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14 프로, 첫인상

아이폰 11 프로가 3년 반만에 완전히 망가지고 난 뒤 약간의 고민을 하다가 결국 아이폰 14 프로를 새로 들였습니다.

원래는 기존에 쓰던 아이폰 7 플러스로 아이폰 15 시리즈가 나올 때까지 버티는 계획이었지만 오랫동안 서랍에 있었던 아이폰 7 플러스는 배터리가 쓰면 쓸 수록 수명이 널뛰기 하는 지경이었고, 무엇보다 회사 내부망에 로그인할 때 사용하는 Okta Verify 에서 최신 iOS 버전이 아니라는 로고가 나온다는 꽤 신경 쓰였습니다. 아이폰 7 플러스는 iOS 15에서 지원이 끝났기 때문이죠.

스마트폰이라는게 지난 글에도 언급했듯이 생각보다 훨씬 더 일상에 통합되어있는지라 이건 더이상 고민할 문제가 아니더군요. 아이폰 15 시리즈가 곧 나올 거라는 것을 알지만 출시가보다 조금 싸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것에 위안 받으며 아이폰 14 프로 막차에 탑승했습니다.

아이폰 일반 모델과 아이폰 프로 모델 중에 고민했는데 원래 다음 아이폰은 미니 라인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제가 쓰는 여러 디바이스 중 아이폰의 사용 비중이 가장 낮기 때문에 굳이 다음 모델은 프로 모델로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폰 11 프로가 완전히 망가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그리고 수리 비용이 86만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뒤) 애플 스토어에서 새로운 아이폰을 보니 가뜩이나 14 시리즈 거의 막바지에 아이폰을 구매하는 것도 억울한데 한세대 더 이전 모델인 아이폰 13 미니를 사야한다는게 새삼 좀 그랬습니다. 만약 14 미니가 있었다면 14 미니를 선택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조금 덜 억울하고자(?) 결국 이번에도 프로 라인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디자인

3년 반만의 새로운 아이폰이고 11 프로에서 14 프로로 업그레이드라 사실 저한테는 많은 부분이 달라진게 체감됩니다. 가장 먼저 모서리의 디자인이 대폭 바뀌었죠. 최근 애플의 디자인 트렌드에 따라 각진 디자인입니다. 맥북도 아이패드도 각진 디자인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제 아이폰도 드디어 모던한 디자인으로 바뀌었네요.(이래놓고 15 프로에서 디자인이 바뀌면..)

특히 생각보다 얇아진 베젤이 가장 많이 체감되었습니다. 아이폰 11 프로도 그렇게 베젤이 두껍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새로운 디자인은 테두리가 직각이라 그런지 베젤이 훨씬 얇아 보입니다.

색상은 스페이스 블랙을 선택했는데 워낙 어두운 색상을 좋아하다보니 색상은 기존 아이폰 11 프로보다 더 마음에 듭니다. 아이폰 11 프로도 스페이스 그레이였는데 14 프로 옆에 두니 실버 같네요.

크기 자체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화면 크기 자체는 아이폰 14 프로가 훨씬 크게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물리적인 화면 크기도 커졌고(5.8 인치 –> 6.1인치) 베젤의 두께도 얇아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폰 14 프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디자인이자 가장 마음에 안드는 것은 바로..

바로 이 무식하게 큰 카메라입니다. 아이폰 14 프로에 이르러 카메라 이미지 센서가 더 커지면서 결국 후면에서 카메라 영역이 뒷면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아이폰 11 프로도 바주카포니 인덕션이니 많은 놀림을 받았지만 14 프로에 비하면 아주 귀여운 정도입니다.

아이폰 11 프로 리뷰 때는 이 세가지 카메라 렌즈가 메카닉한 느낌이라 마음에 든다고 썼지만 아이폰 14 프로는 그보다 더 크고, 더 튀어나와있습니다. 그래서 바닥에 놓으면 카메라 때문에 확실히 본체가 기울어집니다. 아이폰 11 프로는 그래도 평평한 편이었거든요.

후면에서 카메라 부분의 비중을 봤을 때 아이폰 프로 모델은 이제 본격적으로 전화가 되는 카메라로 가닥을 잡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옛날 노키아 퓨어뷰 처럼 본격적인 카메라 같이 생긴 디자인까지는 아니지만 이제 아이폰은 그냥 카메라라고 불러도 될 것 같아요.

다이나믹 아일랜드

사실 아이폰 14 프로를 선택한 것 중 가장 큰 이유는 노치가 사라졌다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아이폰 X부터 적용되었던 노치 디자인이 14 프로에 이르러 영역이 조금 줄어들었기 때문이죠. 애플은 이 영역을 다이나믹 아일랜드라고 부르고 약간 재창조(?) 했죠.

