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에게 맥을 사달라고 설득하는 방법

애플에서 이상한 광고를 시작했습니다. 이름하여 “부모님에게 맥을 사달라고 설득하는 방법”

대학에 입학하는 자녀가 부모님께 맥을 사달라고 하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강의 영상입니다. 물론 애초에 진지한 내용은 아니지만요.

요즘 애플은 맥(주로 맥북 에어)을 대학생들에게 판매하기 위한 여러 광고를 하는데 이젠 아예 대놓고 부모님에게 사달라고 광고를 하는군요. 물론 영상 전체적인 분위기를 봐도 농담이란 생각이 더 강하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시대가 바뀌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예전에 맥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보면(특히 미국) 자기가 맥을 처음 산 경험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대부분 “가난했던 학생 시절에 뼈 빠지게 알바해서 샀던 첫 컴퓨터가 맥이라 더 소중했더라..”는 경험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글들이었죠. 뭔가 우리가 아는 미국 문화스러운 이야기들이죠. 실제로 애플과 맥은 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미국 대학생들의 상징 같은 아이템이기도 했구요.

생각해보면 저도 제가 돈 벌어서 샀던 첫 컴퓨터가 맥북 에어 (2010)였습니다. 그래서 M2를 쓰고 있는 지금도 맥북 에어에게 가지는 애착이 좀 있는 편이죠.

그런데 이제는 그 애플이 대학생들에게 “엄빠한테 사달라고 하세요!”라고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적 나이는 점점 어려지다보니 시대가 바뀐거겠죠.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지만 이런건 웬지 맥북을 끼고 다니는 미국 대학생들의 쿨한 느낌이랑은 거리가 먼 것 같아요.

광고에서 나온 프리젠테이션 양식?은 실제로 애플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키노트 뿐 아니라 구글 Docs, 파워포인트 용으로도 배포하고 있습니다.(용량이 400MB가 넘습니다. 주의)

https://www.apple.com/education/college-students/#presentation

슬라이드 자체도 웃기면서도 꽤 현실적으로 써져 있어서 저라도 자녀가 이런 슬라이드를 한다면 한대 사줄 것 같기도 합니다. M4 맥북 에어 정도면 사실 노트북 가격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가성비기도 하니까요.

분량도 상당하고 생각보다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 빨갛게 표시된 부분의 설명을 읽어보면 “부모님이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것을 언급함으로써 Guilty Pleasure(소비를 하면서 찔리는 마음) 를 자극해라” 라는 지침이 있습니다. [candles] 자리에 부모님이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무언가를 쓰라는거죠. “달로 환산하면 이 정도 비용도 안되는데 당신이 사랑하는 나를 위해 이 정도도 못해주냐” 라고 설득하라는 전략입니다.

어쨌든 농담이라면 재밌으면서도 대학 졸업한지 15년 째인 제 입장에선 뭔가 약간 억울한 느낌도 드는 광고네요. 애플이 진행한 광고 중 Get a Mac 같은 느낌의 광고지만 뭔가 좀 더 괴상한 느낌. 이런건 또 처음 보는군요.

덧. 이거 쓰다보니 약간 억울함이 생겼습니다. ‘나는 대학생 때 저런 프레젠테이션을 했으면 부모님이 사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 같은 경우 2010 맥북 에어를 제 돈주고 사왔을 때 돈 아깝다고 환불하고 오라고 온갖 소리를 다 들었었거든요. 지금도 기억나는 2010년 크리스마스 다음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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