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에 미국 법무부는 구글을 반독점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구글이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행사하여 독점을 벌이고 있으며 안드로이드와 크롬 같은 구글의 핵심 제품을 매각해야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구글이 검색엔진을 기본값으로 유지하기 위해 브라우저를 소유한 회사들에게 지불하는 비용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구글은 매년 수조 달러의 돈을 브라우저를 소유한 애플 같은 회사들에 지불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파이어폭스를 개발하고 유지보수하는 모질라도 포함되어있었죠.
모질라는 이번 소송에서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서 진술했는데 법무부의 조치가 파이어폭스 같은 브라우저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진술했습니다. 오히려 법무부의 조치가 기술 대기업의 영향을 강화시킬 뿐이라고 말이죠.
모질라가 법정에서 이렇게 진술한 이유는 구글이 지불하는 검색 엔진 기본값 유지를 위한 비용이 모질라 수익의 8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무부의 조치가 실행될 경우 오히려 파이어폭스가 사라질 위기에 처할 수도 있게 된거죠.
지난 번 글에서 이 계약으로 얽힌 구글과 모질라, 파이어폭스와의 모순적인 관계에 대해서 썼던 적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연방 지방 법원의 1차 판결이 나왔는데, 결과는 미국 법무부의 패배였습니다. 판사는 법무부가 구글에 “핵심 제품을 팔도록 과도하게 압박했다”고 판결했습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와 크롬을 매각하지 않아도 되고 검색엔진 유지를 위해 브라우저 회사들에 계속 비용을 지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구글’만’ 기본 검색엔진으로 탑재해야하는 독점 계약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이번 판결로 모질라가 우려했던 것처럼 구글로부터의 수익이 끊길 염려는 당분간은 없게 되었습니다. 사실 모질라 뿐 아니라 오페라를 비롯한 다른 경쟁 브라우저 업체들에게도 큰 문제였기 때문에 이번 독과점 판결이 법무부의 요청대로 진행되었다면 오히려 브라우저 시장에서 모든 브라우저를 말려죽이는 결정이었을겁니다. 독과점을 없애면 오히려 독과점이 진행되는 상황이라니.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모질라는 이번 판결로 한숨 돌리긴 했지만 구글은 항소를 예고 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대부분 구글의 손을 들어줬지만,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해소하기 위해 검색 데이터를 경쟁사와 공유해야한다고 판결했기 때문입니다. 구글은 데이터는 구글이 가진 핵심 자산이라 경쟁사와 공유할 수 없다며 반발했고 항소를 예고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안건에서 패한 법무부도 당연히 항소할 예정이므로 아직 이 상황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구글이 주는 돈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모질라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겠지만,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동안 모질라가 수익을 다변화하기 위해 시도했던 사업들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심지어 최근에는 Pocket 서비스도 종료했습니다. 현재 모질라에게 핵심 제품은 파이어폭스(랑 썬더버드?)만 남아있는 상황이고 파이어폭스는 무료 제품이므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주력 브라우저로 파이어폭스를 쓰고 있는 입장에서 파이어폭스가 계속 살아남았으면 합니다. 누군가는 과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 웹을 진정 자유롭게 브라우징할 수 있는 브라우저는 파이어폭스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브라우저는 크롬이거나 크롬과 비슷한 것들(크로미움 계열) 뿐이니까요.(사파리도 있긴 하나..) 구글과 애플만 지배하는 브라우저 세상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마 광고 차단 같은 확장 기능은 아예 사용도 못하겠죠.(실제로 크롬과 크롬 계열 브라우저에서는 광고 차단 확장 기능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쉽지 않은 문제인데.. 모질라가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