능합니다. 물론 아이튠즈 매치를 쓸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아이튠즈 매치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만약 안드로이드 기기만 갖고 계시거나 국내 음원을 중심으로 듣는 분들의 경우라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훨씬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가능한 음원 서비스도 많이 있고 해당 서비스에 국내 음원도 더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장점이 많지만 단점 몇가지가 너무 치명적이라 이런 분들께는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애플 뮤직이 경쟁하기에 한국 시장은 별 볼일 없으면서도 경쟁은 상당히 치열한 곳입니다. 하지만 그 단점이라는 것도 시간과 노력이 해결해줄 것이기 때문에 부디 한국 시장을 쉽게 포기하고 철수해버리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단기간에는 아이폰처럼 국내 시장에 어떤 충격을 가져다주기엔 부족하다는 느낌이지만 이 부분을 시간이 지나면서 보완해나간다면 충분히 위력적이고 경쟁력이 있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 나아가 국내 음원 시장에도 어떤 충격을 던져줄 수 있는 그런 서비스로 발전해줬으면 합니다.

원래는 세달 프로모션 후에 바로 끊어버릴 예정이었는데 iOS10에서 개선이 되면서 그 생각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 _-;; 쓰다가 중단하면 아무래도 여러모로 불편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