다이나믹 아일랜드는 전면 카메라와 여러 센서 때문에 물리적으로 뚫려 있을 수 밖에 없는 검은 영역을 소프트웨어 적으로 검게 감싼 다음 여러 기능을 부여한 부분입니다. 물리적인 한계를 가리는게 아니라 오히려 더 돋보이게 해서 아이폰 14 프로 발표 당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잘 융합한 사례라고 칭찬 받았던 기능이죠.

아이폰 14 프로 발표 당시에는 어차피 이 기능을 쓰는 앱이 거의 없을거라서 크게 유용하진 않을거라고 생각했지만, 발표된지 거의 1년이 다된 지금은 이 다이나믹 아일랜드 영역을 사용하는 앱이 많아졌을거라고 기대했습니다.

근데 의외로 아직도 음악 재생 등 기본 앱 외에는 어디다 써야할지 조금 아리송한 느낌입니다. Face ID 인증 등 애니메이션이 바뀐건 신선한데.. 그래서 어디다 써? 라는 느낌이 좀 있습니다. 출시 때는 기대를 모았던 기능이지만 1년이 되어도 아직 이 상태라니. 아무래도 다이나믹 아일랜드를 사용하는 모델이 좀 더 많아져야 쓸만해질듯 합니다.

다이나믹 아일랜드는 오히려 기존 노치(Notch)보다 화면 가용 영역이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많지만 전 기존 노치보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쨌든 위 상단의 베젤 부분과 아일랜드 사이의 공간이 생각보다 저한테는 의미가 컸어요. 노치 시절 해당 영역은 그냥 “없는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아일랜드는 그래도 연속된 영역이구나라는 생각이 좀 더 강해졌다고 할까요? 좁아서 쓸데 없는 공간이긴 하지만 그래도 화면 영역에 대한 인지가 훨씬 넓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AOD

그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AOD입니다. 개인적으로 카메라보다, 다이나믹 아일랜드보다 이 AOD가 저한테는 좀 더 인상 깊었습니다.

OLED 화면을 탑재한 스마트폰에서 시간을 표시하는 등 항상 켜져있는 디스플레이는 아이폰이 처음은 아니지만 아이폰 14 프로처럼 배경화면부터 거의 상당히 많은 정보를 OLED에서 항상 켜져 있는 상태로 표시한다는 것은 번인을 초래할 수 있는 상당히 위험한 일이죠. 신기술에 보수적인 애플이 이렇게 공격적으로 AOD를 적용한게 신기했습니다.

보통 이런식으로 화면이 계속 켜져있다보니 계속 화면을 잠그려고 하거나 혹시 문자나 전화가 온게 아닌지 계속 핸드폰을 보게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나마 이런 기본 배경화면 같은 경우 색이 변하니까 어느정도 구분이 되는데

이렇게 음악이 재생 중일 때는 왜 계속 켜져 있지? 싶어서 잠금 버튼을 계속 누르게 됩니다. 아무래도 이건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

AOD를 보니까 iOS에 최근 추가되고 있는 위젯 기능이 약간 이해되기 시작했달까요. 사실 잠금화면 위젯은 아이폰 11 프로에서는 그저 그런 느낌이었는데 아이폰 14 프로에서는 켜지 않아도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니 괜찮더군요. 특히 일할 때 거치대 같은데 놓고 있으면 AOD가 생각보다 도움이 됩니다. 애플워치를 차고 있다가 화장실에 갔다 오면 자동으로 꺼지는 스마트함도 갖추고 있어서 마음에 듭니다.

Promotion 디스플레이

사실 전 고주사율의 디스플레이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인 편입니다. 고작 스크롤 부드럽게 하겠다고 고 주사율 디스플레이를 쓸 필요가 있나? 싶었죠. 아이패드 프로에서도, (회사지급) 맥북 프로에서도 120Hz의 디스플레이를 쓰고 있긴 하지만 (익숙해져서 그런지) 크게 감흥이 없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아이폰에서 프로모션 디스플레이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아이폰 11 프로도 쓰면서 아직까지 느리다는 생각을 해보진 못했는데 최신 아이폰의 속도와 프로모션 디스플레이가 만나니 움직임을 눈이 못 따라가는 느낌이 들더군요. 확실히 프로를 쓰다가 60hz의 일반 아이폰으로 가면 역체감이 있을 것 같습니다.

MagSafe 액세서리 사용

맥세이프는 아이폰 12부터 탑재된 기술이죠. 아이폰 11 프로를 쓰는 입장에서 맥 세이프 지갑(특히 마느님은 아이폰 12 Mini를 쓰다보니)과 기타 맥세이프 액세서리 들이 상당히 부러웠는데 이제야 쓰게 된 점도 (매우 뒷북이지만) 감개가 무량합니다. 사실 이번 아이폰 11 프로가 깨지게 된 것도 다이소 맥세이프 지갑과 다이소 맥세이프 호환용 자석의 콜라보 영향이 컸던 측면도 있죠.

