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에어를 구매한지도 벌써 한달이 넘었습니다. 새제품에 관심을 쏟는 특성상 요 며칠간은 다른 기기보다 에어를 주력으로 써왔습니다. 스스로를 대외적으로 애플까라고 하고 다니며 우분투 책을 쓰기까지한 사람이 맥북 에어를 샀으니 주변에서 반응은 역시 뜨거웠습니다(?) 배신자-_-라는 칭호도 있었고(드라코님) 우분투 팔아 맥을 샀다는 이야기를 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가성비 제로의 맥북을 산 된장남으로서의 취급을 받기도 했습니다.(물론 다 농담ㅋ)그러나 리눅스 커뮤니티 모임이나 오픈소스 모임에서도 맥북 에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께도 분명 매력적인 물건으로 다가온 것임에는 분명합니다. 지니 아이콘의 개발자이신 bluetux님도 에어 13인치를 쓰고 계시고 저의 리눅스 멘토이신 사쿨신님께서도 에어를 지르셨습니다. 아마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만큼의 대중화를 이루기엔 맥OS가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는 한국인지라 좀 힘들겠지만 분명 스티브 잡스의 “노트북의 미래”라는 말은 허언이 아닐만큼의 물건이긴 합니다.
애플까로서 에어를 찬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그동안 많은 노트북 제조사들과 인텔이 벌여온 삽질에 있습니다. 만약 맥북 에어에 필적할만한 물건이 다른 제조사(특히 델)에서 나왔다면 저는 분명 그것을 택하였을 것입니다. 애플이 아니라는 이유로 말이죠. 그렇지만 그런 물건은 슬프게도 없었습니다. 맥북 에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때 저는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는 노트북을 택할 때 이동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제가 전에 썼던 P1510의 무게가 990g인 타블렛 노트북이었다는 것을 본다면 이 무게에 있어서만큼은 극단적일 정도로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이동하지 않는 것은 노트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저이기에 이것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물론 무거운 노트북이나 이동성이 없는 노트북도 나름의 존재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노트북이 가벼워지려면 다음 두가지 가치 중 한가지 가치는 반드시 떨어집니다. 바로 가격이나 성능입니다. 넷북 이전에는 가벼운 미니 노트북은 항상 비쌌습니다. 그것은 그 미니 노트북에도 일반 노트북에 들어가는 부품이 그대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넷북이 나오고 아톰 프로세서가 등장한 다음에는 무게와 가격을 잡았지만 성능은 떨어지는 녀석들이 나오기 시작했지요. 저는 무게, 성능, 가격이 세가지의 균형점에서 균형을 이루는 노트북이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균형점에 있는 녀석들 중 에어는 가장 이상적이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사실 하나가 스스로도 참 불편했습니다.
에어는 가장 울트라씬 다운 노트북이라고 불립니다. 울트라씬은 인텔에서 만든 ‘넷북보다 빠르고 더 비싼 휴대용 노트북”을 총칭하는 말이지만 이 용어 자체에 에어만큼 제대로 부합하는 노트북은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씽크패드의 x300이나, 바이오 X 시리즈, 델의 아다모, LG의 x300 등이 자주 거론되지만 바이오X와 LG x300은 엄청나게 비싼 넷북일뿐이고, 델의 아다모는 코어2듀오였지만 프리미엄 마케팅으로 엄청나게 비쌌습니다.(300만원이 넘었죠) 씽크패드 x300은 에어 1세대 시절부터 계속 비교되어오던 노트북이지만 레노보로 넘어간 이후 후속작의 소식이 없습니다-_-
최근에는 LG의 P210이 에어와 자주 비교되고 있죠. 분명 프로세서만큼은 i5를 써서 코어2듀오를 사용하는 에어보다 좋지만, GPU는 인텔 내장 그래픽카드를 그대로 쓰고 있고, SSD가 아니라 하드디스크를 갖고 있습니다. 맥북 에어 11인치보다 약간 큰 비슷한 크기지만 무게는 1.3kg로 300g이나 차이납니다.(미니 노트북 세계에서는 이 300g의 무게 차이 때문에 100만원의 가격차이가 납니다.) 숫자에서 보이는 스펙은 분명 에어보다 뛰어날지 모르겠지만, 실제 사용성에 있어서 그 프로세서 성능 차이를 다 발휘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실제로 비교글을 봐도 CPU에’만’ 의존하는 작업이 아니라면 에어보다 빠르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 물론 울트라”씬”으로서의 두께 차이를 보면 에어보다 두꺼운 모습을 보여주지요.(저 방열구의 디자인은 참 미숙하달지..ㅠㅠ)
LG P210과 맥북에어, 실물로 비교해 봤더니
이제 좀 있으면 삼성에서도 에어에 대항할만한 기종이 출격한다는 소문이 있지만.. 에어를 따라가기엔 아직도 조금 먼 것 같습니다.
