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이스를 정말 좋아하는 저지만 의외로 스마트폰은 그렇게 자주 바꾸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이패드나 랩탑 쪽을 좀 더 좋아하기 때문이죠. 저에게 스마트폰은 여전히 조금 기능이 많은 전화기인 것 같습니다. 2008년의 노키아 때부터 치면 이번 아이폰 11 프로가 네번째 스마트폰이 되겠네요.
인터넷에 보면(특히 유투브) 아이폰 11 프로에 대한 혹평이 가득합니다. 주로 “(내가 구매하긴 했지만) 절대 사지마라”는 식의 패턴이죠. 혹평을 하더라도 그토록 수많은 유투버들이 구매하긴 했으니 애플이 확실히 돈을 잘 벌긴 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폰 11 프로가 정말 그렇게 안좋은 폰일까요? 저도 그런 후기들 때문에 고민을 많이했지만 실제로 구매한 후에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는데요, 변화는 적을지 몰라도 기본기가 거의 완벽에 다다른 좋은 스마트폰이란 생각이 듭니다.
완성형 아이폰X 디자인
아이폰 11 프로는 아이폰X 이후 같은 디자인으로 출시된 세번째 아이폰입니다. 사실 디자인의 변화는 거의 없다보니 혁신이 없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이폰X 디자인의 폰이 이제야 비로소 완성되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3년째 봐와서 재미없는 디자인이긴 하지만 나무랄 데도 없는 디자인이랄까요.
아이폰 11 프로는 11과 달리 후면에 무광 유리를 배치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아이폰 11 프로 디자인에서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마치 맥북이나 아이패드 등에서 쓰이는 아노다이즈된 알루미늄 마감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죠. 유리인데 금속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재밌습니다. 반면 지금까지 써왔던 아이폰 7 플러스 제트 블랙은 금속인데 유리 같은 느낌을 주고 있죠. 어딘지 한바퀴 돈 느낌입니다.
색상은 망설임 없이 스페이스 그레이를 선택했습니다. 새로 추가된 미드나이트 그린도 인기있지만 전 처음부터 스페이스 그레이였습니다. 바로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워치의 색상을 깔맞춤하기 위한 것이죠. 유리임에도 아이폰 11 프로는 알루미늄 외장의 스페이스 그레이 아이패드 프로와 잘 어울립니다.
아이폰 11 프로는 저에겐 4년만에 돌아온 레귤러 사이즈 아이폰입니다. 그동안 플러스 모델을 써왔다보니 손에 감기는 맛이 다릅니다. 하지만 이전 세대의 아이폰에 비해 두께도 무게도 무거워졌습니다. 아이폰 11 프로의 무게는 아이폰 7 플러스의 무게(188g)와 같습니다. 아이폰 7 플러스에 비해 부피가 줄어든 것을 보면 무게는 확실히 늘어난게 체감됩니다.
두께도 두꺼워져서 이전 아이폰 들에서 보이던 날렵한 느낌은 없지만 튼튼해보입니다. 실제로 만지고 있으면 상당히 딴딴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애플에서도 가장 튼튼한 폰이라는 이야기 했죠. Jerry Rig Everything 등의 영상을 보면 특히 후면의 무광 유리는 열쇠로 긁어도, 사포로 긁어도 스크래치가 잘 나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다고 합니다.
후면의 무광 유리에 비해 전면 유리는 기스에 취약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부분은 아직 판단을 보류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이폰 11 프로를 두 대를 써봤는데 한대는 이틀만에 기스가 났고 한대는 1달이 넘어가는 지금도 스크래치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느낌은 이전 세대 아이폰보다 더 특별히 스크래치가 잘 난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인덕션이라고 불리는 카메라 디자인은 일부러 카메라가 도드라지도록 전진배치했습니다. 그동안 스마트폰 카메라에서 보여주지 않는 공격적인 디자인이죠. 인덕션으로 보이긴 하지만 실제로 보면 상당히 아름답게 마감되어있습니다. 이게 이미지로는 잘 안드러나는게 아쉽네요. 무광의 스페이스 그레이와 유광의 번쩍거리는 세개의 카메라의 조합은 마치 옛날 아날로그 카메라처럼 메카닉한 느낌을 주는게 마음에 듭니다.
