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사용하던 버티컬 마우스가 결국 망가져서 로지텍 Lift 마우스를 구매하였습니다.
원래 마우스나 키보드 같은 주변 장치는 하드웨어 명가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많이 사용했었는데 마이크로소프트가 더이상 마우스와 키보드를 만들지 않으면서 이제 선택할만한 선택지가 아쉽게도 로지텍 밖에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요즘 하이엔드 마우스 쪽은 대부분 게이밍으로 기울면서 웬만한 퀄리티의 버티컬 마우스를 찾아보기도 힘든 상태입니다. 결국 이번에도 울며 겨자먹기로 로지텍의 버티컬 마우스를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구매한 Lift 마우스. 참고로 이 마우스는 인터넷에서는 여전히 79,000원 정도의 가격에 팔리고 있는데 오히려 이마트나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오프라인 구매처에서 6만원 대에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교보문고에서 69,000원에 구매했습니다.
제가 집에서 주로 쓰는 마우스는 로지텍의 MX 버티컬 마우스이고, 이 마우스는 사실 저희 마느님이 사용할 마우스입니다. 로지텍 MX 버티컬이 손에 너무 큰 사람들에게 맞는 선택지이죠.
포장 박스에도 ‘아시안 핏’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남자 손에도 그렇게 작진 않습니다. 오히려 MX 버티컬 마우스가 서양인 손에 맞춰져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재작년 쯤에 일하다가 손목에 건초염이 와서 버티컬 마우스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쓰다보니 이렇게 많은 버티컬 마우스를 쓰고 있는 중입니다. 손목에 맞는 마우스를 찾으려다보니 결국 이렇게 많이 사버린 상태네요(…)
일단 Lift를 각각의 마우스랑 비교해보자면, 일단 마이크로소프트 어고노믹 스컬프트 마우스(왼쪽에서 두번째)와 비교했을 때는 가볍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어고노믹 마우스는 일단 AA 짜리 건전지 두개가 들어가는데 반해, Lift는 AAA 하나가 들어가다보니 무게에서 일단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또 각도도 MS 어고노믹 마우스는 버티컬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어중간한(?) 기울기인데 Lift는 완전한 버티컬 마우스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왼쪽의 세번째 네번째는 각각 제닉스의 StormX VM2, VM3 모델인데 이쪽 마우스들은 가격 자체가 Lift의 절반이라 비교가 좀 곤란하긴 합니다. VM2 같은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최악이었기 때문에 별달리 말할 건 없고, VM3랑 비교하자면 손이 작은 사람의 경우 Lift보다 VM3가 더 잘 맞을 듯 합니다.
VM3 모델은 내장 배터리라 무게도 Lift보다 가볍습니다. 다만 VM3의 경우 Lift보다 각도가 더 수직에 가깝기 때문에 호불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저희 마느님이 망가질 때까지 썼던 마우스가 VM3입니다.
사실 버티컬 마우스를 구매하려고 한다면 가장 많이 비교될만한 것은 같은 브랜드의 MX 버티컬 마우스일겁니다. 저도 주로 MX 버티컬을 쓰고 있죠.
일단 두 마우스는 버티컬 마우스라는 점은 비슷하지만 지향점이 상당히 다른 마우스입니다. 가격 자체도 MX 버티컬이 138,000원으로, 두배 정도 비싼 가격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두배 비싼만큼 MX 버티컬이 무조건 좋냐하면 그것 아닙니다.
일단 Lift는 저소음 스위치를 쓰고 있지만 MX 버티컬은 일반적인 스위치를 쓰고 있습니다. MX 버티컬은 생각보다 클릭음이 좀 큰 편입니다. 두 마우스다 그립은 실리콘 같은 재질로 되어있는데 손에서 미끄러 지지 않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MX 버티컬이 이 영역이 더 넓어서 손에 힘을 주어 쥐고 있지 않아도 더 편한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Lift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휠인데, 로지텍 MX 마스터 시리즈의 휠처럼 세게 돌리면 계속 돌아가는 휠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MX 마스터처럼 계속 돌아가는 무한 휠은 아니고 약간 어정쩡하게 중간에 걸리는 휠입니다. 감 자체는 나쁘진 않지만 매장에서 테스트했을 때는 무한 휠인줄 알았는데 약간 속은 기분이네요.
MX 버티컬은 아무래도 나온지 좀 오래된 마우스라 그런지 Lift의 휠보다는 좀 더 구식의 정직한 휠을 갖고 있습니다. 좀 어정쩡하긴 해도 휠 부분에서는 Lift가 훨씬 낫습니다.
두 마우스의 또 다른 중요한 차이는 동글인데, MX 버티컬은 유니파잉 동글을, Lift는 로지 볼트 동글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중요한건 이 두개가 서로 호환이 안된다는거죠.(같은 제조사인데 왜..) 만약 K860 같은 로지텍의 어고노믹 키보드를 쓴다면 하나의 동글로 MX 버티컬과 연결하는건 가능하지만 Lift와는 호환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요즘 로지텍에서 나오는 최신 기기들은 로지볼트를 지원하기 때문에 오히려 최신 악세사리와의 호환성은 Lift가 더 낫습니다.
개인적인 추천으로는, 저는 MX 버티컬보다는 Lift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만약 제가 K860 같은 로지텍 어고노믹 키보드를 쓰고 있지 않았거나, 제가 마우스를 구매했을 당시에 Lift가 출시되었더라면 Lift를 샀을겁니다.
가격도 절반 정도고, 휠도 약간은 더 최신 휠이 들어가 있고, 무게는 비슷한데 배터리는 더 오래갑니다.(MX 버티컬은 내부 배터리 방식인데 한번 충전시 6개월 정도, Lift는 AAA 배터리 하나로 최대 1년)
MX 버티컬이 훨씬 고급 라인임에도 불구하고 Lift와 출시 시기가 꽤 차이 나기 때문에 MX 버티컬이 무조건 더 낫다고 보기가 좀 애매해진 탓입니다.
게다가 확실히 남자라도 손이 작은 아시아인들에게는 훨씬 손에 피로도도 훨씬 덜한 느낌이랄까요. 물론 저는 MX 버티컬이 손에 익어서 더 낫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Lift가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덧. 그런데 이 마우스가 살짝 이해가 안되는 점은, 저소음 스위치를 탑재한 것까진 좋은데 마우스 옆 쪽의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로 이동하는 버튼은 저소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쪽은 오히려 클릭음이 MX 버티컬보다 더 큰 편입니다. 만약 저소음이 필요한 환경에서 구매를 고려하시는 중이라면 이 부분은 감안하셔야 할듯 합니다.(기왕 할거면 다 저소음으로 하지 대체 왜..)
덧2. 마우스의 높이 자체가 좀 낮은 편이기 때문에 손이 큰 편이라면 새끼 손가락이 바닥에 닿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는 좀 크게 설계된 MX 버티컬이 훨씬 나을겁니다. 저 같은 경우는 아슬아슬하게 새끼 손가락이 안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