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지는 경주다. 올해는 작년 유럽 여행이 크리티컬했기 때문에 올해는 국내 여행을 주로 다니고 있다. 경주는 2011년에 오고 처음인데 지난번 속초, 여수에 이어 세번째 복습 여행이다. 어쩌다보니 올해 여행의 테마는 본의 아니게 복습인듯.
2011년은 대학 졸업하고 한창 취직 때문에 힘들었던 시기였다. 애초에 전공이 문과 계열이라 대기업 취직은 아예 포기하고 있었고(그때나 지금이나 문송한 시절이다..) 첫 직장을 웹 에이전시로 들어갔는데 첫날 그만두는 날까지 거의 대부분 11시반 퇴근하고 월급도 200만원을 못 받는 직장이었다.(그마저도 수습이라고 80%만 받고 있었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얼마 안되서 퇴사하고 그동안 받은 쥐꼬리 월급으로 돈으로 떠난 여행이 경주 여행이었다. 무작정 떠나긴 했는데 돈은 충분하지 않아서 떠난 여행이었다.

그때와 지금의 경주는 많이 달라졌다. 일단 경주역이 없어졌고, 신경주역이라고 불리던 역이 경주역이 되었다. 숲이랑 황남빵 밖에 없었던 대릉원 옆에는 ‘황리단길’이라는 카페거리가 생겼다.

향미정이라는 카페에서 첫 경주 여행 시작. 경주 체육관이라는 간판이 인상적인 곳인데 내부는 카페다. 경주에 신기하게도 이렇게 옛날 간판 달고 있는 가게가 많았다.


요즘은 전국 어딜가든 예쁜 카페가 많아서 좋다.(다만 여수는 딱히 없었다) 보이는 곳마다 각자 방식으로 예뻐서 여기서도 사진을 한참 찍었다.

커피는 요즘 유행하는 드립 커피. 비싼 커피는 잘 모르지만 괜찮은 커피였다. 그래도 좀 비싼 느낌. 티라미수가 좀 더 인상 깊었는데 마스카포네 치즈 질감이 상당히 크리미한 케익이었다.

황리단길은 카페와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뭔가 전주에서 느낄만한 분위기?(요즘 전주는 안그렇다고 들었다.)



황리단 길 내부에는 예쁜 건물과 가게들이 많아서 계속 셔터를 눌러댔다. 누가보면 건물 오덕인가 했을 듯.
예쁜 건물들과 특색있는 가게들이 많았는데 문제는 대부분 다 비어있는 상태였다. 속초에서도 그랬지만 황리단길도 서서히 줄어들고 비워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다음은 첨성대로 갔다. 첨성대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리벤지(?)의 의미가 있었는데 예전에 첨성대 입장료가 아까워서 첨성대를 먼발치에서 보고 지나간 흑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_- 아무리 그래도 500원이 없었을까. 하지만 그때는 뭔가 아까웠다.
이번에는 제대로 입장료를 내고 자세히 보리라 해서 방문했지만 지금은 무료 입장으로 바뀐 상태였다. 입장료를 내고 보고 싶었는데 이건 좀 아까웠다.

대릉원은 날씨가 흐렸지만 사람이 없어서 비현실적인 풍경이었다. 청소년 버전 텔레토비 같은 느낌의 풍경이었다. 여기도 보는데마다 그림이라 사진 좀 많이 찍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은 한 4명 정도 만난듯.



해질 때쯤 되니 야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공주 여행 때도 느꼈지만 국내 여행지 대부분 최선을 다해서 꾸며놓고 있는 것 같다. 곳곳에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들이 보인다. 목련이 피는 봄이나 핑크뮬리가 있는 가을이었으면 사진 찍기 좋은 장소 많았을듯.

역시 경주 시내 투어의 마지막은 동궁과 월지. 예전에 여행 왔을 때는 안압지였는데 이름이 바뀌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역시 이곳은 야경이 가장 좋은 곳이다. 지금까지 가본 경주 여행지는 대부분 바뀌었지만 여기는 그래도 예전에 기억했던 모습 그대로였다.(물론 조명이 좀 세련되지긴 했다)

바뀐 이름인 동궁과 월지는 처음에 ‘동궁과월지’라는 이름의 한 장소인줄 알았는데 동궁 and 월지라는 뜻이다. 이곳의 궁이 신라 왕자가 살던 곳이라 동궁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연못에도 월지라는 이름이 붙은듯.(근데 모든 곳에서 장소 이름을 붙여 쓰고 있어서 좀 헷갈린다.)


보고 있으면 뭔가 멍 때리게 되는 풍경. 하지만 멍 때리기엔 고등학생들이 너무 많았다. 아직도 수학여행을 경주로 오는구나.

저녁은 황리단길에서 유명한 식당에서 먹었다. 원래 대기가 꽤 있는 곳이라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바로 들어가서 먹을 수 있었다. 솔직히 맛은.. 걍 그랬다. 그런데 가격은 비쌌다.
이 모든 길을 다 걸어다녔는데 거의 교토 여행 수준으로 걸어다닌듯. 애플워치를 보니 2만 3천보 정도 걸었다고 한다. -_-;; 그런데 이렇게 걸어다니는 사람은 우리 밖에 없었다. 갑자기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대부분 버스를 타고 다니거나 차를 타고 다니는듯. 길은 불이 들어와 있긴 했지만 사람이 아무도 없는 밤 길을 돌아다니다 보니 약간 무서웠다.
어쩄든 경주 여행 첫 날은 이렇게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 숙소의 전기가 나갔다.(실화) 올해 지은 호텔이라고 하는데 이 무슨… 호텔에서 이런저런 조치를 했지만 결국 전기가 돌아오지 않아 방을 변경했다. -_-
글 쓰다가 갑자기 부랴부랴 가방 싸고 방 바꾸는 등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요즘 여행을 많이 다니고 있는 중인데 숙소에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여행을 많이 다니다보니 이런 경험도 한다 싶다.
어쨌든 오늘 복습 여행은 나름대로 성공적. 14년 전에 비해 달라진 경주를 볼 수 있었다. 경주에 와서 보고 싶었던 풍경이었다. 2011년에 돈 아까워 내지 못했던 첨성대 입장료를 내고 싶었으나 그게 안된건 좀 아쉬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