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dows 8이 우려스러운 이유 – 나만의 기우일까?

예전 춘추시대 기나라의 어떤 사람은 땅이 꺼질까봐, 하늘이 무너질까봐 늘 걱정하며 한숨을 쉬었다고 합니다. 일어날 리가 없는 상황을 공연히 걱정하는 기나라 사람의 걱정에서 ‘기우’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기나라 사람의 걱정이 요즘 같이 기후 변화가 다이나믹변화무쌍한 시기에도 과연 쓸데없는 걱정인지는 의문이듭니다.모두가 장밋빛을 점치고 있는 윈도8에 대한 제 걱정도 저는 개인적으로 기우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뭐래도 PC 시장의 절대 강자고, 애플의 모바일 초 강세에도 불구하고 맥OSX으로부터 시장을 잘 방어해내고 있는 MS가 하는 일인데, 엄연히 알아서 잘 할까요? 하지만 저는 윈도의 미래를 그렇게 낙관적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무려 폰, 타블렛, PC 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컴퓨터와 그 비슷한 것들을 위한 운영체제인 윈도8의 릴리즈가 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윈도8의 모토는 PC와 그 비스무리한 것들의 대통합. 그 때문에 여태까지 윈도CE를 쓰고 있던 윈도폰 7.5도 과감히 버리고(6에 이어 또 한번!) 과감하게 NT 커널을 모바일에도 채용하겠다고 하였습니다. UI 또한 모든 환경을 아우르는(다시 말해 터치 친화적인)

메트로

모던 UI 스타일로 바뀌었습니다. 개발도 어느 한 환경에 맞춰서 개발하면 다른 환경으로의 포팅은 누워서 떡 먹기보다 조금 어려운 정도라고 합니다.MS가 이러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MS는 모바일 시장에서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MS에서 만든 윈도 모바일은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같은 다른 모바일 운영체제에 비해 그 성능이 현저하게 떨어졌습니다.(심지어 심비안보다도) 그래서 그 성능을 다른 운영체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윈도 모바일을 버리고 과감하게 윈도폰7을 내놓았죠. 그런데 성능을 따라잡고 보니 이제는 앱 생태계가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져 있는 겁니다. 절대적인 앱의 갯수에서도 차이가 나지만 앱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윈도폰은 iOS와 안드로이드를 따라잡기 힘든 상황이었죠. 쭉쭉 치고 올라가야할 점유율이 어느순간 멈추더니 오히려 뒷걸음질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때부터였습니다.그래서 MS는 결국 자신들이 지배하고 있는 PC 앱 생태계를 모바일 시장으로 가져오려고 합니다. 그것이 바로 윈도8의 컨셉입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윈도8은 그동안 PC 시장의 역사와 함께한 ‘시작 버튼’을 처음으로 없앴습니다. 그리고 PC에서도 타블렛이나 폰처럼 터치스크린에 친화적인

메트로

모던 UI를 쓰도록

강제했

통일했습니다. MS로서는 신의 한수라고 평가까지 받는 과감한 결정이었습니다.PC 시장의 최강자로서, 모바일에서 밀리는 판을 PC 판으로 합쳐서 이겨보겠다는 MS의 노력은 어찌보면 상당히 타당해보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MS의 미래가, 특히 윈도8의 미래가 그렇게 장밋빛으로만 보이지는 않습니다.그 이유는 지금까지 MS가 왜 모바일 시장과 타블렛 PC 시장에 누구보다도 먼저 진출해놓고도 항상 물을 먹었는지를 생각해보면 간단합니다. 그건 바로


“PC 시장에 대한 미련”


때문입니다.윈도가 모바일 시장에서 삽질하기 시작한 것은 윈도CE부터라고 볼 수 있을겁니다. 현재 윈도폰7.5에까지 쓰인 윈도CE는 Pocket PC와 PDA를 위한 운영체제였습니다. iOS 입장에서보자면 거의 할아버지나 다름 없는 시장 선구자인 윈도CE의 컨셉은 데스크탑 PC를 주머니속으로 옮겨오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인터페이스도 데스크탑 윈도의 인터페이스와 상당히 유사한게 특징이었죠.데스크탑 환경을 그대로 PDA로 옮겨오면 사용자들이 친숙하게 여길 것이라 생각해서 만들어진 윈도CE는 예상 외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애초부터 PDA용 운영체제였던 팜OS나, 애초부터 전화기 운영체제로 만들어졌던 심비안이 오히려 좋은 반응을 얻었죠. 스타일러스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한 사용 방식과 느리고 무거운 성능은 윈도CE(이후 윈도 모바일까지)의 발목을 잡는 주요 요인이었습니다.MS는 주머니속 PC에는 결국 실패했지만, 빌 게이츠는 누구보다도 타블렛 PC에 대한 가능성을 꿰뚫어보고 있었습니다. 누구나 들고 다니면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타블렛 PC가 결국 전통적인 PC를 대체할 것이라는 것이 빌 게이츠의 생각이었습니다.(애플은 이떄도 아이패드를 준비중이었다고는 합니다만..) MS는 오리가미 프로젝트를 발족하고, 누구보다도 먼저 타블렛 PC를 위한 운영체제를 만드는데 힘썼습니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 기존 윈도XP에 타블렛 인터페이스를 얹은 윈도XP 타블렛 에디션이었습니다. -_-;

