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먹으러 오다

또 부산에 왔다. 6월에는 여행 계획이 여러가지로 꼬이면서 여러 일정이 취소되었기에 그냥 급하게 일정을 잡아서 왔다.

이번 여행은 먹으러 온 여행. 올해만 부산에 세번째인데 지난번 여행 때 먹지 못했거나 서울에서 생각 났던 것들을 다시 먹으러 왔다. 딱히 일정도 없이 그냥 먹으러 -_- 이번 글은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먹었던 것들 중심으로 써보려고 한다.

부산역 돼지국밥 <왕돼지집>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이기도 했던 곳인데 부산에 올 때마다 먹으러 오는 곳이다. 부산역에는 본전 돼지국밥이나 신발원이 더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곳이 가장 많이 생각 났었다.

부산 차이나타운 내 시장 골목 끝쪽에 위치한 오래된 가게인데 돼지국밥도 돼지국밥이지만 수육 백반이 정말 맛있다. 여기에서 먹고 서울에서 비슷한 곳을 찾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수육 백반이라는 메뉴가 잘 없고(보쌈이 가장 비슷하지만 보통 보쌈을 밥이랑 먹진 않으니..) 있다고 해도 그 맛이 영 아니었다. 부산역 근처에 있는 유명한 본전 돼지 국밥에서도 수육 백반을 먹었지만 여기만 못했다.

이 곳 수육 백반의 포인트는 얇고 부드러운 식감의 돼지고기. 그리고 닭곰탕 같은 맑은 스타일의 돼지 국밥도 포인트다. 국밥은 너무 깔끔해서 현지에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모양이지만 수육 백반은 정말 추천할만하다.

오래된 가게 답게 저렴한 가격도 장점. 수육 백반 대자는 10,000원인데 얇은 고기가 3층으로 나온다(…)

시장에 있는 가게다보니 선뜻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데 아쉽게도(?) 요즘 알음알음 소문이 퍼져서 관광객들도 슬슬 찾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옆 테이블에 일본인들이 있었다.

여긴 오늘 오자마자 먹었는데 아무래도 마지막날 한번 더 먹을 것 같다. 돌아갈 때도 부산역으로 와야하니까.

중앙역 근처 필터 커피, <마크 로스터스>

수육 백반을 먹고 식후땡을 위해 카페를 찾기로 했다. 차이나타운 내에는 구 백제 병원 내에 카페가 있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카페를 찾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부산역 차이나 타운 쪽에는 생각보다 카페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어쩌다보니 중앙역까지 걸어갔는데 거기에서 발견한 집이 바로 이곳이다.

마크 로스터스는 주인 혼자 운영하는 카페로 생각보다 작은 카페다. 찾아서 갔음에도 그냥 지나칠 뻔했을 정도로 작은 카페였다. 그래도 공간은 주인의 개성이 보이는 소품으로 구성되어있어서 좋았다.

커피 두잔에 디저트를 하나 먹고 싶었는데 이 카페는 커피 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면 얼마 전 여의도에서 갔던 카페도 이렇게 커피만 파는 곳이었는데 요즘은 이런 곳이 유행하는듯.

요즘 커피에 맛들려서 이것저것 먹다보니 이렇게 원두를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곳을 주로 가게 되는 것 같다. 디저트가 없는 대신 커피 과자를 같이 주셔서 쓴 커피만 먹었을 때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나는 주로 디카페인을 먹다보니 이런데 와도 원두 선택권이 적은데 여기에서도 디카페인 원두는 하나 밖에 없었다. 콜롬비아 디카페인 원두였는데 원래 이름이 너무 길어서 기억은 안난다. 맛이 있었는데, 시럽을 넣으니 향이 더 잘 올라와서 좋았다.

일행이 먹은 커피는 장미 향과 리찌 같은 과일향이 나는 커피였는데 호불호가 갈릴만한 맛이었던 것 같다. 나는 좋았지만 일행은 별로였던듯. 그래도 커피 먹은지 얼마나 됐다고 커피에서 나는 이런저런 맛을 느끼게 된게 신기하다.

