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사용자는 안드로이드 사용자보다 보안에 신경을 덜 쓴다

이것도 어째 매년 보는 이야기인 것 같긴 하지만 아이폰 사용자가 안드로이드 사용자보다 보안에 덜 신경 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 자체가 보안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나온거니 그냥 재미로 볼 수준이며 신뢰는 어렵습니다.

다만 결과가 좀 재밌긴 한데, 요약하자면 아이폰 사용자는 자기가 쓰는 폰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온라인에서 무모한 행동을 한다는 겁니다. 아이폰 사용자는 안드로이드 사용자보다 7% 정도 더 “그냥 더 저렴하다는 이유로 이상한 사이트에서 물건을 산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역시 5% 정도 더 많은 아이폰 사용자가 온라인에서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보안 습관 측면에서도 아이폰 사용자는 안드로이드 사용자보다 더 안일한 경향을 보였습니다. 자신의 핸드폰에 보안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느냐는 질문에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29% 정도가 설치했다고 답했고, 아이폰 사용자는 21%만 설치했다고 답했습니다. 계정마다 다른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비율도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41% 였는데 아이폰 사용자는 35%에 그쳤다고 합니다.

기사에도 이야기하지만 이는 “아이폰은 안전하다”는 소비자 인식에서 비롯된 잘못된 습관 탓이 큽니다. 애플은 iOS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고 안전한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앱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광고하고 있죠. 그러면서 사용자들이 폰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을 갖게 되고 온라인에서 더 위험한 행동을 하거나 안일한 보안 습관을 갖게 된다는 주장입니다.

사실 이런식의 논란은 컴퓨터 쪽에서는 계속 있었습니다. 20년 전에는 윈도우가 안전하냐 맥이 안전하냐 갖고 박터지게 싸웠는데, 그때도 맥 사용자들이 윈도우 사용자보다 보안에 신경을 덜 쓴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맥이 윈도우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이야기였는데, 뭐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뭐가 됐든 일상적 보안 습관이 제일 중요합니다.

현대의 운영체제는 어떤 것이든 보안 기능이 탄탄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용자는 별도의 보안 소프트웨어 설치 없이 안심하고 써도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벽히 안전한 시스템도 없습니다. 어떤 시스템이든지 취약점은 있기 때문에 보안 습관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튼튼한 사람이라도 위생 습관이 잘못되어있다면 질병으로 고생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현대의 해킹은 시스템의 취약점을 노리거나 PC에 바이러스를 심는 것보다 피싱, 스미싱 등의 소셜 해킹 기법이 더 흔합니다. 전자는 비용도 많이 들고 뚫기도 어렵지만 후자는 해커 입장에서 훨씬 효율적이고 효과적이거든요. 소셜 해킹은 아무리 아이폰이 철벽이라고 하더라도 막을 수 없습니다. 절대로 모르는 링크는 클릭하지 않고, SNS에서도 모르는 사람의 DM에 함부로 답변하지 않는 등의 보안 습관이 현대에는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연구 결과를 내놓은 곳이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라 “핸드폰에 보안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가 있는데, PC 면 모를까 핸드폰에 백신 같은 보안 소프트웨어는 정말 의미가 없습니다. 특히 아이폰은 특유의 샌드 박스 정책으로 “앱”이 시스템 단위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설치해봐야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오히려 PC도 그렇고 안드로이드도 그렇고 수상한 보안 소프트웨어가 제일 위험합니다. 보안 소프트웨어는 일반적으로 시스템에 높은 접근 권한을 요구하기 때문이죠. 공신력 있는 회사가 아닌 곳에서 나온 무료 백신, 무료 악성 코드 제거 프로그램은 되도록 설치하지 않는게 안전합니다.

이렇게 저렇게 길게 썼지만 요약 하자면

  1. 요즘은 바이러스나 해킹보다 피싱, 스미싱이 더 위험하다.
  2. 아이폰이든 안드로이드든 피싱이나 스미싱엔 장사없다.
  3. 플랫폼보다 사용자의 일상적 보안 습관이 더 중요하다.(모르는 링크는 클릭하지 않기, 수상한 DM에 응답하지 않기)
  4. 스마트폰에 보안 소프트웨어는 불필요하다.(안드로이드는 설치해야하는 경우가 있지만)
  5. 어설픈 보안 소프트웨어는 설치하지 않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덧. 오랜만에 20년 전 PC vs Mac 논쟁을 보는 것 같은 기사라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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