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들었던 최악의 조언 5가지

기즈모도에 올라온

애플이 들었던 5가지의 최악의 조언

이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분명 결과를 다 알고 있는 우리가 보기엔 우스운 조언들 뿐입니다. 하지만 당시의 애플에게 있어 과연 이 조언들이 그냥 웃고 넘길 수 있는 조언들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5. 뉴턴에 더 투자해야한다.(Wired, 1997)

뉴턴 같은 경우, 당시로서는 혁신이라는 반응을 얻었지만 -_ – 결과적으로 애플의 최악의 실패작 중 하나로 뽑히는 제품입니다. PDA조차 많지 않았던 시절, 누구나 이동하면서 간편하게 쓸 수 있는 터치스크린 형태의 모바일 디바이스를 만들어낸 것이지요. 그렇지만 이상과 달리 너무 비싼 가격과 느린 성능으로 인해 실패를 맛보았습니다. 하지만 뉴턴을 만들어냈던 경험이 지금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들어낸 것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4. 맥을 버리고 윈도를 탑재하라.(John C. Dvorak, 2006)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의 인생의 명암을 그려낸 <실리콘 밸리의 해적들>이라는 영화의 처음과 결말을 보면 97년도 맥월드에서 스티브 잡스가 MS와의 전략적 제휴를 선언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많은 애플 팬들에게 이 날은 치욕의 날로 불리고, 영화에서도 결국 잡스의 패배였다는 사실을 나타내기 위한 장면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잡스는 한발 더 나아가 맥 컴퓨터에 윈도를 깔 수 있도록하는 부트캠프를 공식적으로 지원하기로 합니다. 당시 애플은 운영체제에서 실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았고, 맥OS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죠. 당시 애플에게 있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맥OS를 버리고 윈도를 탑재한다는 것은 분명 고려해볼만한 선택지였을 것입니다. 물론 이건 자살행위이기 때문에 애플은 끝까지 선택하지 않았겠지만 말이죠.

3. 아이폰 사업을 철수하라.(John C. Dvorak, 2007)

초기 아이폰 사업은 그 누구도 희망적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은 노키아를 비롯한 유수의 핸드폰 기업들이 진출해있는 상황이었고, 상당히 정체되어있었습니다. 오히려 침체기가 시작되고 있던 와중에 애플은 전화기 사업에 진출한다고 선언했고 아이폰을 내놓았습니다. 아이폰 1세대가 처음 등장한 이후에도 혁신적인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시장 후발 주자에다,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가진 아이폰이 성공할 거라는 예측은 누구도 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당시엔 아이폰에 심비안을 탑재하라는 주장까지도 있었죠. 하지만 잡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접지 않고 계속 밀어부쳤습니다. 그 결과는? 너무도 유명하지요. 🙂

2. 하드웨어 제조를 포기하라.(Wired, 1997)

잡스가 복귀하기전 90년대의 애플의 하드웨어 전략은 누가봐도 명백한 실패였습니다. IBM-PC에 밀려 애플은 맥 점유율을 빠르게 잃었고,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뉴턴이라는 제품도 나오고 -_- 별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 당시 Quick Take라고 하는 디지털 카메라도 나왔던 시기였죠. -_- 주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어서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지금은 사라진)에 인수될 뻔하는 위기도 찾아옵니다. 소프트웨어 경쟁력도 별로 갖추지 못했던 애플이었지만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하드웨어 쪽 사업을 접어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찾아온 것입니다. “하드웨어 전략을 포기하라” 이 조언은 당시 애플에게 있어서 분명 달콤한 조언이었을 것입니다.

1. “나라면 사업을 접고 주주들에게 돈을 돌려주겠어.”(Michael Dell, 1996)

마지막 말은 델 컴퓨터의 창업자인 마이클 델의 이야기입니다. 결과적으론 델은 현재 애플의 10분의 1도 안되죠. 게다가 PC 시장의 침체로 기술계에서도 더이상 델을 주목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_=

익히 알려진대로 애플은 주주들에게 여전히 배당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주주들은 여전히 애플의 미래가치를 크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애플은 손대는 사업마다 승리하고 있고 그들의 비전은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애플에 돈을 가져다줄 것이 분명하니까요. 그러나 잡스의 건강 악화 이후 몇몇 주주들은 애플로부터 배당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잡스의 건강은 애플의 미래와도 직결되어있는 부분입니다. 잡스가 건강이 악화될 때마다 애플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는 것도 비슷한 현상이지요.

또한 미국 정부보다 더 많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는 애플이 대체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쓰고 있고, 어디에 쓰려고하는지 아무것도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현금을 많이 쌓아두고 있으면서도 사용하는 곳도 알 수 없으니 주주들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배당을 계속 요구할 수 밖에 없겠지요. 이것은 여전히 애플이 갖고 있는 불안요소입니다.

“미래는 사회과학자를 바보로 만든다”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경영학이나 경제학 등 이론적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과학자가 어떤 예측을 내놓아도 미래에 그것이 틀리면 소용 없다는 이야기겠지요. 애플에게 했던 전문가들의 이런 조언들이 결국 잘못된 이야기라는 것 또한 현 2011년을 살고 있는 우리들은 쉽게 알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당시 애플에게는 결코 웃고 넘길만한 조언들이 아니었지요.

이러한 조언들을 거부하고 옳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결국 경영자의 몫입니다. 이런 조언들을 따라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 않고 나름의 철학과 확신대로 결정을 내린 잡스의 능력이 지금의 애플 제국을 이루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막대한 영향을 끼쳤던 그가 언젠가 떠나고 나면 애플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애플의 미래이자, 애플의 불안 요소는 모두 스티브 잡스에게 달려있는 느낌입니다.

덧. 개인적으로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찬양도 비판도 아닌 “능력은 존중하지만 상사로서는 최악이다”라는 생각만 갖고 있습니다. =_= 애플과 그가 하는 행동들이 마음에 안드는 부분도 많지만 한가지 분명한건 그가 떠나고 나면 IT 세상은 참 재미없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덧2. 마지막 이야기는 배당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청산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는게 더 적절하겠군요ㅠ 수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