에어의 부품 구성을 보면 낮은 CPU에 좋은 GPU를 비롯하여 저장장치 디자인, 포트 구성까지 사용자의 사용성을 고려하였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에어를 사용할 대부분의 사용자는 프로세서의 속도에서 느껴지는 성능보다 부팅 속도, 인터넷 속도, 게임이 실행에서 성능을 체감할 것입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컴퓨터의 성능을 말할 때 숫자로 이야기하는 사람보다 부팅 속도가 몇초라거나, 무슨 게임이 잘돌아가는지로 말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조금은 오래된(제 기준으론 이것도 최신이지만) 코어2듀오 CPU를 달아놓은 대신 GPU를 쥐네마리 320M을 사용했습니다. 쥐네마리 320M은 모바일 그래픽 카드 중 고사양에 속하는 GT330M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으로 vram이 아니라 시스템의 메모리를 공유한다는 차이 외에 다른 부분은 다 똑같습니다. i3이나 i5 같은 CPU의 경우 내장 인텔 그래픽을 반드시 포함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보다 한세대 전인 코어2듀오를 달아놓은 것이죠. p210이나 삼성에서 나온다는 에어의 대항마 노트북의 GPU가 intel HD라고 되어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공간 활용이 제한적인 울트라씬 노트북에서 외장 GPU를 또 하나 달아놓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지요.
좋은 GPU 덕분에 에어에서는 스타2 같은 게임도 옵션을 낮추면 돌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GPU 의존성이 높은 맥OSX에서 전체적인 반응 속도를 높여주는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지요. 또한 상대적으로 낮은 CPU 성능은 오히려 저발열과 배터리 사용 시간 연장에 엄청난 도움이 됩니다. 프로세서에서 약간의 성능 양보를 한 대신 다른 두마리 토끼를 잡은 것입니다.
에어는 떨어지는 CPU 속도를 SSD로 커버하고 있습니다. SSD는 비싸고 용량도 작지만 부팅속도와 프로그램 구동 속도 같은 사용자 체감 성능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부품입니다. 또한 하드디스크에 비해 두께도 얇게 만들 수 있지요. 그러나 아무리 SSD를 사용해도 두께는 일정 이상 줄일 수 없습니다. 내장 SSD는 하드디스크처럼 케이스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에어의 두께를 극단적으로 얇게 만들기 위해 이 SSD의 케이스마저도 뜯어버리고 보드에 통합시켜버렸습니다-_- 주는 부품대로 만들 수 밖에 없는 다른 제조사에서 에어만한 노트북이 당분간 나오기 힘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SSD의 속도는 경이적입니다. 맥OSX의 부팅속도는 15초 정도 걸리고, 우분투의 부팅속도는(Grub 화면부터 바탕화면 뜨기까지의 속도) 10초가 채 걸리지 않습니다. SSD가 가상 메모리처럼 사용될 경우(페이징) 얻게되는 이점은 더 크겠지요. 항간에는 에어는 가상 메모리 기능을 통해 저장공간을 램처럼 쓴다고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애플은 설계부터 치밀하게 사용성을 고려했습니다. 스펙이라는 숫자 놀음이 아니라 진짜 사용자가 성능을 체감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것이죠. 이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이 부분에 있어서 애플은 다른 제조사를 크게 앞지르고 있습니다.(노키아 정도가 그 다음일겁니다.)
