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먹으러 오다 (2)

부산 먹으러 온 여행 2일차. 사실 부산에서 먹으려고 했던 것들은 첫날에 거의 달성했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편한 마음으로 먹거리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송도 제일 밀면>

원래 부산에 오면 <해운대 밀면>을 주로 가는데 이번에는 숙소 근처에서 유명하다고 하는 밀면 집에 가보기로 했다. 송도에서 꽤 유명한 밀면집이라는듯.

이곳은 위치부터 범상치 않았는데 아파트 상가 내에 있어서 지나치기가 쉬웠다. 가게에서 계산하고 나가면 아파트 상가 마트로 연결되도록 되어있는 신기한 구조의 가게였다. 그야말로 아파트 내에 있는 동네 가게라고 보면 될듯.

언제나 그렇듯 물, 비빔, 만두 조합으로 시켰다. 일단 양이 많다. 보통으로 시켰는데도 다 먹기 힘들 정도였다. 부산에서 먹어본 밀면 중 가장 양이 많았던듯.

물 밀면은 햔약재 향이 많이 나는 육수의 밀면이었다. 개인적으로 한약재 향이 나는 육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특별히 맛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의외로 비빔면이 괜찮았는데 여태까지 가본 부산 밀면 집은 물 밀면이 비빔 밀면보다 월등히 맛있었는데 여기는 비빔밀면이 약간 더 나았다. 개인적으로 비빔냉면 계열을 좋아하기 때문에 나쁘지 않았다.

만두도 맛있었는데 꽤 커서 역시 다 먹기엔 너무 배불렀다. 만두에 대해서 까다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부산에서 먹은 만두는 신발원을 비롯해 다 맛있었다. 물론 맛있는데만 갔으니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비빔 밀면이 맛있었고, 만두도 맛있었지만 역시 그래도 개인적으론 해운대 밀면이 좀 더 나았던 것 같다.

모모스 영도 로스터리 & 커피 바

역시 밥 먹었으니 식후 땡해야한다. 오늘의 커피는 유명한 모모스 커피를 먹어보기로 했다. 오늘 주요 여행 목적지가 태종대였기 때문에 영도 쪽에 있는 큰 모모스 커피바를 가보기로 했다.

카카오 지도에서 안내하는 길로 갔는데 길이 뭔가 좀 요상했다. 여기에 카페가 있다고? 싶을 정도. 여기는 배 수리와 유지보수를 하는 깡깡이 마을(배에 붙어있는 따개비를 떼는 소리에서 유래한 이름)이 있던 곳으로 지금도 수리할 배들이 바다에 많이 떠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선박 부품이 있는 창고도 옆에 즐비했는데 그 창고 중 하나에 카페가 있었다. 따로 간판도 없는데다 밖보다 안이 어두워서 모르고 지나칠 뻔 했다. 진짜 여기가 카페라고?

카페 맞았습니다.

밖과 다르게 안 쪽은 세련된 카페였다. 알고보니 모모스 커피의 제조 공장이랑 같이 커피 바를 운영하는 곳이었다. 뒤 쪽에는 공장 기계가 돌아가는 것을 투명하게 만들어서 커피 공정, 제조 공정을 다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카페 위쪽에는 사무실도 볼 수 있도록 투명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카페가 신기해서 산업 스파이 마냥 여기저기 찍고 다녔다. 신기한 구조만큼 주문하기도 어려웠는데 커피바 왼쪽 끝에서 주문하고 커피 바에서 받아가는 시스템이었다. 따로 설명도 안내도 안해줬다.

오늘의 커피. 역시 디카페인 커피와 메뉴 중 가장 비싼 커피를 시켜봤다. 여기는 첫날 갔던 카페와 달리 디저트도 판매하고 있어서 같이 먹을 수 있었다. 참고로 저거 다 합쳐서 송도에서 먹은 밀면보다 더 비쌌다. 가장 비싼 커피 기준으로 커피 한잔이 밀면보다 훨씬 비쌌다.

맛은 역시 유명한 만큼이었다. 커피 맛은 이제 막 맛들려서 알아가는 단계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먹어도 훌륭한 커피였다. 디카페인 커피는 디카페인임에도 커피 맛이 상당히 진한게 인상적이었고, 비싼 커피(이름은 못 외웠다..)는 산미가 있는 과일향이 인상적이었다. 그를 보조하는 케이크도 꽤 맛있었다.

하지만 역시 가격이 너무 비쌌다. 커피를 먹으면서도 이 시공간 자체가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치가 우리 같은 뚜벅이들에게 접근하기 좋은 곳도 아니었고 간판도 없는데 커피 한잔의 가격이 10,000원을 넘어가는 곳. 평일 점심 시간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즐기는 곳. 커다란 선박과 선원들이 있는 바깥과 달리 안쪽은 세련되고 쾌적하다. 이곳만큼 사치스러운 대비를 주는 공간이 또 있을까?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사치스러운 공간을 좋아한다. 오히려 서울에서는 불가능한 여유가 느껴지는 이 시공간이 좋았다. 꽤 오랫동안 비싼 커피를 맛보며 머물렀다.

