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글루스 밸리의 제목만 보고 오셨다면 불행히도 이 글은 여러분이 원하는 글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조용히 뒤로가기를 누르셔도 저는 잡지 않습니다.
조명이 켜지고 한 남자가 등장합니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IT 기업의 수장인 이 사람의 손에는 전면에 큰 디스플레이만 달려있는 작은 컴퓨터가 들려있습니다. 그는 기기를 시연하면서 터치스크린으로 이런 저런 일들을 해보입니다. 그리고 이 기계가 바꾸게될 세상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습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오리가미 프로젝트라고 명명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처음 들고 나왔을 때를 연상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 이야기의 주인공은 빌 게이츠이고, 빌 게이츠가 들고나왔던 물건은 윈도 기반의 타블렛 PC였습니다. 이때가 2006년이었죠. 적어도 제가 아는 타블렛 PC라는 개념의 시작은 이때였습니다. 타블렛 PC라는 발상을 누가 먼저 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적어도 먼저 세상에 이 아이디어를 꺼낸 사람은 빌 게이츠라고 볼 수 있겠죠.
당시로서는 나름 획기적이었던 오리가미 프로젝트의 시작은 UMPC라는 제품군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많은 제품들이 출시되었습니다. 삼성의 Q1을 비롯해, 후지쯔의 P1510 이후 제품이나 소니의 UX시리즈, HP의 타블렛 PC 제품군 등 많은 주요 PC 메이커들에서 타블렛 PC가 출시되었죠. 그리고 많은 제품들이 실패했습니다. 특정 사용자 층에게는 분명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대부분 시장에서 평가는 좋지 못했습니다. 실패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바로 인텔과 마소였습니다.
초기 타블렛PC는 일반 노트북에 들어가는 펜티엄 모바일이나 셀러론 모바일을 탑재하고 있었습니다. 이 CPU들은 성능은 일반 노트북과 비슷했지만 발열과 배터리 수명에 치명적이었습니다. 한시간~두시간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배터리 지속 시간과 손에 잡고 있기도 뜨거운 발열 등은 책상에서보다 손으로 들고 다닐 일이 더 많은 타블렛 제품군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었습니다.
또한 타블렛에 적합하지 않은 운영체제도 문제였습니다. 빌이 저 기계를 들고 온 이후로 마소는 기존 윈도에 타블렛 지원을 추가하기 위해 윈도 XP 타블렛 에디션 같은 운영체제를 만들었지만 이것은 그저 터치스크린 지원을 기존 윈도에 꾸겨넣은 것에 불과했습니다. 윈도 비슷하, 윈도7 등을 통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에 타블렛 지원을 추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윈도는 여전히 마우스와 키보드에 적합한 운영체제였고, 그 위에 실행되는 애플리케이션들도 터치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부터 무려 10년이상 동안 타블렛 PC를 계획하고 만들어왔다고 주장하는 스티브 잡스와 애플은 빌과 다른 접근 방식을 택했습니다. 위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였던 CPU와 운영체제를 아예 갈아 엎어버리고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잡스는 인텔 CPU 대신 ARM CPU를, 그리고 맥OS 대신 더욱 터치에 적합한 iOS를 채택합니다. 처음엔 저도 맥 타블렛이 안나온 것에 대해 분노했지만 그의 선택의 결과가 어땠는지는 후에 시장에서 결과가 더 잘보여주죠.
마소의 PC 진영도 결국 잡스 방식의 해결 방식을 뒤늦게 따라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윈도8은 x86뿐 아니라 ARM에서 실행되며, 기존의 Aero UI 대신 타블렛에서는 터치에 더 적합한 완전히 새로운 Metro UI를 탑재했습니다. 그리고 윈도 마켓에서 판매하는 애플리케이션에 대해서도 Metro 스타일로 개발해주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마치 애플처럼 말이죠.
빌은 GUI 운영체제를 처음 등장시켰을 때처럼, 애플의 발상을 또 다시 훔쳐왔던 것일까요? “완성도는 중요하지 않아, 누가 먼저 시작하느냐가 중요할 뿐이야”(실리콘 밸리의 해적들 중 빌 게이츠의 대사)라고 말하면서 윈도 때처럼 애플보다 타블렛 PC를 먼저 출범시켰지만 이번만큼은 실패해버린 것일까요? 그냥 우연히 컴퓨터 업계의 두 리더가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일까요? 글쎄요.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
분명한건, 시장에서 답은 이미 한번 나왔다는 것이고,
누군가는 예전의 문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는 것이죠.
누군가는 예전의 문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는 것이죠.
덧. 2006년 빌이 오리가미 프로젝트에서 타블렛PC를 처음 들고 나왔을 때, ‘배터리는 하루가며, 무게는 500g미만”이 될것이라 생각했다는군요. 불행히도 그 뒤에 나온 실제 기기들은 그렇게 스마트 하지는 못했죠.
덧2. 하지만 그 때와 달리 지금은 모두가 환영하는 분위기이니, 제가 엄청나게 비관적이거나 잘못보는 것일수도 있겠지요ㅋㅋ
덧3. 시리즈7 안나오는 시리즈7 욕인데 이게 왜 벨리에 올라갔엌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