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무선 헤드셋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에어팟

지난해 12월 출시되었던 에어팟은 애플의 다른 제품과 마찬가지로 유독 말이 많았던 제품이었습니다. 제품을 착용하고 있는 모양새가 우스꽝스럽다는 비판부터, 음질이 좋지 않다는 비판, 그리고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비판 등이 있었죠. 그 중 가장 심했던 것은 역시 디자인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평가와는 달리 여러 소비자 조사에서 에어팟은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어떤 조사에서는 사용자의 98%가 만족할 정도

라는 평가가 있었죠. 실제로 커뮤니티 등에서도 사용자와 아닌 사람들 간에 논쟁이 자주 있는 제품입니다.

주로 비판하는 쪽에서는 만족도는 주로 애플 매니아 들(일명 앱등이)이 구매하므로 높을 수 있겠지만 실제로 판매량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라는 예측도 있었습니다. 애플에서도 에어팟은 애플워치와 함께 기타(Others)로 분류되어 발표되기 때문에 정확한 판매량을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NPD의 조사 결과

를 보면 에어팟은 실제로 시장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것 같습니다.NPD의 조사 결과 올해 7월까지 미국내에 판매된 무선 헤드셋은 총 90만대로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2%가 증가한 수치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중 에어팟이 가장 많이 팔렸다고 합니다.(완전 무선 이어폰의 85% 점유율)미국내에서만 집계했다고는 하지만 90만대라는 수치는 상당히 적습니다. 올해 1분기에 아이폰이 5천만대 이상 팔렸던 어마어마하게 큰 시장에서 90만대라는 수치는 상당히 적습니다. 이 중에 에어팟이 1위를 했다고 해도 절대적인 판매량 자체는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진짜 의미가 있는 수치는 시장의 전체 규모가 같은 기간 대비 22%가 증가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상당히 가파르게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에어팟 출시로 인해 시장 자체가 급격하게 대중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습니다. 또한 무선 이어폰 중에서도 신규 카테고리인 ‘완전 무선 이어폰’이면서도 에어팟이 1위를 했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합니다.

무선 이어폰이라는 카테고리 자체는 거의 20년 가까이 될 정도로 꽤 오래되었습니다. 근데 신기하게도 20년 동안 블루투스 이어폰은 그다지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블루투스의 규격을 정하는 블루투스 SIG의 보수적인 정책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시장에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배터리는 너무 짧았고 음질도 문제가 많았죠. 거의 모든 면에서 유선 이어폰에 대비해 장점이 없었기 때문에 블루투스 이어폰은 소수의 매니아 층에게만 먹히는 제품이었습니다. 그런 시장 분위기 탓에 경쟁자들도 블루투스 이어폰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는 못했습니다.

에어팟은 블루투스 이어폰의 문제점을 거의 대부분 개선하여 출시되었습니다. 상당히 준수한 배터리 시간과 이어팟과 동일한 좋은 음질을 갖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선하나 없이 유닛만 존재하는 완전 무선 이어폰이었죠. 1년이 지난 지금 기준에서 봐도 상당히 미래적인 제품으로 보입니다. 블루투스 이어폰의 치명적인 결점을 보완했다는 것, 그 점 하나만으로도 소비자와 경쟁자들을 움직였고 그 결과 시장 자체의 성장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여러가지가 개선되긴 했지만 에어팟은 엄청나게 혁신적인 기술을 탑재하고 있는 제품은 아닙니다. 좌우를 무선으로 연결하는 완전 무선 이어폰은 이미 블루투스 스피커 등에 탑재되어있는 기술이었습니다. 스피커를 이어폰 유닛으로 옮겨오기만 하면 됐죠. 에어팟이 출시되기 전에 Earin이라는 완전 무선 이어폰이 출시되기도 했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제조사에서도 의지만 있다면 바로 만들어 낼 수 있었을 겁니다.


에어팟보다 먼저 출시되었던 완전 무선 이어폰 Earin

에어팟에 놀라운 기술은 없지만, 이미 존재하고 있는 기술들을 어떻게 조합해서 만들어내느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겠죠. 똑같은 무선 이어폰이지만 에어팟은 W1칩으로 배터리 효율을 극대화하여 타사대비 두배의 배터리 시간을 갖게 되었고 음질도 이어팟의 설계를 다시 바꿔 무선에서도 이어팟과 동일한 음질을 낼 수 있도록 개선하였습니다. 이미 있는 기술을 잘 조합하는 것은 바로 애플의 장기 중 하나죠.

그러고보면 에어팟은 다른 애플의 성공적인 제품들이 걸었던 공식과 거의 유사한 루트를 타고 있습니다.1) 출시 초기 격렬한 비판을 받음2) 기존 비슷한 경쟁작들이 ‘대항마’라는 이름으로 나타나지만 반응을 얻기는 어려움3)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함. 판매량이 높아지기 시작함.4) 경쟁자들도 비슷한 제품을 내놓음5) 경쟁자들의 참여로 해당 시장 자체가 성장무선 이어폰과 에어팟을 스마트폰과 아이폰으로 대체해보면 거의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겁니다.

아이폰은 출시 후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모든 전화기를 터치스크린이 달린 형태로 바뀌었죠. 맥북에어는 모든 노트북의 두께를 얇게 만들었습니다. 아이패드는 세상의 컴퓨터 절반을 키보드가 없는 컴퓨터로 만들었습니다. 이렇듯 애플의 제품은 시장 자체를 형성하고 대세를 바꿔버린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어쩌면 에어팟도 아이폰이 기존의 전화기를 모두 바꿔놨던 것처럼 모든 무선 이어폰의 형태를 바꾸고 나아가 우리가 이동 중 음악을 듣는 형태를 완전히 바꿔버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벌써 올해 나온 무선 이어폰들이 대부분 에어팟처럼 완전 무선 이어폰이라는 것을 볼 때, 이미 그 변화는 시작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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