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vs 에픽 소송 1 라운드 : 에픽의 판정패?

요즘 기술 언론은 에픽 게임즈와 애플의 소송 전이 큰 화제입니다. 물론 표면적인 것은 애플이 에픽 게임즈의 포트 나이트를 삭제한게 발단이었지만, 본질적으로는 애플이 앱스토어의 구매 금액과 인앱 구매 등에 일괄적으로 부과하는 30%의 수수료가 발단이었습니다.

이 소송은 단지 애플과 에픽의 싸움에서 끝나지 않고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 저도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보고 있습니다. 이 소송의 결과는 향후 테크 비즈니스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현재 기술 업계는 크게 나눠보면 플랫폼 기업과 컨텐츠 기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물론 모질라나 워드프레스 같은 순수 기술 기업들도 존재하긴 하지만, 슬프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죠. 플랫폼 기업과 컨텐츠 기업은 앱스토어 등 초기엔 서로 공생 관계이지만, 시장이 성숙해지고 컨텐츠에 파워가 생기게 되면 갈등이 일어나게 됩니다.

가장 대표적인게 바로 애플과 에픽의 앱스토어 수수료 갈등입니다. 대부분 자체적으로 컨텐츠를 공급할 능력이 있는 컨텐츠 기업은 플랫폼에 내는 수수료를 아까워하고, 플랫폼 기업은 컨텐츠를 배포하는 것으로 인한 수수료를 그대로 받고 싶어합니다. 에픽 게임즈와 애플의 갈등은 가장 원초적인 플랫폼과 컨텐츠의 대결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소송의 여파는 많은 곳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한국에서도 구글이 인앱 결제에 대한 수수료 정책을 강화하자 인터넷 기업 협회에서 방통위에 공식적으로 신고한 상태입니다.

현재 애플과 구글은 독점 논란으로 인해 여기저기에서 공격 받고 있습니다. 에픽도 인터넷 기업 협회도 바로 이 타이밍을 노려 그동안의 플랫폼 지배 구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죠. 에픽과 애플의 소송의 결과는 다른 나라에서의 비슷한 사례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 vs 에픽의 소송은 현재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 법원에서 심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애플이 불리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보여 재밌습니다.

포인트 1 : 포트나이트의 업데이트가 악의적인가?

포트나이트가 애플에 대한 ”투쟁”을 선언하며 진행한 애플의 “1984” 광고에 대한 패러디

소송의 관점 중 하나는 포트나이트가 삭제될 것을 알고 에픽이 업데이트를 진행했는가? 입니다. 법원은 “애플이 포트나이트를 삭제해서 플레이어들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에픽의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합니다. 법원은 에픽이 의도적으로 삭제될 것을 알면서 포트나이트의 업데이트를 강행했다고 봤습니다.

이번 소송에서 중요한 문장은 캘리포니아 지방 법원의 판사가 한 말인데요, “에픽과 애플은 서로에 대해 소송을 진행할 자유가 있지만, 관련 없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야기해서는 안된다” 였습니다. 아마 소송도 에픽과 애플의 문제보다 주변(소비자와 개발자)의 이익을 중심으로 판결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에픽은 애플이 포트나이트를 삭제함으로써 포트나이트 플레이어들이 게임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에픽이 앱스토어 규정에 따라 삭제될 것을 알고 일부러 업데이트를 진행했다고 봤습니다. 애플이 사전에 에픽에게 보냈던 안내도 그렇고, 에픽이 올린 광고, 그리고 삭제되자마자 진행한 소송 등 에픽은 업데이트 오래 전부터 많은 걸 준비해왔죠.

애플의 1984 광고와 에픽의 포트나이트 광고 비교

법원은 이러한 것을 근거로 에픽이 오히려 삭제될게 뻔한 업데이트를 진행해서 현재의 상황을 만들었고 이로 인해 플레이어들의 게임할 권리를 침해했다고 봤습니다. 오히려 에픽이 진행해온 쇼가 에픽의 발목을 잡은 셈입니다. 그래서 업데이트 버전(자체결제 기능이 있는)의 포트나이트를 다시 앱스토어에 복구 시켜 달라는 에픽의 요청은 일단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아직 이 판결은 임시적인 것으로 본격적인 소송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소송이란게 원래 그렇듯 최종 결과는 아마 시간이 한참 흐른 내년 쯤에야 알 수 있게 되겠죠.