울트라씬 노트북 중 에어보다 얇은 노트북은 더이상은 힘들 것입니다. 이어폰 구멍과 USB 포트 사이에 남아있는 저 공간을 본다면 말이죠. 포트의 남은 공간과 이어폰 포트 옆에 있는 마이크의 구멍을 보다보면 애플의 개발자들이 불쌍해지기까지 합니다-_-체감 성능에 있어서 맥북 에어는 제 사용 패턴에 있어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최고의 성능을 내주는 모델입니다. 11인치 형은 CPU 성능이 더욱 안좋지만 그 덕분에 저발열과 배터리 수명 연장이 더 가능하거든요. 실제로 포탈 정도 되는 3D 게임을 하지 않는다면 맥북 에어의 팬은 거의 돌지 않습니다. 전 구입 전에 에어에 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사용하면서 정말 있나? 하고 다시 검색을 해봤을 정도였습니다.(CPU 성능이 높은 13인치의 경우는 팬이 약간은 도는 것 같습니다.) 숫자 놀음에서 맥북에어의 가성비는 떨어져보일지 모르겠지만 실제 사용성이라는 부분에서 맥북 에어의 가성비는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저발열에 팬이 돌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저전력이라는 의미도 되지요. 저전력이기 때문에 맥북 에어는 상당히 오래갑니다. 예전 p1510 같은 경우는 기차에서 영화를 보면 한시간이 지나면 배터리가 반도 안남았는데 에어 같은 경우는 70%정도가 남아있습니다. 5시간 간다던 p1510의 대용량 배터리를 쓸 때보다 더 오래 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동 중 포탈 같은 고사양 게임을 하면 크게 감소하긴 합니다만^^ 전력을 적게 먹기 때문에 어댑터도 아이폰 어댑터보다 약간 큰 정도입니다. 이동성을 중시하는 에어에 딱 맞는 어댑터 크기라고 할 수 있겠지요.
에어 사용기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맥OS에 대한 사용기는 왜 없을까요? 분명 제가 윈도우만 알고 있던 사용자였다면 맥OS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고 했을 것입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남들과는 다른 경험을 해본다는 것은 힘들지는 모르지만 분명 매력적인 일이죠. 그런데 저는 그것을 이미 우분투에서 해봤습니다. 윈도에서 나날이 스트레스나 다름 없었던 거의 모든 것들이 우분투를 사용하면서 대부분 해소되었습니다. 새로운 것을 사용함에 있어서 힘든 것들을 극복하는 재미난 과정들도(가상머신에 윈도 설치라든지, 오피스 프로그램 설치하든지) 이미 다 우분투에서 해봤죠. 예전에도 제가 언급했듯 우분투에서 했던 것들 대부분 맥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적응은 꽤 빨랐지만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재미는 반감되었던 것 같습니다.(그 부분에서 워낙 약한 맥OS이기도 하고)
맥을 쓰기전에는 맥OS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적대감(?)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지만, 막상 실제로 사용해보고 나니 그저 그렇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동경했던 것보다 좋지도 않고, 적대했던 것보다 나쁘지도 않은 운영체제였습니다. 그냥 또 다른 윈도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하드웨어 삽질이 필요치 않다는 점(이건 당연하지만)과 아래 같이 친절한 면에서 감동했습니다. 또한 질리지 않는(대신 바꿀수도 없는) UI 디자인도 꽤 좋았습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우분투도 예전의 리눅스들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지향해가야하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랙패드 사용법과 설정을 동영상으로 알려주는 설정 창
그럼 이제 단점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고 해도 단점은 존재하기 마련이지요. 그리고 이점을 지적해야 균형 잡힌 사용기겠죠^^ 다른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제기하는 국내 환경에 호환되지 않는 맥OSX 부분은 우분투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저에겐 단점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금속 바디에서 오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은 약간 불편한 부분입니다. 맥북 에어는 금속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바디 전체가 방열판의 역할을 합니다. 그렇지만 MagSafe를 꽂았을 경우 전체적으로 전기가 오르는 느낌이 옵니다. 이 부분은 접지 코드를 사용하면 해결된다고 하는데 접지 코드를 어디서 구하는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걸 구비한다고 해도 과연 해결될지 모르겠습니다.
