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블 창업자가 출시한 에어팟 수납 가능한(?) 케이스 Podcase 킥스타터 공개

킥스타터에 꽤 재미있는 상품이 하나 나왔습니다. 에어팟 충전 기능을 겸하고 있는 아이폰 충전 케이스입니다. 아이폰에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역할을 하는 케이스와 에어팟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케이스입니다.

이름은 팟케이스(Podcase)로 아이폰의 케이스지만 아이폰보다는 에어팟 수납에 더 중점을 둔 제품인 것 같습니다.2500mAh 짜리 배터리가 탑재되어 아이폰을 한번 충전할 수 있고 에어팟을 40번 정도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 양이라고 합니다. USB-C 를 탑재하고 있어 맥북을 충전할 수도 있습니다.(물론 배터리 용량 때문에 무리겠지만 말이죠.)사이즈는 아이폰7과 아이폰7 플러스로 출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이폰8이 아직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그러고보니 오늘 새벽에 공개되는군요.) 아직 새로운 아이폰 용은 없지만 아이폰이 공개되는대로 만들 예정이라고 하네요. 보통 킥스타터 제품들이 출시 기간이 오래 걸리다보니 새로운 폰이 나오고도 구형폰에서만 쓸 수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제품은 그럴 일은 없어보입니다.

제가 이 제품을 소개하는 이유는 사실 제품 자체보다도 제품을 만든 사람이 바로 페블의 창업자 에릭 미기코브스키이기 떄문입니다. 이 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스마트워치 시장이 아직 시작되기도 전에 전자 잉크 기반의 스마트워치인 페블을 만들어 대박을 터뜨렸던 사람입니다. 자그마치 킥스타터로만 1030만 달러(약 110억원). 지금도 페블의 성공은 킥스타터의 신화로 남아있습니다.

또 이 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킥스타터의 문제점을 드러낸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페블 때와 마찬가지로 페블2 때도 킥스타터로 투자금을 모집했었고 역시 손쉽게 투자금을 넘겼습니다. 페블이라는 기업은 이미 안정권에 들어섰던 것 같은데 굳이 킥스타터로 투자금을 모집했어야 했느냐는 이야기도 있었죠. 게다가 페블2는 이미 개발이 완료된 기기였습니다. 킥스타터로 투자금을 굳이 모집할 필요가 없었는데도 모집을 했던 것에 대한 비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페블의 명성대로 투자금은 쉽게 모집되었고 몇달을 기다려 페블2가 배송되었습니다. 하지만 킥스타터 투자자들에게는 한참동안 물량이 할당되지 않았습니다. 아마존이나 베스트바이 등 리셀러에게 물량이 우선 배정되었습니다.

게다가 리셀러들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하다보니 판매 가격이 킥스타터 투자 가격보다 내려가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이렇다보니 킥스타터 투자자들보다 리셀러에서 구매한 사람들이 더 빠르고 더 싸게 제품을 구매하게 되버리는 사태까지 발생했죠.

사태가 이렇게 된데에 대한 가장 큰 원인은 페블의 아마추어적인 공급망과 판매망 관리, 그리고 초기 성장의 1등 공신이었던 킥스타터 투자자들을 우선순위에서 배제해버린 기업 운영에 원인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겪는 문제이긴 하지만 페블의 규모에 비해 너무 아마추어적인 실수였죠.

이로인해 페블은 약간 타격을 입긴했지만 물량을 충분히 공급하기로 다시 약속했고, 킥스타터 투자자들은 계속 배송되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12월 페블이 핏빗에 소프트웨어 사업 부문을 넘기면서 페블이 급작스럽게 망해버렸습니다. 아직 개발중이던 페블 타임 2, 페블 코어는 물론이고 페블2 배송을 아직 못받은 투자자들도 한참 남았던 상황이었습니다. 인수가 한창 마무리 중이던 12월 초까지만 해도 페블은 그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죠.

테크 매체들의 기사

정도로만 루머가 돌다가 갑자기 인수가 된 것입니다.

다행히도 킥스타터 투자자들에게 페블은 인수 금액으로 환불을 진행하겠다고 하긴 했습니다.(킥스타터는 환불을 못 받는 경우도 허다하죠.) 문제는 이 환불 과정 조차 상당히 오래 걸렸습니다. 올해 1월부터 시작해서 6월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환불을 받지 못했다는 투자자들도 있었죠. 지금은 관련 글들이 올라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환불 작업도 어느정도 마무리 된 모양입니다만 이미 투자자들은 시간도 잃고 그로 인한 금전적 손실도 입은 상태였습니다.

그런 킥스타터의 신화이자 어두운 그림자였던 에릭 미기코브스키가 다시 킥스타터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한게 페블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곱게 보일리 만무합니다. 벌써부터 구 페블 사용자 커뮤니티에서는 “안봐도 뻔하다”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창업자 말고 다시 제품 자체로 돌아와서 보면… 솔직히 페블 시절의 아이디어가 무색할 정도로 별로인 것 같습니다. 일단 에어팟의 수납 방식이 너무 위험해보입니다. 주머니에서 빼다가 분실하기 딱 좋은 디자인입니다.


팟 케이스에서 에어팟을 꺼내는 모습(…)

에어팟 케이스가 아니라 아이폰 케이스로서 봐도 너무 무식한 디자인이 눈에 띕니다. 배터리가 달려있는 것치고는 두께가 얇아보이지만 상단부에 있는 에어팟 수납 부분이 너무 튑니다. 에어팟을 사용 중이지 않을 때는 에어팟이 꽂혀 있는 상태로 아이폰을 써야할텐데.. 이렇게 쓰다가 역시 에어팟을 분실하기 딱 좋아보입니다.

무엇보다, 전용 충전 케이스가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고 그 케이스를 휴대하는 것도 별로 불편하지 않은 에어팟을 위해서 아이폰 전용 케이스를 구매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 제품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포인트도 바로 그 부분입니다. 킥스타터 소개 영상에서는 이동식 배터리와 에어팟 케이스, 아이폰을 동시에 들고다니기 힘들어서 만들었다고 하지만..

음이 제품은 30일 동안 30만달러(페블 목표 금액의 세배..)라는 목표 금액으로 투자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24일 남은 지금 투자 금액 도달은 아직 멀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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