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여행 이틀차, 결국 우려했던대로 감기 몸살에 걸렸다. 온도 상으로는 파리랑 비슷했는데 확실히 11월 중순 런던의 추위는 무시할게 아니었다. 낮이 짧아서 그런걸까? 파리랑 같은 기온이어도 꽤 추웠다.
거리를 다녀보니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휴지를 들고 다니고 있었다. -_-;; 과연 런던..
아픈 몸을 이끌고, 그래도 계획된 일정대로 수행하기 위해 약 기운의 힘을 빌어 숙소를 나왔다.
오늘의 여행 테마는 누구나 아는 런던 명소 탐방.
가장 먼저 간 곳은 요즘 핫한 런던 아이.
런던 아이는 런던 시내를 조감할 수 있는 대관람차로, 요즘 한국의 많은 지자체들이 관람차를 만들게한 주범이다. 파리에서도 튈르리 정원에도 대관람차가 운영중인걸 보면 나름 성공한 모델인듯.
일반적인 대관람차와 달리 하나의 크기가 상당히 큰게 특징이다. 거의 남산 케이블카만했다. 한번 탈 때도 여러 팀이 같이 타도록 하고 있다.
속도는 굉장히 느린 편. 한바퀴 도는데 한 30분 정도 되는 것 같다.
런던 아이 꼭대기쯤 올라가면 빅밴이 보인다. 런던에 왔음을 새삼 실감하게 만드는 풍경.
런던아이에서 나와서 빅밴으로 향했다. 빅밴은 런던을 상징하는 시계탑이지만, 바꿔말하면 그냥 시계탑이었다. 빅밴과 같이 있는 건물은 국회의사당이라(처음 알았다) 경찰과 군대(!)가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었다. 그래도 빅밴은 들어가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 대신 아쉬운 맘으로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으로 향했다.
웨스트민스터 성당은 영국 왕실의 성당으로 성공회 성당이다. 원래는 카톨릭 교구의 베네딕트 수도회가 사용하던 곳이었으나 엘리자베스1세가 수도승을 내쫓고 성공회 성당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메모리얼 데이였는지 여러 전쟁에서 전사한 군경을 추모하는 중이었다. 보통 십자가가 대부분이지만, 전사한 군인의 종교에 따라서 이슬람 문양, 힌두교, 불교 등의 상징을 사용한 흔적도 보였다. 나름의 포용력이라고해야할지.. 인상적이었다.
몇 달전 서울 성공회 대주교좌 성당을 방문한적이 있어서 여기가 전세계 성공회 교회의 본산이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두가지 측면에서 틀린 생각이었다.
일단 카톨릭과 달리 성공회의 교구는 국가별로 분리되어있다고 한다. 한국 성공회가 영국 성공회의 지시를 받을 이유는 없다는 것. 즉 모든 교구가 독립적이다.
또 하나는 큰 성당이긴 하지만 웨스트민스터 성당은 주교좌 성당이 아니라는 것. 급으로 따지면 서울 주교좌 성당보다 떨어지는 곳이었다. 영국 성공회의 주교좌 성당은 세인트폴스 대성당이라고 한다.
이때쯤 되니 약기운이 떨어지기 시작해 급격하게 컨디션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쉴 겸해서 성당 안에 한참 앉아있었는데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독실한 성공회 신자인줄 알았을 것 같다.
웨스트민스터는 왕들의 무덤이기도 했다. 역대 왕들의 묘가 이 성당 내부에 있었다. 헨리8세, 메리 1세(블러드 메리), 엘리자베스 1세의 무덤도 볼 수 있었다.
왕 뿐 아니라 대문호 들도 묻혀있었는데 그중 눈에 띄는건 단연 세익스피어의 무덤. 뭐 실존인물인지 자체에 대한 논쟁도 있는 인물이니 진짜 유해가 여가 묻혀있는건 아니겠지만. 그 외에 나니아 연대기 작가인 C.S. 루이스, T.S.엘리엇 등도 이곳에 있었다.
컨디션 난조로 오늘 관광은 이쯤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재미있는 음식점을 발견했다.
벤토밥이라는 한식점. 한식점이긴 한데 좀 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컵밥과 분식 중심의 음식점이었다. ‘그래 이쯤 됐으면 한식 먹을 때도 되었지 싶어서 컵밥을 구매했다.
비록 가격은 전혀 컵밥 같은 가격은 아니었지만..(두개에 4만원 가까운 정도) 그래도 반가운 마음에 잘 먹었다.
그나저나 런던도 파리처럼 외식이 엄청나게 비싸다. 파운드 자체가 비싼 것도 있지만, 마트에 비해서 외식이 엄청나게 비싸다. 대부분 유럽 유학생들이 직접 요리를 해먹는 이유를 알았달까. =_= 한국도 싼편은 아니지만 유럽은 정말 후덜덜하다.
어쨌든 감기몸살에 걸린 상태로 오늘 여행도 마무리. 일단 지금도 약 기운으로 글을 쓰고 있지만 과연 내일은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