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즘 게임패스를 안하는 이유

게임패스를 구독한지 벌써 3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모종의 방법으로 게임패스를 먼저 1년 구매했고, 그 다음에 3년을 더 구매해서 쓰는 중입니다. 원래도 플스보다는 엑박 파, PC파(?)였었기 때문에 게임패스는 별 다른 이유가 없으면 장기 구독할 예정이었죠.

하지만 전 이번에 게임패스 구독이 끝나면 해지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생각해보면 게임패스로 제대로 한 게임이 5개도 안되거든요. 저 같은 플레이 패턴에서는 게임패스보다 스팀을 통해 구매하는게 더 적합할 것 같아서 스팀으로 돌아갈 생각입니다.(지금도 스팀을 많이 쓰고 있고 말이죠)

게임 구독 서비스는 넷플릭스처럼 될 수 없다

2020년 ~ 2022년까지만해도 게임 구독 서비스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한창 구독 서비스가 유행하던 시기였고, 클라우드 게임이라는 신기술이 나타났고, 여기에 저지연의 고속이 특징인 5G 서비스가 결합하면서 여기저기에서 유사한 서비스를 만들어냈습니다. Google의 Stadia, Nvidia의 Geforce Now 같은 서비스도 있었고, MS의 게임패스, 애플의 애플 아케이드 같은 서비스도 생겨났습니다. 심지어 국내 통신사에서도 유사한 서비스를 했었죠.

하지만 이 중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서비스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Stadia는 아예 서비스를 종료했고, 나머지 서비스들도 그다지 신통치 않습니다. 게임패스가 그나마 가장 성공한 서비스이긴 한데, 이것도 최근의 성장률 지표를 보면 썩 좋지 않습니다.

전 원래는 게임 구독 서비스를 지지했습니다. 다양한 게임을 저렴한 월 비용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게 상당히 매력적이었거든요. 하지만 어쩐지 구독을 할 수록 피로도가 높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할 게임이 많다고 다 할 수 있는게 아니었으니까요.

동영상과 달리 게임은 상당히 몰입도가 높은 매체입니다. 동영상은 계속 감상할 수 있지만 게임은 몇시간씩 연속으로 해도 상당히 피곤하죠. 게다가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AAA급 게임은 제대로 클리어하려면 100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플레이 시간이 그 이하가 되면 6만원 넘는 가격을 정당화하기도 어려운 분위기이니까요.

이렇다보니 AAA 게임 하나를 플레이해도 한달에 게임 하나를 제대로 플레이하기가 힘듭니다. 100시간 짜리 AAA 급 게임 하나를 잡아서 제대로 클리어한다고 치면 하루에 두시간씩 주말(토요일, 일요일)에만 플레이한다고 가정하면 6.25개월이 걸립니다.

게임패스 한달 구독 비용이 PC는 7,500원, Ultimate은 13,500원이니까 해당 기간(7개월)의 구독 비용은 각각 52,500원, 94,500원이 듭니다. AAA급 게임 하나가 6만원 ~ 7만원 정도인걸 생각해보면 장기 구독으로 구독 비용을 크게 아끼지 않는 이상 비용에서 크게 메리트가 없습니다. 게다가 구독 기간이 끝나면 이렇게 재밌게 했던 게임을 다시는 못하죠(…)

게임패스 같은 게임구독 서비스의 매력이 떨어지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좋아하는 게임 하나를 계속 붙잡고 있자니 못해본 게임이 아깝고, 그렇다고 여러 게임을 또 굳이 다운로드 받아서 설치하고 실행하자니 시간이 아깝고.. 여기에서 오는 피로감이 상당했습니다. 그래서 진짜 좋아하는 게임이라면 스팀에서 구매하게 되더군요.

실망적인 클라우드 게임

게임 구독 서비스의 장벽 중 하나는 “설치”입니다. 동영상은 어느 플랫폼에서든 그냥 재생하면 그만인데 게임은 설치를 해야하고 플랫폼도 서로 호환이 안됩니다. 이걸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바로 클라우드 게임이었습니다. 클라우드 게임은 설치도 필요없고 업데이트도 필요없고 플랫폼도 가리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생각보다 클라우드 게임이 신통치 않았습니다. 일단 통신망 문제가 있었습니다. 클라우드 게임은 특성상 저지연이 필수인데 이를 뒷받침할 5G 통신망이 신통치 않았습니다. 커버리지도 별로인데 망 이용료도 비쌌죠. 클라우드 게임은 거의 데이터 하마라서 애초에 무선망에서 일반화되긴 어려웠습니다.

클라우드 게임의 조작도 문제였죠. 최근의 모바일 게임들은 조작이 간편하거나 심지어 컴퓨터가 자동으로 플레이하는 게임들이 대세인데 이게 다 조작 문제입니다. 거기에 클라우드 게임은 별도의 컨트롤러가 필요한 콘솔 게임들이었으니, 통신망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다고 쳐도 별도의 컨트롤러를 휴대하고 다닌다는 것도 문제였죠.

전 애초에 위와 같은 한계로 클라우드 게임을 모바일에서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제가 주로 쓰려는 디바이스는 맥북이었죠. 맥북에 컨트롤러를 연결해서 플레이하면 최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이것도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가면 갈수록 화질이 떨어지는게 보였습니다. 포르자 호라이즌 같은 게임은 바둑판 현상 때문에 앞이 안보일정도 였습니다.