윈도 비슷하, 윈도7 등으로 가면서 윈도의 타블렛 지원도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만, 그래도 윈도는 마우스와 키보드에서 쓰는 것이 가장 편했습니다. 또한 윈도를 실행시키는 x86 프로세서의 높은 발열과 가격이 타블렛 PC 대중화의 발목을 잡았죠.(이때 오히려 넷북이 대중화 되었던걸 보면 윈도에서 마우스와 키보드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결국 MS는 기존 PC 시장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탓에 나중에 나타난 아이패드에게 밀려 타블렛 시장에서도 또 한번 물을 먹게 됩니다.이처럼 여태까지 MS가 누구보다 모바일과 타블렛 시장에 먼저 진출해놓고도 물을 먹은 이유는 바로


기존 PC 생태계에 대한 미련


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MS는 이 짓을





윈도8에서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기존과 방향이 조금 다르게 모바일의 인터페이스를 PC로 옮겨오고 있다는게 그나마 다행이랄까요. 하지만 이 방향에도 우려되는 것이 한두개가 아닙니다.일단 첫번째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서로 하드웨어 인터페이스가 명백히 다른 컴퓨팅 디바이스들을 하나의 인터페이스를 가진 운영체제로 묶는다는게 가능할까?하는 것입니다. 일단 윈도폰7.5를 쓰고 있는 입장에서 모던 UI는 터치에 확실히 편합니다. 기존 윈도 비슷하나 7에서 하던 타블렛 지원과는 차원이 다르지요. 큼지막한 타일은 오히려 iOS보다 클릭하기 쉽고 보기에도 좋습니다.하지만 이게 키보드와 마우스를 가진 전통적인 PC에도 편할까요? 혹은 키보드와 마우스, 그리고 창(Window)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기존의 앱과도 잘 어울릴까요? 오히려 잘못하다가는 PC 시장에서의 입지도 흔들릴 수 있는 리스크가 있습니다.두번째로 우려스러운 점은 OS 대통합이 정말 앱 대통합으로도 이어질 수 있느냐라는 점입니다. 일단 MS를 비롯해 윈도8에 대해 긍정적인 분들의 입장은 윈도8은 폰과 타블렛, PC가 모두 하나의 커널을 공유하기 때문에 서로 같은 앱을 개발하기가 매우 쉽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 그럴까요? 일단 커널로만 따진다면 맥OSX와 iOS도, 데스크탑 리눅스와 안드로이드도 모두 같습니다. 커널이 같아서 개발이 쉬운게 아니라 개발 환경이 같아서 개발하기 쉽다고 봐야겠죠. 하자미나 그렇다고해도 일단 아키텍쳐가 다르기 떄문에 추가 개발이 필요합니다. 개발 뿐만 아니라 기획적인 측면에서도, 마우스+키보드가 기본인 PC 앱과 터치스크린이 기본인 모바일 앱은 쓰는 상황과 용도가 확실히 다릅니다. 같은 이름을 가진 앱이라도 PC 앱과 모바일앱이 서로 인터페이스와 기능이 다른 것도 그런 이유 떄문이겠죠.(맥의 iPhoto와 iOS의 iPhoto를 보면..)결국 그렇게 되다 보면 터치스크린용인

메트로

모던 앱과 기존 윈도 앱은 따로따로 놀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서로 똑같은 인터페이스와 기능을 가진 앱이 개발된다면 터치에 적합하며(마우스와 키보드의 장점을 버린), 상대적으로 낮은 성능의 ARM CPU에 맞춘 하향 평준화된 앱들이 나오게 되겠죠.

당장 MS 오피스를 터치스크린으로 쓴다고 생각하면 답이 안나옵니다. 심지어 MS에서 나온 서피스라는 타블렛에서 실행되는 x86 버전과 ARM 버전의 오피스만 봐도 서로 UI와 기능이 다릅니다.