Pro-like 카메라
아이폰 11 프로는 3년째 같은 디자인을 사용하고 있는 대신 내부는 꽤 많은 부분이 바뀌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카메라입니다. 사실 아이폰 11 프로는 디자인에서도 말해주듯 카메라를 상당히 강조한 스마트폰입니다. 최초로 아이폰에 “프로”라는 명칭이 달리게 된 이유도 바로 카메라 때문입니다. 아이폰 11 프로는 프로페셔널 사진가도 사용할 수 있는 전문 카메라 기능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폰 11 프로 카메라는 세가지로 구성되어있는데 일반 광각, 망원, 초광각 렌즈입니다. 이 세가지의 카메라가 각기 다른 렌즈를 갖고 촬영을 하게되죠. 이 세가지 카메라는 확대 기능을 통해 전환할 수 있는데 각각 전환되는 효과가 자연스럽습니다. 카메라는 세개지만 마치 하나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같은 자리에서 광각, 망원, 초광각으로 찍어봤습니다.
광각 카메라는 스펙상 가장 좋은 카메라인데 나무랄데 없는 사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른 아이폰에서 보던 그 사진과 동일한데 모든 면에서 나아진게 보입니다.
망원 카메라는 아이폰 11 모델에는 없는 카메라죠. 광각 카메라에서 두배 줌하는 것으로 쓸 수 있습니다. 망원 카메라는 아이폰 7 플러스에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고 자주 쓰는 카메라입니다. 가장 눈에 보이는 것과 비슷하게 찍히기 때문입니다. 이 사진도 실제로 보는 것과 가장 비슷하게 찍힌 사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왜곡 또한 가장 적습니다. 또 망원 카메라는 인물 사진 모드에서 피사체와 배경을 분리하는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초광각 카메라는 아이폰 11 모델에도 있는 카메라로 가장 재미있는 카메라입니다. 시야를 엄청나게 확장해서 아주 넓어 보이는 것처럼 찍을 수 있는 카메라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다방이나 직방, 피터팬과 같은 사이트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초광각 카메라는 뭔가 상당히 프로페셔널한 사진을 찍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디테일이 많이 뭉개지는데 세 카메라 중 가장 안좋은 스펙의 카메라입니다. 심지어 초점이 고정되어있기 때문에 초광각은 정말 풍경 목적으로만 적합한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진보다는 동영상 기능이 더 인상 깊었는데, 동영상은 정말 ‘프로’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일단 세가지 카메라에 모두 OIS가 들어있습니다.(일반 광각은 좀 더 향상된 OIS가 탑재) 걸어다니면서도 별도 장비 없이 부드러운 영상을 찍을 수 있죠. 게다가 4k 60fps로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데 정말 화질이 좋았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카메라에 대해 지식이 별로 없어서 표현할 말을 못 찾겠지만 요런 손바닥만한 장치로 이 정도 화질의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니.. 기술 발전이 새삼 느껴지더군요.(근데 동영상은 이글루스에 바로 올릴 수는 없군요 ㅠㅠ)아이폰 11 프로는 카메라의 하드웨어 스펙 뿐 아니라 구글 픽셀처럼 소프트웨어 프로세싱을 거치는데 대표적인 부가기능이 바로 나이트 모드입니다. 쉽게 말해 야간 사진 모드인데요, 사진을 찍은 다음 다른 카메라에서 받아들인 정보로 아이폰이 야간 사진으로 보정해줍니다. 마치 장노출하는 것처럼 노출 시간을 정할 수도 있습니다. 노출시간이 길어지면 더 밝은 사진이 나옵니다.
나이트 모드는 아이폰 11 프로의 카메라 기능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데요, 빛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찍어도 거의 초저녁의 어스름처럼 나옵니다. 야간 사진을 찍으면 항상 노이즈가 끼고 뭉게지는게 짜증나는데 아이폰 11 프로는 그런게 거의 없습니다. 나이트 모드는 잘 활용하면 전문가가 찍은 사진에 근접하게도 찍을 수 있겠더군요. 나이트모드를 활용해 별 사진도 찍을 수 있었습니다.
iOS 13.2에서 추가된 딥퓨전(Deep Fusion) 기능도 소프트웨어 프로세싱 기능입니다. 딥퓨전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사진의 디테일을 추가 보정해주는 기능인데 조명이 적은 환경(주로 실내)에서 찍은 사진을 마치 고해상도 카메라로 찍은 것처럼 디테일을 보완해주는 기능입니다. 딥퓨전 기능은 따로 설정이 없어서 인지하기 어려운데, 주로 실내에서 망원 렌즈로 찍으면 딥퓨전이 활성화됩니다.
