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이벤트 제품별 단상 – 아이폰X


지난번 글

에 이은 애플 이벤트 감상 두번째입니다. 뭐니뭐니해도 9월 12일 이벤트의 주인공은 아이폰X이었습니다. 아이폰이 출시된지 10년쨰 되는 해에 나온 아이폰이라 아이폰 10주년 기념작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근데 전 개인적으로 궁금하더군요. 왜 하필 “10주년 기념”이라는 말을 붙이곤 하는걸까요? 애플은 한번도 아이폰X은 10주년 기념 에디션이라는 이야기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다른 10주년 넘은 제품라인도 “10주년 기념작”이라는 것을 내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일단 시작은 언론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루머에서 10주년 기념 아이폰을 준비하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가 떠돌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 생각엔 애플에서 과거

20주년 기념 매킨토시

라는 제품을 내놓은 적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20주년 기념 매킨토시를 출시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 아이폰X도 10주년 기념 아이폰이라고 부르고 싶어하는 거겠죠.

이유야 어쨌든 이번 아이폰X은 10주년 아이폰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최초 아이폰 출시 이후 당연하게 생각해오던 사용자 경험이 싹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아이폰X라는 이름도 “아이폰 텐”이라고 발음합니다. OSX을 “오에스텐”이라고 부르던 것과 같습니다.

아이폰8이 현재 내려오고 있는 아이폰의 DNA를 계승하고 있는 제품이라면 아이폰X은 보다 미래를 대비하는 제품으로 보입니다. 제품 소개 캐치프레이즈도 “미래를 위한 조우”죠. 확실히 제 생각에도 현재보다 미래를 위한 스마트폰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이폰X을 처음 봤을 때 “맥북”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맥북 에어를 대체하는 라인업으로 나왔던 맥북도 지금보다는 미래를 위한 랩탑이라는 느낌이 컸습니다. 미래를 위한 기기란 의미는 최신 기술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변 환경과 탑재된 기술들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맥북은 출시 2년이 지난 후에도 아직도 대중화되지 않은 USB-C 포트만을 탑재하고 있는 파격을 보여줬었죠.

제가 보기엔 아이폰X도 유사한 느낌이 듭니다. 아마 아이폰 출시 10주년이거나 베젤리스 스마트폰을 위시한 경쟁사의 압박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이폰X라는 제품을 2~3년 후에 봤을지도 모릅니다.

아이폰X을 보면 여러모로 애플이 갖고 있던 압박이 느껴집니다. 당초 아이폰X은 베젤리스 모델을 설계하면서 디스플레이 안에 들어가는 지문인식 센서를 고안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생산 수율 문제로 인해 생산에 차질이 있었고 이로인해 출시일까지 미뤄졌다는 루머가 있습니다. 결국 터치아이디는 아이폰X에 탑재되지 못하고 대신 페이스ID라는 인증 수단이 새로 도입되었습니다.

보통 때라면 디스플레이 안에 들어가는 터치ID 기술이 완성될 때까지 아이폰X의 출시를 미뤘을지도 모르겠지만 애플은 과감히 터치ID를 빼고 출시를 감행했죠. 안팎으로 애플이 아이폰X 출시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었음이 분명해보입니다.

아이폰X을 살펴보면 일단 베젤이 거의 없는 베젤리스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이제 아이폰 전면을 봤을 때 하드웨어라고 부를 수 있는 영역은 상단에 센서 영역 밖에는 남아있지 않습니다. 소프트웨어가 전면을 차지하게 되어 몰입도가 증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베젤이 최소화되어 있어서 크기 자체는 일반 아이폰 모델과 비슷하지만 실제 화면 크기는 아이폰 플러스와 비슷합니다. 아이폰 플러스의 어마어마한 크기와 무게를 봤을 때 이 부분은 확실히 장점입니다.

다만 좀 신경쓰이는 부분은 바로 상단에 있는 소위 M자형 탈모(…)라고 불리는 부분이죠. 일단 저 작은 공간 안에 엄청나게 많은 센서와 카메라, 스피커를 욱여넣은 것은 대단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디자인이 그리 깔끔해보이진 않죠.