(이 부분은 제 착오입니다.) UI가 중요한 생산성 앱 뿐 아니라 성능이나 조작감이 중요한 게임은 또 어떨까요? 제가 보기에는 윈도8 출범 이후에도 결국 모바일 앱은 모바일 앱대로 개발되고 PC 앱은 PC 앱대로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심지어 폰에서는 윈8 이후에도 시장에 상당히 많이 남아있을 윈도폰7.5 장치들과의 호환성 이슈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MS는 OS 대통합의 비전도 실패하고 다시 한번 모바일 시장에서 물을 먹게 되겠죠.위에 제기한 문제 외에도 윈도 스토어의 폐쇄적인 정책도 윈도8이 가진 불안 요소 중 하나입니다. 밸브를 비롯하여 많은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윈도8은 재앙이다”라고 외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런 정책 때문에 메트로 모던 UI 버전의


파이어폭스는 윈도8에서는 설치할 수 없지요.(1. 모던 UI를 가진 앱은 윈도 스토어에서만 설치할 수 있으며, 2. 윈도 스토어에는 IE 외의 브라우저는 올라올 수 없기 때문)

(이 부분도 명백한 오류입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모바일 시장에서의 실패가 PC 시장까지도 옮겨올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는 것이죠.물론 천하의 MS이니 저 같은 한낱 기획자 나부랭이의 걱정 따위 비웃을 정도로 무언가 멋진 대책을 마련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ARM CPU와 x86 CPU의 성능 차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타블렛 PC의 생산성도 놀랍도록 향상된 것을 보면 MS의 방향은 분명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 타이밍과 초기에 나타나는 문제들에 대처하는 MS의 자세겠죠. 이것을 잘 해낸다면 윈도8은 역사상 최초로 모든 PC 통합을 이루어낸 훌륭한 운영체제가 되겠지만, 잘 못한다면 가진 것도 전부 다 잃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그렇다면 우리의 MS는 잘 해낼 수 있을까요? 글쎄요. 다른 경쟁자들이 아무것도 안하고 놀고 있다면 말이죠.덧. 슬레이트7 때도 느꼈던 거지만 많은 분들은 윈도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타블렛에서도 동일하게 실행되는데 대한 일종의 환상을 갖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특히 윈도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선 더욱 그 반응이 두드러지는데요, 세상은 등가 교환의 법칙대로 움직입니다. 하나를 얻었다면 하나를 잃는게 순리죠. 윈도8이 나온다고 해도, PC와 동일한 앱은 얻을 수 있어도, 타블렛 PC에서 하는 경험은 하기 힘들 것입니다. 일단 발열과 짧은 배터리, 그리고 높은 가격과 싸우게 될 것입니다.일전에 슬레이트7을 언급하면서 “도대체 터치스크린에서 MS 오피스나 곰플레이어를 쓰는게 정말 편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제 질문에 어떤 분은 “그래서 기본 악세사리에 키보드가 있는거 아니겠느냐”라고 하셨죠. 키보드 있는 타블렛이라면 차라리 그보다 훨씬 싸고 무게 비슷한 노트북은 어떨까요(…)덧2. 위 글에서는 사용된 “PC 앱”이란 용어는 앞으로 개발될 모던 UI 앱이 아닌, 기존의 PC용 레거시 앱들을 의미하며, 모바일 앱이라고 지칭된 것들이 모던 UI 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앞으로 개발될 앱들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이 안되는게, 어차피 판을 다 갈아 엎었으니 앞으로 윈도8에 맞추어 개발하면 위에 제기한 문제들은 다 해결될거라고 봅니다.(성능과 기능은 ARM, 터치스크린에 최적화되겠죠)문제는 윈도의 가장 최강점인 기존 윈도 레거시 앱들과 앞으로도 레거시 스타일로 개발될 앱들일겁니다. 예를 들어 터치스크린에 최적화된 포토샵.. 그런데도 모든 기능을 유지하고 있으려면.. 거의 새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겠죠. 아무래도 포토샵과 같은 기존의 덩치가 큰 유명 앱은 당분간 신버전도 레거시 스타일로 낼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굳이 레거시 스타일 포토샵을 윈도RT에 넣지 않겠죠.(기능이 다소 제한적이지만 터치에 최적화된 모던 UI 버전 포토샵이 나올지언정)생각해보니 이쯤 되면 윈도8은 PC 생태계를 모바일로 가져오려 하는 것이 아니라 PC와 모바일 생태계를 싱크시킨 뒤 초기화(-_-.. ) 같은 개념이라고도 볼 수 있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