딥퓨전으로 찍은 사진과 그냥 찍은 사진을 확대해서 비교해보면 딥퓨전으로 찍은 쪽이 훨씬 화질이 디테일하게 찍혀 있는 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이 기능은 주로 실내에서 디바이스 리뷰를 할 때 사용하거나 음식 사진을 찍을 때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폰 11 프로의 카메라는 DSLR 급이다!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사진에 대해 문외한이 제가 봐도 프로페셔널한 사진을 찍기에 충분한 재원인 것 같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DSLR 카메라를 대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과 전화가 되는 하이엔드 카메라가 130만원대라고 하니 웬지 싸게 느껴지네요.(현실 왜곡장의 피해자)
(아이패드) 프로급 배터리
아이폰 11 프로를 쓰면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배터리 성능입니다. 그동안 아이폰은 두께를 얇게 유지하기 위해 배터리 소모량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 11 라인은 전체적으로 배터리 용량을 물리적으로 늘려버렸습니다. 특히 아이폰 11 프로 라인은 XS 대비 50% 정도의 배터리 용량이 늘었습니다. 아이폰 11 프로의 늘어난 무게와 두께가 바로 이 배터리 때문입니다.
늘어난 무게와 두께 이상으로 아이폰 11 프로의 배터리 성능은 진정 발군입니다. 아이폰 7 플러스를 처음 샀을 때만해도 배터리 시간이 거의 아이패드 급이라고 놀라워했던 것 같은데 아이폰 11 프로는 체감상 아이폰 7 플러스보다 오래가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패드 프로 3세대만큼 지속되거나 혹은 더 오래 지속되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강도로 사용하면 아이패드 쪽의 배터리가 더 걱정될 정도. 아이패드보다 오래간다고 느낀 최초의 아이폰인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이폰은 아무리 덜 써도 보통 퇴근 후에는 바로 충전해야하는 느낌이지만 아이폰 11 프로는 현재까지 퇴근 후에도 60% 이하로 내려간적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빡세게 써도 배터리가 안심이 되다보니 삶의 질이 달라지더군요. 출퇴근하는 목적으로나 단기간의 여행 목적으로는 보조 배터리는 불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이폰 11 프로를 써보니 확실히 스마트폰에서 배터리 시간은 많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폰 7 플러스는 그 크기 때문에 당연히 배터리 시간이 길었지만 아이폰 11 프로는 기존 4.7인치 아이폰만큼의 작은 사이즈의 임에도 배터리 시간이 아이패드 급으로 지속되니 더욱 만족스러웠습니다.
Super Retina XDR 디스플레이
애플에서 이번에 맥 프로를 내놓으면서 같이 내놓은 제품 중 Pro Display XDR이란 디스플레이가 있습니다. 명암비가 뛰어나고 색 정확도가 높은 최저 650만원짜리인 전문가용 디스플레이죠. 아이폰 11 프로에도 기존 아이폰의 Super Retina란 이름에다 XDR이란 단어가 추가되었습니다. 아마 Pro Display XDR을 연상케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붙인 이름이겠죠.XDR은 Extreme Dynamic Range의 약자인데 기존 HDR보다 훨씬 높은 명암비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2,000,000 : 1의 명암비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 전 전문가가 아니라 이 부분은 수치만큼 크게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이폰 11 프로는 제가 처음으로 쓰는 OLED 폰이다보니 확실히 검은색과 디스플레이의 대비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아이폰 앱 중에 예전 아이팟의 인터페이스를 재현해놓은 “Rewound”란 앱이 있는데(지금은 앱스토어에서 삭제됨) 이 앱을 실행해보면 OLED의 위대함을 잘 알 수 있습니다. LCD인 아이폰 7 플러스와 달리 아이폰 11 프로에서 이 앱을 실행해보면 검은색 영역은 화면이 꺼진게 아니라 마치 원래 검은 부분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검은색 부분은 제트 블랙 아이폰의 외장 같달까요. 그만큼 검은색 부분은 정말 검게 보입니다. OLED의 특성상 검은 부분은 사실 화면이 꺼진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죠.