게임패스 클라우드 게임의 화질 문제는 첫 출시 이후로 별로 나아지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Geforce Now처럼 호스트에서 화질을 높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클라이언트에서 업스케일링을 지원하는 부분도 예고만 있었지 나아지는게 하나도 없습니다. MS도 클라우드 게임에 투자를 하고는 있는지조차 의문입니다.

그래서 전 요즘 스팀의 리모트 플레이와 Moonlight(비 스팀 게임용)를 더 잘 쓰고 있습니다. 갈수록 안좋아지는 클라우드 게임의 화질에 지칠바에는 그냥 게이밍 컴퓨터에 설치해놓고 스트리밍하는게 훨씬 낫더군요. 공유기가 받쳐주니 맥북을 연결해 4k 60 프레임으로 거실 TV에서 플레이하는 중입니다.

다 필요 없고, 재미가 없다

위에 나열한 문제는 하나의 기능적인 문제에 불과합니다. 제가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이기도 한데, 게임패스에는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 없습니다. 게임만 재미있다고 한다면 위에 나열한 문제들이 무슨 문제가 될까요. 오히려 재미있는 게임들이 줄 서 있는 행복한 고민을 하겠죠.

이 글은 사실 2024년 5월 21일에 출시된 <세누아의 전설 : 헬블레이드2>를 플레이하고 쓰는 글입니다. 정말, 정말, 정말, 너무나도 재미가 없었거든요. 전 원래 일직선으로 전개되는 게임을 좋아하지만, 이건 좀 심하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영화 같은 그래픽은 좋지만, 이 게임에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전투 부분으로, 전투는 예전 아이폰 게임인 <인피니티 블레이드>와 유사할 정도입니다.

물론 전작인 <헬블레이드 : 세누아의 희생>도 비슷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Xbox 스튜디오 산하가 아닌 인디 제작사 시절이었고, 지금은 빵빵한 자금력이 뒷 받침 되는 Xbox 게임 스튜디오 산하입니다. 그래픽만 좋아지고, 게임성은 오히려 퇴보한다면, 사람들은 이런걸 재미없는 게임이라고 부릅니다.

사실 이 게임 뿐 아니라 게임패스가 도입된 이후 Xbox 게임 스튜디오에서 내놓는 퍼스트파티 게임들은 다 신통치 않았습니다. 플랫폼의 간판인 <헤일로 인피니트>, <포르자 모터스포츠>를 비롯해서 <씨 오브 씨브즈>, <레드 폴>, <스타필드> 등등.. 시장성과 대중성을 갖추고 성공했어야 하는 퍼스트 파티 게임들이 하나 같이 다 그저그런 평가를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게임패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 <포르자 호라이즌 5>인데, 이 게임 때문에 게임패스 1년권을 끊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포르자 호라이즌 5>만 했죠(…) 그리고 구독이 끝나갈 즈음에 <하이파이 러쉬>라는 재기발랄한 게임을 만났고, “그래 한번 더 믿어보자”라는 생각으로 3년권을 끊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지금도 <포르자 호라이즌 5>만 하고 있습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요? 최근 Xbox의 퍼스트파티 게임을 보면 넷플릭스 영화가 생각납니다. 극장에 개봉하는 영화가 아니라 넷플릭스에 개봉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이요. 넷플릭스의 영화들을 보면 어차피 극장에서 경쟁하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그럴듯한 배우들과 그럴듯한 감독을 데리고 그저그런 각본으로 그저 그런 영화를 만듭니다.

제 생각엔 게임패스에 있는 게임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특히 <포르자 모터스포츠>, <세누아의 전설 : 헬블레이드2>처럼 그래픽에만 잔뜩 힘주고 정작 게임으로서 가장 중요한 본질인 “게임성”은 도외시한 것 같은 그런 것들만 나오는 느낌입니다. 애초에 게임패스 용이라, “시장성”을 갖추지 않고 나오는 게임들 같습니다.

마무리

최근 MS를 보면 게임에 대해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픽이 좋은 게임이 좋은 게임이라면, 왜 사람들은 Xbox의 반의 반도 안되는 성능의 스위치로 게임을 할까요? 젤다의 전설은 스마트폰 게임보다도 그래픽이 더 안좋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명작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뭘까요?

게임패스의 가격을 내리고, 클라우드 게임을 대폭 보강한다고 해도, 이렇게 라이브러리 내의 게임들이 재미가 없다면 게임패스는 비즈니스 모델상 서비스를 이어갈 수 없습니다. 자체 게임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MS는 블리자드나 베데스다 같은 대형 스튜디오를 엄청난 거금을 들여가며 인수했죠. MS는 게임패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계속 게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게임패스가 넷플릭스 이상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여야 하는데, 지금의 성적표로서는 초라하기 이를데가 없습니다.

게임패스가 성공하려면 일단 가장 본질적인 “재미”라는 요소를 강화 시켜야 합니다. 다른 게임사를 사느라 돈 잔치할게 아니라 더 좋은 게임이 나오도록 노력하는게 우선입니다. 하지만 그나마 최근에 가장 재밌게 했던 <하이파이 러쉬>를 만든 탱고 게임웍스 스튜디오를 비용 절감을 이유로 해체하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면 아직도 MS는 재밌는 게임을 만드는데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