왜 저런 디자인을 갖게 되었을까 생각해봤는데 애플은 무언가 작은 공간이라도 쓸데없이 낭비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아무리 모양이 이상해진다고 하더라도 사용성에 지장이 없으면 그대로 디자인에 반영되죠. 비슷한 예로 애플에서 나온

배불뚝이 배터리 케이스

가 있습니다. 배터리가 차지하는 공간만 최소한으로 할당해주고 두께는 최대한 유지하고 싶었던 디자인이죠. 물론 모양은 이상합니다. 아이폰의 M자형 탈모도 비슷한 철학에서 나온 디자인인 것 같습니다.

하단에 홈버튼은

루머

대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 부분이 아이폰 사용 경험에 있어서는 가장 큰 변화일 것입니다. 홈버튼 대신 액정 하단을 쓸어올리는 제스쳐로 대체되었는데 이 부분은 생각보다는 잘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초기 루머대로라면 쓰기가 좀 불편해보였는데 느낌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너무 잘 작동해서 오작동이 있진 않을까 염려될 정도입니다. 전 지금 아이폰7을 쓰면서도 앱을 쓰다가 컨트롤센터를 호출하는 일이 허다하거든요. 이젠 컨트롤센터가 나오는게 아니라 홈으로 가버리니 조심해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존에 홈버튼을 따닥하고 빠르게 눌러서 호출하던 멀티태스킹 스위처는 쓸어올린다음 왼쪽으로 살짝 비틀어주면 호출이 가능한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실사용하신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용하기가 쉽지는 않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익숙해지면 꽤 직관적인 방식일 것 같습니다.

홈버튼과 함께 사라진 터치 ID의 자리에는 페이스 ID라는 인증 방식이 도입되었습니다. 페이스 ID 이름 그대로 안면인식 인증 장치입니다. 기기를 들어올릴 때 화면을 보고 있으면 자동으로 잠김이 풀리는 방식이죠. 기존 안드로이드폰들에 탑재되어있던 안면인식과 다른 점이라면 3D 카메라로 얼굴을 입체로 인식한다는 점입니다. 얼굴을 입체로 인식하니 사진 등으로 쉽게 인증을 뚫을 수 있었던 문제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람이 눈을 뜨고 있을 때만 인증을 할 수 있어서 의식 불명의 사람의 얼굴을 비춘다고 쉽게 인증이 풀리진 않는다고 하네요. 또 카메라가 상당히 정교해서 얼굴에 수염이 나고 모자를 쓰거나 해도 인증을 해제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 인식율이 불안정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립니다. 키노트 중에도 시연을 위해 올라온 페더리기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고 암호를 입력하라는 창을 띄우기도 했습니다. 이 부분이야 아직 출시일까지는 조금 남았으니 개선될 부분이라고 봅니다.

페이스ID 덕분에 재미있는 기능도 추가되었는데요, 바로 애니모지입니다. 이모지에 내 얼굴이랑 표정을 투여해서 움직일 수 있는 기능이죠. 단순히 이모지를 전송하는 것보다 조금 더 디테일한 감정 상태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영화 같은 곳에서 쓰이는 모션 캡쳐의 실생활 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10주년 아이폰’이라는 이름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었죠. 그런데 이번 아이폰X을 보면 아이폰 1세대 모델보다는 아이폰4가 먼저 떠오릅니다. 아이폰X을 보고 있으면 아이폰4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충격과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외장이 아이폰4와 같은 유리로 되어있다는 점도 비슷하지만 슈퍼 레티나 디스플레이라는 이름으로 디스플레이가 OLED를 사용하여 다시 한번 진일보했고, 또 그 디스플레이가 전면을 모두 덮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폰4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과 유사한 것 같습니다.

애플은 아이폰7의 제트블랙을 통해 오리지널 아이폰과 아이폰 3G의 느낌을 다시 주려고 했고 아이폰X으로는 아이폰4의 느낌을 다시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덧. 저는 아이폰7 플러스를 지르고 난 다음의 재정 상황을 지금도 회복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아이폰X을 지르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이번 세대의 아이폰X은 패스하고 전 다음 세대를 기다릴 것 같습니다. 또 맥북에어보다 비싼 가격(…)이 지름신을 물러나게 하는데 일조하고 있어서 전 일단 관망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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