그래서 이번 아이폰 14 프로는 구매할 때부터 정품 맥세이프 지갑을 같이 구매했습니다. 다이소 맥세이프 아이템들은 대부분 괜찮은데 지갑만큼은 자력이 떨어져서 저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어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정품 맥세이프 지갑은 자력이 강해서 확실히 단단히 붙잡아줍니다.

맥세이프 지갑은 미드나이트 색상으로 구매했는데 역시 단순한 블랙보다 약간 푸른색이 섞여 있어서 마음에 드는 색상입니다. 맥세이프 지갑은 바닥에 내려놓을 경우 카메라 부분이 바닥에 닿지 않게 하는 역할도 합니다.

그 외에 다이소에서 구매한 맥세이프 충전기와 거치대(다 합쳐서 6천원)도 의외로 괜찮게 쓰고 있습니다.(엄청 싸보이지만..) 물론 MFM(Made for MagsSafe) 미인증 상품이지만 무려 충전 애니메이션도 나옵니다. 거치를 하면서 충전도 할 수 있어서 좋지만 역시 가격이 가격이라 충전 관련된 액세서리로서는 불안한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품의 가격이 10배도 넘어가는지라 섣불리 구매할 생각은 안드네요.

카메라

역시 아이폰 프로 모델의 존재 의의는 카메라입니다. 아이폰 14 프로 같은 경우 전 세대에 비해서 4200만 화소를 탑재해서 카메라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새로운 사진 처리 엔진을 사용해서 사진 기능을 대폭 향상했다고 합니다. 아이폰 14 프로의 사진은 좀 더 써봐야 알겠지만, 일반 모드로 찍었을 때는 큰 차이가 안났지만, AppleProRaw로 찍은 사진이나, Lidar 센서를 사용하는 인물사진에서는 아이폰 11 프로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했더군요.

아이폰 14 프로의 카메라 이야기는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무리

지금까지 아이폰 11 프로에서 아이폰 14 프로로 뒤늦게 넘어온 첫인상 후기를 간략하게 남겨봤습니다. 아이폰 14 프로는 이미 작년에 나온 제품이고 조만간 아이폰 15 프로가 나올 시점에 리뷰를 작성하는게 맞나 잠깐 고민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스마트폰 구입이라 기존 아이폰 7 플러스아이폰 11 프로 때와 달리 힘을 빼고 감상 중심으로 간략하게 정리해봤습니다.

새로운 아이폰 출시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고민했지만 워낙 오랜만의 새로운 아이폰이라 그런지 확실히 좋긴 좋네요. 매번 새로운 아이폰을 살 때마다 느끼는거지만, 맨날 쓰는 아이폰 경험에서 뭐가 더 나아질게 있나 싶다가도 새로운 제품을 써보면 확실히 거의 모든 면에서 나아진다는 점이 재밌습니다. “뭐, 그럼 안좋아지는 신제품도 있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뭔가 다르달까요?

많은 경우, 신제품에서 +5가 더해진다고 하면 -2 만큼 빠지고 +7만큼 더해지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아이폰은 +5가 더해진다고 하면 빠지는 것 없이 +5가 더해지는 느낌입니다. 이미 완성될대로 완성된 제품을 기존 경험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계속 경험을 향상할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곧, 아이폰 15 프로가 나오겠죠. 아이폰 15 프로는 UBS-C도 있고 배터리 용량도 더 커지고 티타늄 마감을 탑재한다는 등의 루머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15 프로를 기다리고 입장이었지만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적어도 3년 ~ 4년 이상은 아이폰 14 프로와 함께할 예정입니다.

어차피 이럴거면 좀 빨리 넘어올 것을 그랬나 싶기도 하네요.(코 쓱)

One more thing..

이번 아이폰은 애플케어를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애플케어가 출시된 이후로 아이패드 프로를 제외한 모든 제품에 애플케어를 들었지만 한번도 제대로 써먹어본적(?)이 없었거든요. 요즘 아이폰이 워낙 튼튼하기도 하고 워낙 조심스럽게 쓰는 성격이라 대부분 코스메틱 이슈만 주로 발생하는데 어차피 코스메틱 이슈는 애플 케어로 사용할 수 없거든요.

게다가 언제나 아이폰은 처음에는 생폰으로 쓰다가 보기 싫은 기스가 생기면 그때 케이스를 씌워서 가리자는 주의라 그냥 생폰으로 쓰고 있는데 주변의 많은 분들이 이걸 보고 비명을 지르더군요. 케어도 없고 케이스도 안쓰는 용자라고(…) 뭐 근데 아이폰 11 프로도 뒷판이 깨지기 전까지는 3년 동안 거의 아무 손상 없이 생폰으로 썼던지라 이번 14 프로도 그냥 생으로 가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