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즘 모바일 게임을 안하는 이유

오늘은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의 글입니다. 언제부턴가 보니까 제가 아이패드나 아이폰으로 모바일 게임을 잘 안하고 있더군요. 스마트폰을 쓰던 초기만해도 이런저런 모바일 게임을 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거의 모든 모바일 게임을 중단했습니다.

애플 제품들과, 특히 요즘은 아이패드 프로를 주력으로 쓰고 있지만서도 모바일 환경에서 게임을 몰입해서 해본지는 정말 오래된 것 같습니다. 애플 아케이드 이후 몇개 해보긴 했지만 여러모로 아쉬워서 지금은 구독을 해지한 상태이기도 하구요. 가장 마지막으로 구매한 모바일 게임을 생각해보면 벌써 5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앱 라이브러리에도 가장 아래에 있는 카테고리가 게임입니다. 심지어 제가 정말 잘 안보는 쇼핑 카테고리보다 더 아래에 있죠.

오늘은 그냥 문득 왜 이렇게까지 모바일 게임을 안하게 되었을까 싶어서 그냥 생각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들을 적어봤습니다.

개인적인 환경

일단 생각해볼 수 있는건 제 환경이 달라진 부분이 큰 것 같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환경이 통근이 긴 환경이었다면 어떻게든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회사를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주거하다보니 역으로 게임을 할 시간이 별로 없는거죠.

하지만 이건 주된 이유가 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게임을 아예 안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 전에 침대에서 스팀덱 등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게임을 할 시간을 만들어서 하는 편이니까요.

게임말고 재밌는 것들이 더 많다?

제가 핸드폰이나 아이패드를 열면 주로 블루스카이나 블로그, RSS 기사 등을 읽는 편입니다. 그마저도 다 하면 밀리의 서재 같은 앱을 이용해 책을 봅니다.(유튜브는 잘 안봄) 어쩌면 모바일 세상에서 게임 말고 더 재밌는 것들이 더 많아서 그런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것도 주된 이유가 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보통 스팀에서 재밌는 게임을 보거나 게임패스에 새로운 게임이 나오면 다른 것보다 전 게임을 우선해서 합니다. 현재 구독하고 있는 서비스도 밀리의 서재를 제외하면 게임패스 밖에 없기도 하구요.(넷플릭스도 안봄) 핸드폰을 열었을 때 게임이 있다면 전 게임을 할 겁니다.

조작의 한계

조금 더 근본적인 사유로 가보자면 조작의 한계를 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폰이 풀터치 인터페이스를 채용한 이후로 모든 모바일 디바이스는 터치스크린이 되었죠. 터치스크린에서는 아무리 간단한 게임을 해도 조작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턴제나 아주 간단한 캐쥬얼 게임 아니면 하기 어렵죠.

하지만 터치스크린 기반의 인터페이스에서 더 유리한 게임들도 많습니다. 스마트폰 초기의 앵그리버드나 후르츠 닌자 등의 캐쥬얼 게임도 그렇지만 Monument Valley 같은 명작 게임들도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최근의 원신 등의 액션 게임들을 보면 한계점이 분명 있을 수 있지만 이건 충분히 극복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인앱 결제

제가 가장 주된 이유라고 생각하는 지점은 바로 이 부분인 것 같은데, 전 지금까지 한번도 인앱결제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영 구식인지도 모르지만 게임 내의 재화를 실제 돈을 주고 산다는게 아직도 저한테는 납득이 안된달까요. 게임 자체를 구매하는데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지만 인앱 결제를 통해 아이템을 구매하는건 지금도 적응이 안됩니다.

초기 모바일 게임만해도 이 인앱 결제는 최후의 수단(앵그리 버드)이거나, 돈을 낸 만큼의 효과를 충분히 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인앱결제 없이는 진행 자체가 안되는 게임들이 대부분입니다. 게이머들도 어느정도 필수라고 생각하고 하는 것 같구요.

하지만 결국 인앱결제가 없는 애플 아케이드도 안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것도 약 50% 정도 밖엔 안되는 것 같네요.

GaaS

인앱 결제와 더불어 요즘의 게임은 GaaS(Game as a Service) 라고 부를 정도로 게임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서비스의 성격을 띄어가고 있는데, 이 지점도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게임을 실행하면 ‘새로운 게임’, ‘불러오기’, ‘끝내기’ 정도였던 것 같은데, 모바일 게임은 일단 실행하면 온갖 팝업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이번 주 시즌 패스가 어떻고 이번 주 진행 중인 이벤트는 무엇이며, 아이템 할인은 언제까지 한다는 등. 스타벅스 앱보다 이벤트 팝업이 더 많습니다.

