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란 커널이 세상에 나온지 벌써 20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리눅스 커널이 드디어 수년간의 2.6 시대를 끝내고 3.0 커널로 올렸습니다. 사실 리눅스 3.0이라고해도 별다른 차이는 없지만 이대로라면 평생가도 3.0 못보고 2.6으로 끝나는건 아닐까 싶었는지 바로 3.0으로 올려버렸습니다.
어느 핀란드 공대생의 골방에서 태어난 리눅스 커널은 Hurd의 개발이 진척이 없었던 자유 유닉스 운영체제 GNU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오픈소스 진영의 대표적인 커널로 떠올랐습니다. 운영체제에 있어서 커널이란 사람과 기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만큼 이 커널을 사용한 운영체제를 우리는 전부 리눅스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비록 gcc나 X11 등이 차지하는 코드 비중이 더 크더라도 말이지요. 철저하게 자유 소프트웨어 정신을 지킨 리눅스 배포판(데비안 같은)을 리눅스 커널을 사용한 GNU 변종이라는 의미에서 GNU/Linux라고 부르긴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리눅스 커널을 사용한 운영체제를 우리는 리눅스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리눅스 커널이 세상에 태어났던 시기는 오픈소스의 전성기라고도 불리던 시기였습니다. MS라고 하는 거대 소프트웨어 공룡으로부터 대항하여 많은 회사들이 그 대안을 찾던 시기였지요. 몰락한데다 폐쇄적이었던 애플은 경쟁자들에게 대안이 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IBM이나 썬을 비롯한 많은 기업은 오픈소스로 눈을 돌렸고, 이 시기에 그 이름도 눈부신 파이어폭스와 오픈오피스, 리눅스 등이 크게 성장하였던 시기죠. 모두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가능성에 돈을 투자하던 시기였고, 리눅스를 비롯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들이 거대 공룡 MS를 무너뜨려 주기를 바랐던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시기를 IT 버블이 잔뜩 끼어있던 90년대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모두의 바람과 달리 데스크탑 시장에서 리눅스는 실패했습니다. 생각보다 윈도의 아성은 너무나 견고했고, 사용자들은 데스크탑 운영체제를 굳이 바꿔야할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리눅스의 가격은 무료였지만, 대부분이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쓰는 것이 일반적인-_- 상황이라 그것조차 어필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MS는 한술 더떠 리눅스 진영을 저작권을 내세워 고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많은 리눅스 벤더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리누스 토발즈를 백만장자로 만들어주었던 리눅스 인터네셔널도 이 시기에 사라졌습니다.
이런 시련에 살아남았던 레드햇, 노벨 등의 기업은 결국 IT 솔루션 및 컨설팅 회사로 변신을 시도합니다. 데스크탑 리눅스에서 수익을 거둘수는 없다는 판단에 서비스를 판매하는 성격으로 살아남았지요. 하지만 그 덕분에 리눅스는 일반과 더욱 멀어져 특정 계층(개발자)만 쓰는 운영체제로 이미지가 굳어지게 됩니다.
이후 넷북의 등장으로 잠시 리눅스가 다시 주목받기도 했지만, 시장의 상황을 반전 시키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건 리눅스 자체의 품질이 나쁘다기보다 그 위에 작업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의 문제가 더 컸지요. 또 모바일에서는 MS의 윈도 모바일의 점유율을 앞서는데는 성공했지만 노키아가 인수한 심비안이라는 운영체제에 밀려 점유율을 크게 확대하지는 못하게됩니다. 이후 심비안의 오픈소스화 소식은 모바일 리눅스 진영에는 재앙과 같은 일이었지요.
이런 데스크탑의 시련에도 불구하고 리눅스는 서버에서는 윈도를 압도하거나 거의 대등하게 경쟁하였습니다. 현재 사람들이 매일 같이 이용하는 네이버도 리눅스 서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리눅스는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에 사용되어 상황을 급반전 시켰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안드로이드폰에 리눅스가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않겠지만, 안드로이드의 성공 덕에 모바일에서 리눅스의 시장 점유율은 몰락하는 심비안과 윈도모바일을 압도해버렸습니다. 또한 전세계 슈퍼컴퓨터의 99%는 리눅스를 쓰고 있기도 하지요. 이렇게 리눅스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데스크탑 시장만 빼고 말이지요 🙂
오랫동안 MS와 윈도의 적이었던 리눅스의 탄생 20주년을 맞이하여 MS는 한가지 동영상을 리눅스 재단에 제공하였습니다. 이 짧은 동영상에서 MS와 리눅스간의 그 오랫동안 지리한 전쟁을 잘 볼 수 있습니다. 사실 MS 입장에서 리눅스는 무시해도 될 정도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경쟁자지만, MS가 조금만 삐끗해도 바로 상황을 뒤엎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기에 MS 또한 리눅스를 항상 경계해왔던 것도 사실이지요. 그런 MS가 케익을 내밀며 휴전을 제의하는 것을 보니 Microsoft ‘and’ Linux. 데스크탑 PC에서 모바일로 시장의 초점이 옮겨진 지금의 상황이라면 꼭 불가능할 같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늦었지만 리눅스의 20년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리눅스 3.0을 토대로 데스크탑 시장에서도 앞으로도 무한 삽질을 계속해주기를 바라봅니다. 리눅스의 삽질 때문에 구원받는 사람도 분명히 있으니까요. 🙂 그리고 그 삽질자체가 즐거운 것이 바로 오픈소스와 리눅스의 정신이니까요.
덧. 저 동영상의 유투브 덧글을 보면 “THE CAKE IS LIE”라는 덧글이 제일 많이 보입니다ㅋㅋㅋㅋ 이 말은 포탈이라는 게임을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실텐데요, 이거 의외로 일리있네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