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지 자유

우분투를 처음 쓰기 시작한 시절, 내가 매료되었던 가치는 바로 “자유(Free)”였다. 우분투는 누구나 자유롭게 고칠 수 있고 누구나 자유롭게 배포할 수 있으며,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자유소프트웨어와 GNU의 철학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괴물이 지배하는 소프트웨어 세계에서 가장 정의로운 형태인 것처럼 느껴졌다. 동시에 “통제”를 거듭하는 애플은 "자유”의 가장 큰 적으로 여겨졌다.

확실히 애플의 생태계는 사실 누가봐도 자유롭지 못하다. 앱스토어는 애플에 의해 통제되고 지배되고 있으며, 맥OS나 iOS의 가장 간단한 부분 조차도 사용자에게 통제권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통제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해외보다 안좋은 핸드폰을 비싼 요금을 내고 쓰지 않을 자유”, “악성코드로부터 핸드폰을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자유”,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이 컴퓨터에 의해 방해 받지 않을 자유” 같은 형태의 "자유"다. 애플의 통제된 감옥 안에서 누리는 이런 "자유”는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우분투보다 더 자유로운 환경이다.

우분투와 맥OSX를 같이 쓰고 있는 나는 이 두가지 가치가 항상 충돌하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이 두가지 서로 상반된 입장의 자유에 대하여 항상 생각해보게 된다.

오픈소스 세계의 자유는 정의로운 것으로 보이지만, 매우 가치 중립적인 개념이다. 오픈소스 자유의 정의로움은 돌, 물, 바람과 같다. 히틀러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세계를 정복한다고 해도 그것은 그의 자유이다. 어떤 해커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한다고 해도 그의 행동을 막을 수 없다. 오픈소스는 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오픈소스 세계에서는 누구에게도 통제 받지 않으며 누구나 동등한 형태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애플의 통제는 가치 중립적이라기보다 가치 지향적이다. 지금까지는 나쁜 방향보다 좋은 방향으로 작용했다. 앱스토어에서는 아이폰에 악영향을 미치는 소프트웨어나, 포르노 등의 컨텐츠를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다. 이것은 일부 사용자에게는 불만일 수 있겠지만 아이폰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가장 큰 부분이다. 즉 애플의 통제로 인한 자유는 가치 중립적이지 않다. 오히려 좋은 부분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이 가치 지향이 애플의 이득이 중심이되거나, 사회적 소수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질 경우 악영향은 명백하다.

서로 상반된 가치를 지닌 이 두 가치는 컴퓨터 세계를 양분하는 철학이다. 웹 vs 앱이나, 안드로이드 vs iOS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같은 구도로 볼 수 있다. 아니 어쩌면 현실 세계에서 논쟁들도 비슷한 프레임으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현재로서 나는 어떤 가치가 옳은지 명백하게 판단을 내리지 못하겠다. 오픈소스의 가치는 다소 이상적이고, 애플의 통제는 현실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사용자에게 통제권을 전혀 주지 않는 애플의 모델이 오픈소스보다 낫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용자로서 택하라면 애플의 통제를 택하겠지만, 컨텐츠 생산자로서는 오픈소스 쪽의 자유에 더 이끌린다.

컴퓨터 세계에서 숱하게 쏟아져 나오는 플랫폼과 서비스들도 각자 성격에 따라 이 두가지 가치에서 알맞는 균형점을 찾기 위해 삽질을 하고 있다. 안드로이드는 좀 더 통제되고 있고, iOS는 좀 더 오픈되고 있다. 어느 쪽이 되었든 승자는 이 두가지 가치에서 성공적으로 균형점을 찾는 쪽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사용자 입장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어느 한쪽으로 맹목적으로 기우는 것이다. 이 두 가치가 서로 경쟁하며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가는 쪽이 사용자에게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물론 그 두개 다 못한다면 그건 쓰레기가 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