다른 게이머들은 다 적응하고 잘 하는지 모르겠지만, 저 같은 나이든 게이머에게는 예전처럼 게임을 켜면 그냥 게임을 할 수 있었던 예전이 좀 더 그리운 건 사실입니다.

서브컬쳐 밖에 없는 세상

일단 저는 서브컬쳐를 싫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왕년에는 오덕이라고 할 정도의 행보를 걸었던 사람으로서 서브컬쳐에 대한 시선은 오히려 좋은 편입니다.

하지만 요즘 앱스토어의 모바일 게임을 보면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모든 게임이 서브컬쳐 게임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미소녀가 나오는 무언가(미소녀가 나와서 싸우든, 미소녀가 말이 되든, 미소녀가 요리를 하든, 미소녀가 기타를 치든)입니다.

특히 모바일 쪽에서 AAA 급 게임이라고 하면 이 경향이 더 독보적으로 두드러지는데, 애플조차도 키노트에서 하이엔드 게임을 소개하면 꼭 원신이나 스타레일 등의 게임을 소개하죠.

앞에서도 말했듯 이러한 경향 자체가 싫다는건 아닙니다. 위에서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일단 원신이나 젠레스 존 제로 등의 게임을 일단은 설치해서 해봤으니까요. 하지만 좀 더 선택의 다양성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레지던트 이블과 어쌔신 크리드가 답일까?

애플도 어쨌든 아이폰의 성능을 강조하고 애플 게임 생태계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게임들을 모바일 생태계로 가져오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와 어쌔신 크리드:미라지가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둘 다 제 취향의 게임들은 아니라서(공포 게임이랑 잠복 별로 안좋아함) 구매하진 않았지만 저는 차라리 이쪽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작의 한계가 여전히 존재하고 컨트롤러를 항상 휴대해야한다는 점에서 이쪽도 대안이 되기는 어려워보입니다. 차라리 아이폰을 처음부터 상정하고 만드는 AAA 급 게임 같은건 이제 나오긴 어려운걸까요?

결국 꼰대인거잖아

이렇게까지 적어놓고 보니까 결국 제가 나이든 게이머라서 그런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이런게 또 세상의 흐름이라면 어떻게든 적응하는게 맞겠죠.

하지만 모두가 이런 모바일 게임 환경에 만족했다면 저는 스팀덱 같은 UMPC 류가 나오진 않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바일 게임에 분명 다수의 게이머를 만족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기에 스마트폰 같은 휴대성의 끝판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팀덱이나 스위치 같은 디바이스들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게임을 추천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아주 가끔 즐기는 모바일 게임들을 추천해보고자 합니다. 전부 일회성 구매로 모든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게임들입니다.

Grid Autosport

PC랑 콘솔에서도 출시했던 게임이지만 모바일에서는 입소문만으로 인기를 끌어 원본에는 없었던 한글화까지 진행된 게임입니다. 출시된지 꽤 오래된 게임이지만 모바일 게임 기준으로는 여전히 하이엔드 급의 그래픽을 자랑합니다.

도돈파치 대왕생

도돈파치는 원래 애플아케이드에서 알게된 게임인데 이것도 오래된 슈팅 게임입니다. 다른 슈팅 게임과의 차이가 있다면 처음부터 풀파워로 계속 간다는 것. 아이템을 먹어서 강해지는게 아니라 처음부터 강하죠. 총알 피하기랑 슈팅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난이도도 극악이죠)

원더보이 Dragon’s Trap

고전 게임인 원더보이를 현대적인 그래픽으로 리메이크한 게임입니다. 현대적으로 리메이크하긴 했지만 원한다면 고전 게임의 사운드와 그래픽 그대로 즐기는 것도 가능합니다. 단순한 게임이지만 고전 게임 특유의 어려운 난이도가 방심할 수 없게 합니다.

이렇게 소개하고보니 다 오래된 게임이네요. -_- 역시 나이든게 맞나봅니다. 그러고보니 그나마 최신 게임(?) 중에는 오드마 같은 수준급 게임도 있었는데 이런 모바일 게임을 다시는 볼 수 없는걸까요.(애플 아케이드에 희망을 걸었는데 애플 아케이드도 지금은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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