에어는 유선랜 포트가 없습니다. 또한 디스플레이 포트도 상당히 폐쇄적인? 미니 디스플레이 포트를 사용합니다.(폐쇄적이라기엔 델 노트북에도 있던 포트라서..) 포트가 없다는 점은 주변 악세사리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뜻하겠죠. 그런데 이 악세사리 비용은 역시 애플!이라고 할 정도로 비쌉니다. 미니 디스플레이 포트를 VGA로 변환해주는 젠더가 무려 4만원!이나 하고 유선랜 포트도 4만원, 에어용 외장 ODD인 슈퍼드라이브는 10만원!이나 합니다-_- 잘못하다간 에어 몸값에 맞먹는 악세사리 비용이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또한 배터리가 내장이라는 것도 불안한 요인입니다. 내장 배터리의 성능은 의심하지 않지만 배터리 수명이 다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좀 깜깜합니다. 물론 애플에서는 에어에 배터리 교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역시 엄청나게 비쌉니다. 배터리가 내장이었던 아이폰3gs 사용자분들은 구매후 1년 정도 지난 지금 배터리 수명으로 고생하고 계시죠. 에어도 이에서 벗어나긴 힘들 것입니다. 사제 배터리 리필 업체에 맡기기엔 에어가 너무 정교하게 되어있고, 분해 방지 나사 같은 것도 되어있어서-_- 참 그렇습니다.
이건 저에게는 단점이 아닌 부분인데요, 에어는 기기의 특성상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합니다. 구매 당시 업글을 하지 않으면 차후 부품의 업글이 되지 않습니다-_- 저도 p1510을 쓸 때 램을 업글해서 쓰곤 했었는데요, p1510을 쓰면서 꺠달은 것은 그렇게해서 조금씩 수명 연장을 시키느니 다른 노트북을 구매하는 것이 더 싸다는 것이었습니다-_- 램 업글하고, 븥루투스도 내장시키고, 하드도 용량을 업글하려고보니 이미 원래 구매비용을 뛰어넘고 있더군요..ㅠㅠ 이 부분은 저에게 있어서 단점은 아닙니다.(제가 기본 사양을 쓰고있긴 해도)
마지막으로 저속 프로세서 때문인지는 모르곘지만 고해상도 그림이 많은 인터넷 페이지에서 끊기는 현상이 간혹 발견됩니다. 이건 버벅거린다기 보다 맥OSX에서 최적화가 약간 덜된 것이 아닐까 싶은 느낌이 드는 부분입니다. 예전에 우분투를 쓸 때도 그래픽 드라이버가 메롱일 때 고해상도 사진에서만 끊기는 현상이 발견되곤 했었기 때문입니다. Geforce 320M의 성능을 봤을 때 이런 현상은 말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우분투에서는 끊김 현상이 없었습니다.)
오랜만의 장문 포스팅을 마쳤습니다=_=블로그에 며칠 연속으로 에어 이야기인 것이 조금은 죄송하기도 하지만, 최근 우분투는 10.04에서 업글도 안해놓고 일반적인 목적으로 쓰고 있어서 그만큼 이야기가 없네요..ㅠㅠ(외국 소식이라도 가공해!) 그래도 앞으로는 새 버전의 우분투 이야기로 많이 바빠질 것 같습니다. 특히 11.04에 새로 추가되는 인터페이스인 Unity 부분은 관심 집중입니다ㅋㅋ 11.04가 나올 때쯤 제 에어도 우분투를 돌리고 있겠지요^^
(그전에 외장 ODD부터 확보해야..)
덧. 그러고보니
리누스 토발즈도 맥을 씁니다.
물론 맥OSX는 안쓰고 하드웨어만.. 그러므로 저도 배신자는 아닙니다=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