포인트 2 : 애플의 보복은 정당한가?

에픽이 애플에 대해 소송을 진행하자 애플은 에픽이 갖고 있는 개발자 계정의 삭제 카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포트나이트의 위반 사항을 조치하고 않고 있으니 개발자 계정의 삭제 결정은 상식적으로 보이는 일이지만, 이 일의 여파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애플의 보복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입니다.

에픽 게임즈는 포트 나이트 같은 게임을 만들 뿐 아니라 게임 제작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게임 엔진인 ‘언리얼’ 엔진의 개발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앱스토어에는 언리얼 엔진을 통해 만들어진 수 많은 게임이 있고, 심지어 애플 아케이드에도 언리얼 엔진을 사용한 Oceanhorn 2 같은 게임이 있습니다.

에픽 게임즈의 애플 개발자 계정이 삭제된다는 것은 언리얼 엔진을 맥, iOS 등 애플 플랫폼에서 더이상 개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는 것은 앞으로 애플 플랫폼에서는 언리얼 엔진을 사용해서 게임을 만들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죠. 이 결정은 에픽 뿐 아니라 애플 플랫폼에서 개발하고 있는 수 많은 게임 개발자들에게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법원은 이 사안에 대해서는 에픽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원은 애플이 에픽의 개발자 계정을 삭제하지 못하도록 임시 명령을 내렸습니다. 애플이 에픽의 개발자 계정을 삭제하는 것은 정당한 조치가 아니고, 보복을 위한 수단이라고 본 것이죠. 또한 그 결정이 이 소송과 관계 없는 수 많은 개발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소송과 관계 없이 개발자들을 보호하고 안심시키기 위해 바로 발효되는 임시 명령이라는 수단을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의 이러한 명령에 따라 언리얼 엔진을 사용해 개발하는 개발자들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소송과 언리얼 엔진과는 무관하도록 선을 그어놓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 역시 “에픽과 애플은 서로에 대해 소송을 진행할 자유가 있지만, 관련 없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야기해서는 안된다”라는 기조에서 나온 판결로 보입니다.

총평

아직 이 소송은 본격적인 시작 단계는 아닙니다. 이번 결정은 사전 심리 수준으로, 일단 이 소송으로 인한 여러가지 혼란을 막기 위해 빠르게 열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법원은 바로 실효되는 임시 명령을 통해 일단 애플이 에픽 개발자 계정을 삭제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소송과 관련 없는 개발자들에게 돌아갈 피해를 차단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에픽과 애플은 서로에 대해 소송을 진행할 자유가 있지만, 관련 없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야기해서는 안된다”는 이 기조는 이번 에픽과 애플의 소송전을 지켜보는 관전 포인트로 삼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양쪽 중 과연 어느 쪽이 일반 소비자 또는 일반 개발자들에게 더 손해를 끼치고 있는지가 이번 소송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플랫폼 논쟁이 어려운 이유는 플랫폼 기업을 사이에 둔 양쪽이 모두 보호 받아야할 대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쪽엔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있고, 한쪽에는 개발자(또는 컨텐츠 생산자)가 있습니다. 플랫폼 공룡과 컨텐츠 공룡 사이에서 이들과 관계없이 피해를 보게될 사람들(게임을 못하는 소비자와 앱스토어의 개발자들)의 이익이 모두 보호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요?

이번 대결은 단순 수수료에서 시작된 소송 전이지만 향후 진행될 많은 플랫폼 논쟁 중 한 획을 그을 만한 사건이라 앞으로 저도 관심있게 지켜보려 합니다. 뉴스 블로그는 아니지만 관련해서 진행 경과에 따라 종종 글을 써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