사실 이 부분에 감탄하는 것은 좀 촌스럽습니다. 이미 OLED 폰은 애플 빼고 널리 쓰고 있던 기술이었고 애플 조차도 3년 전에 나온 아이폰 X부터 이미 쓰고 있던 디스플레이니 전혀 새로운 부분이 라고 할 수 없겠죠. 하지만 OLED 폰이 처음인 저한테는 상당히 인상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오히려 아이폰 11 프로에서 달라진 점은 바로 최대 밝기입니다. 이 최대 밝기 덕분에 햇빛 아래에서도 뚜렷한 화면을 볼 수 있다고 광고하는데, 계절이 계절인지라 그렇게 밝은 해 아래에서 테스트해본 적은 없지만 아직까지는 햇빞 아래에서 아이폰 화면을 못볼 정도였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역시 촌스럽게도) 배젤이 없는 아이폰도 처음이네요. 확실히 배젤이 없는 아이폰은 훨씬 정보량이 많습니다. 아이폰 7 플러스와 같이 비교해보면 아이폰 11 프로 쪽은 부피는 더 작지만 화면에 표시되는 정보량은 차이가 없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면이 넓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가로 세로로 길어진 것일 뿐이라 게임이나 동영상을 볼 때는 아이폰 7 플러스가 훨씬 넓어 보입니다. 이건 마치 아이폰 4에서 아이폰 5로 바뀌었을 때 길어진 화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사라진 3D 터치
아이폰 11 라인에 이르러 아이폰에서 3D 터치가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이 결점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전 오히려 이 부분이 장점이라고 봅니다. 사실 전 그 전부터 이 기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롱 클릭 등으로 대체 가능한걸 굳이 하드웨어를 더 팔아먹기 위해 만들어놓은 기능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전형적으로 기술을 위한 기술이었죠.3D 터치의 가장 안좋은 점은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아이콘을 짧게 누르고, 길게 누르고, 세게 누르고 하는데 각각 다른 기능이 실행되는데 이 세게 누르는 동작은 일단 세게 눌러봐야 동작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지 않았습니다. 또 앱마다 동작도 제각각이었구요. 세게 누르는 정도를 인식하기가 어려워서 같은 기능도 어쩔땐 잘되고 어쩔땐 잘 안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심지어 아이패드에는 3D 터치가 없어서 더 헷갈렸죠.
애플은 아이폰 XR에서 3D 터치를 제거하는 실험을 한 뒤 아이폰 11 라인에서는 다 없애버렸는데 그 부품만큼의 공간을 배터리로 채웠습니다. 덕분에 아이폰 11 라인의 배터리는 더 향상되었죠. UI의 일관성도 잡고 배터리도 늘렸으니 전 확실히 나아진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좀 어색하긴 합니다. 그동안 3D 터치가 너무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었으니 무리도 아니죠. 하지만 충분히 시간을 갖고 써보면 오히려 길게 누르기 쪽이 세게 누르기보다 신뢰도가 높아서 더 잘쓰게 되더군요.
개인적으로 3D 터치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과 상관 없이 3D 터치의 퇴장은 쓸쓸하긴 합니다. 팀 쿡은 맥의 마우스, 아이팟의 클릭휠, 아이폰의 Multi Touch를 잇는 “인터페이스의 또 다른 혁신”이라고까지 했었는데 이렇게 신제품 아이폰 라인에서 깔끔하게 사라지다니 말이죠.
마무리
아이폰 11 프로는 전혀 새롭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확실히 X이나 XS에 비하면 성능, 카메라, 배터리 외에는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훨씬 이전 세대 아이폰에서의 업그레이드도 그렇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만약 6, 7, 8 라인업에서 업그레이드하는 사용자라면 저처럼 그간 기술의 발전을 몸소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반면 X이나 XS에서 업그레이드하는 사용자는 좀 미묘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아이폰을 쓰는 경험 자체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거든요. 디스플레이가 접히고 카메라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화면의 전면을 전부 디스플레이로 가득 채우는 신묘한 스마트폰이 넘쳐나는 세상에 아이폰 11 프로는 진부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기본은 결국 성능, 카메라,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으로 귀결됩니다. 아무리 신묘한 재주를 부려도 기본을 잘하지 못하면 그다지 좋은 스마트폰이라고 할 수는 없겠죠. 그런 측면에서 아이폰 11 프로는 이전 세대의 디자인을 계승한 채 애플이 잘했던 기본적인 부분들을 좀 더 날카롭게 벼려 낸 스마트폰입니다. 재미는 없어 보이는데, 딱히 결점도 없는 그런 제품이랄까요. 모든 면에서 나무랄데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좀 아쉽긴 합니다. 무려 40만원 정도 차이나는 아이폰11 라인과 비교해보면 결국 망원 카메라와 OLED 디스플레이 외에 차이점을 발견하긴 어렵습니다. 저 가격에 40만원을 지불할 것인가.. 물론 저 같이 망원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가격을 정당화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만약 새로운 디자인에서 결점들이 보강되곤 하는 S라인(3gs, 4s, 6s, Xs 등)을 선호하는 사용자라면 아이폰 11 프로는 지금 구매하셔도 마음에 드실 것입니다. 반면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되는 넘버(4, 5, 6, X, ..)를 더 선호하는 사용자라면 아이폰 12를 기다려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X 디자인이 3년이 되었으니 이제 디자인이 변할 때도 되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