<이재모 피자> 본점

지난 번 부산 여행 때 뜻밖에 가장 맛있게 먹었던 메뉴는 피자였었다. 그 때 먹었던 피자 맛을 못 잊고 이번에 다시 와서 먹었다. 지난 번은 서면 쪽 지점에 가서 먹었는데 이번에는 본점에 와서 먹었다.

서면에서도 맛있게 먹었는데 본점 피자가 좀 더 나은 것 같았다. 이번에도 지난 번처럼 엄청 맛있게 먹었다.

여기 피자는 생각보다 특별한 맛이 아니다. 예전 피자헛 같은 프랜차이즈 피자집 맛이 제대로 나는 맛이랄지. 옛날 피자집이 비싼 외식 메뉴였던 시절의 맛이난다. 뭔가 특출나게 맛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도우가 맛있고, 맛있는 치즈가 많고 토핑도 지나치지 않고 토마토 소스도 제대로 만든 맛이 난다. 즉 내가 피자서 기대하는 맛이 “제대로”난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냥 특징 없는 옛날 피자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사실 그게 먹고 싶은 거였다. 요즘은 동네에도 피자집이 넘쳐나는데 생각보다 이렇게 만드는 피자집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특히 요즘은 떡 같은 질감의 배달 피자가 많아지는듯해서 아쉽다.

베이커리형 어묵 카페의 시초, <삼진어묵>

대체 몇끼를 먹는 건지 모르겠지만(…) 마지막은 삼진어묵이었다. 부산에 처음 왔을 때 고래사 어묵을 처음 보고 대전의 성심당 같은 스타일의 어묵 집이라는 것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는데, 사실 베이커리형 어묵 카페는 <삼진어묵>이 최초라고 한다.

삼진어묵을 비롯한 부산 어묵 업계는 침체기였는데, 경영진의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이런 새로운 시도를 거듭한 끝에 부산 어묵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오히려 실적 자체는 이전보다 더 좋아졌다고.(자세한 내용은 아래 동영상 참고)

어쨌든 고래사 어묵과 비슷하지만 오히려 원조라고 볼 수 있는 삼진어묵 어묵 카페였다. 다만 고래사 어묵과 달리 매장에서 먹을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고 포장해서 먹을 수 있었다. 또 고래사 어묵은 어묵으로 만든 우동 같은 매장에서만 먹을 수 있는 여러가지 메뉴도 같이 팔았지만 삼진 어묵은 그냥 어묵만 포장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론 좀 아쉬웠다.

물론 이미 너무 많이 먹은 상태였으므로… 적당히 포장해서 숙소에 와서 먹었다.

경단 형태의 어묵과 대표 메뉴인듯한 고추 튀김과 통새우 어묵을 각각 구매했다. 확실히 맛있었다. 어묵의 완성도는 고래사 어묵보다 나은 것 같았다. 고래사 어묵이 어묵으로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곳이라면 삼진 어묵의 어묵은 어묵 자체의 맛이 꽤 괜찮았다.

그냥 안주 정도로 적당하게 사왔다고 생각했는데 양이 많았다(…) 결국 다 먹진 못하고 숙소 냉장고에 보관해야했다.

이렇게 하루종일 먹기만한 여행 첫날을 마무리했다. 원래 여행할 때 숙소에 투자를 하는 편인데 이번 숙소는 지금까지 여행 중 가장 저렴한 숙소인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교통비와 식비보다 더 저렴할듯. 위치가 송도이긴 하지만 해변이 아니라 공장 지대에 있어서 저렴한 것 같다. 그래도 오래된 것치고 관리도 잘 되어 있는 편한 숙소였다.

뷰를 포기하긴 했지만 그래도나쁘지 않았다. 다만 아쉽게도 저층이라서 뷰를 제대로 보긴 어려웠다.(저 사진은 옥상 정원에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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