태종대

먹거리는 아니지만 오늘의 메인 코스인 태종대를 왔다. 영도에 있어서 금방 갈 줄 알았는데 영도 모모스 커피에서도 버스 타고도 한시간 정도를 가야 갈 수 있었다.

태종대는 아주 어릴 때 와보고 처음 와본다. 그때는 꽤 고생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냥 버스타고도 금방 올 수 있었다. 물론 전망대를 비롯한 다른 장소는 태종대 안에 있는 코끼리 열차를 타고 가야했다.

전망대 가는 길에 바다가 보였다.

태종대 전망대에서 본 풍경. 그야말로 바다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망망 대해를 볼 수 있었다. 태종대는 대부분 절벽이다보니 어딜봐도 이렇게 깔끔한 바다 전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바다와 색감이 잘 어울리는 영도 등대
아직도 바다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는 망부석

사진을 봐도 알겠지만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았다. 장마철이라고 해서 사실 비오는 날 계획까지 잡아놨었는데 그게 무색하게도 구름 한점 없는 날씨였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해가 내리쪼였다. 알고보니 남부지방은 폭염주의보였다고. 지난 번 성산 일출봉 때도 그랬지만 어디 올라갈 때마다 왜 폭염주의보가 내리는걸까.(이런 날씨가 사진은 잘 나온다)

태종대 근처에는 태종사라는 절이 하나 있는데, 이 곳은 수국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근데 마침 6월 말에서 7월 초가 수국이 개화하는 시기라고. 타이밍이 딱 좋아서 태종사는 반드시 들리기로 했다.

태종사는 생각보다 작은 절이었다. 절 자체는 크진 않았지만 역시 곳곳에 피어있는 다양한 색의 수국이 포인트였다.

아쉽게도 수국이 만개하진 않았다. 6월말부터가 철이라고 하지만 이번에는 좀 늦게 피는지 여기에서 매년 열리는 수국 축제도 7월 5일부터 열린다고. 그래도 여기저기 수국이 많이 피어있어서 사진을 엄청나게 찍었다. 의외로 잘 안알려진 장소 같았는데 여기도 충분히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였던 것 같다.

<국제시장 국제통닭>

저녁은 이번 여행의 또 하나의 체크리스트 중 하나였던 국제 시장에 있는 국제 통닭. 이 곳은 집 근처에도 체인점이 있는데 평소에 자주 먹는 곳이라서 본점에서 먹어보고 싶었다. 본점은 이름대로 국제시장 안에 있다.

정확히는 국제시장과 부평시장 사이에 있는데 주변에 닭 집이 많았다. 막상 와보니 프랜차이즈 본점 같지 않은 그냥 시장 안에 있는 치킨집 느낌? 이었지만 내부의 지점 현황 표를 보니 우리 동네에서 먹었던 그 곳이 맞았다.

집에서 먹었던대로 후라이드 치킨과 깐풍 치킨 조합으로 먹었다. 양이 많이 나왔는데 워낙 좋아하는 치킨이라 거의 다 먹었다. -_- 집에서 배달로 먹었을 때랑 전반적으로 비슷한 맛이었는데 역시 본점은 설계자의 의도를 알 수 있을 것 같달까. 특히 깐풍 치킨이 훨씬 깐풍기 맛이 나는게 마음에 들었다.

치킨 집은 다른 곳도 그렇듯이 야구를 틀어놓고 있었는데 하필 롯데 자이언츠가 경기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기다가 몇번 홈런을 맞고 지고 있다가 무승부가 되는 등 엎치락 뒤치락 했는데 홈런을 맞을 때마다 가게 안은 살벌한 정적이 흘렀다. 하필 TV 바로 앞에 앉아서 먹느라 뭔가 시선이 따가웠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도.

국제시장과 부평시장 일대는 그냥 전통 시장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엄청 번화가였다. 길 가다가 오락실 앞에 뜬금없이 심슨 가족이 있어서 찍어봤다.

마지의 옷 색깔이 이상하지만..

갑자기 심슨으로 둘째 여행 날도 마무리. 내일 서울로 돌아간다. 이번 여행은 짧지만 그래도 지금까지는 목적에 맞게 잘 먹고 잘 보고 다닌듯. 원래 부산에 올 때마다 바다 멍했던 것 같은데 어찌 이번에는 숙소에서 바다 멍한 시간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여유로운 여행을 하는 스타일이지만 여행을 많이 하다보니 이런 여행도 나쁘지 않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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