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마지막 여행지인 베를린에 왔다.
숙소 근처 역에서 내리자마자 신기하게 생긴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로딩이 되다가 중단된 게임 속 건물 같은 느낌?
이 건물은 카이저 빌헬름 성당인데 2차 세계대전 중에 건물 일부가 파괴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이 성당은 완전히 복구할 수도 있었지만 전쟁의 참혹함을 잊지 않기 위해 손상된 형상을 최대한 유지하는 방향으로 복구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성당 가까이에서 보면 포탄의 파편 자국도 그대로 남아있고 중앙 유리창도 날아가 있는걸 볼 수 있다.
물론 전쟁 직후 파괴된 상태 그대로 방치해놓은건 아니고, 파괴된 상태를 최대한 무너지지 않고 유지하는 방향으로 복구 공사를 했다고 한다. 즉 애초에 이 모양을 유지하도록 공사한 것.
성당 내부의 천장에도 금이 가 있는 부분을 보수한 흔적이 보인다.
전쟁의 참상과 죄를 잊지 않기 위해 참혹한 성당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해놓다니 독일 사람들은 반성도 독하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독한 반성의 자세를 잘 보여주는 건축물이 바로 아래에 있는 유럽에서 학살된 유태인을 위한 추모비다.
작은 공원 같은 곳에 이름 없는 검은 비석들이 쌓여있는데, 비도오고 추운 날씨였음에도 이 곳을 방문하는 독일인이 많았다.(심지어 일요일인데도 대학생들이 기념관에 줄을 서 있었다.)
이번에 방문한 유럽 여러나라들 모두 많은 나라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지만, 독일만이 과거의 죄를 직면하고 여전히 반성하고 사과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반면 영국은 그 흔적을 자랑스럽게 박물관에 전시하고 있고(…)
반성 투어 다음은 동독 투어. 그 다음에 간 곳는 “체크포인크 찰리”였다.
체크포인트 찰리는 동베를린과 서베를린 사이에 있던 미군측 검문소 중 한 곳으로, “찰리”라는 이름은 C를 의미한다. 즉 검문소 C이다.
현재는 동독측 검문소는 안남아있고 미군측 검문소만 남아있다. 2024년 기준 지금은 이제 동베를린이 어디였고 서베를린이 어디였는지 구분이 잘 안되고 이 검문소만 남아있다.
유명한 베를린 장벽도 이젠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듯. 예전엔 가짜 베를린 장벽 파편을 기념품으로 파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차라리 종로에 가는게 온전한 베를린 장벽을 볼 수 있는 방법일거다.
그 다음 간 곳은 텔레비전탑. 이 탑은 동독에서 기술과시를 위해 지은 탑으로 TV 송신을 위해서 쓰이는 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남산타워와 기능과 그 위상이 비슷하다고 보면 될듯.
그 외에도 베를린 돔이나 박물관 섬 등 베를린 시내에서 가볼 수 있는 여러곳을 갔는데, 일부러 박물관은 가지 않았다. 이미 박물관은 루브르와 대영박물관 두개로 충분했기 때문에 뭔가 그림이나 유물은 이제 그만 보고 싶었달까(…)
박물관을 제외하니 베를린 관광은 생각보다 금방 마무리할 수 있었다. 유럽 여행 20일쯤되니 여행에도 이골이 나는건지..
아 참, 베를린에 와서도 먹을거 때문에 당연히 고생했다. 초반에 파리에 먹을거 없다고 막 그랬었는데 파리에게 미안하다(…)
파리는 그나마 맛있는 것들이 있었지만 런던은 먹을거에 관심이 없는 느낌이고, 독일은 식문화가 너무 단조로운 느낌이었다. 좋게 말하면 전반적으로 건강하게 먹는다는 느낌? 독일에 와서 보니 한국인들이 너무 자극적으로 먹는게 아닐까? 하는 반성까지 하게 되었다.
어쨌든 베를린 여행을 마지막으로 20일 간의 유럽 여행은 끝났다. 이제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가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일만 남았다. 이제 진짜 돌아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