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S11에서는 더이상 제어센터에서 Wifi와 블루투스를 끌 수 없다.

iOS11이 정식으로 출시된지 4일 정도 흘렀습니다. iOS11을 그동안 써본 느낌으로는 속도의 저하 정도는 일단 심하지는 않지만 배터리나 메모리의 사용량은 조금 늘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업데이트한 초기인만큼 조금 더 지켜볼 필요는 있겠지만 현재는 그렇습니다. 속도가 저하되지 않은 것도 아무래도 현재 쓰고 있는 기기들이 비교적 최신이라 그런 것일수도 있을 것 같네요.

iOS11은 기존 iOS10에 비해 많은 부분이 업그레이드 되었지만 또 기존에 있던 기능들이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것은 아이폰에서 화면의 좌측 끝을 3D 터치로 꾹 눌러서 앱 전환을 할 수 있던 기능이 사라진 것이죠.

저 같은 경우 이 기능은 정확도가 떨어지고 앱의 다른 기능들이 원치않게 실행되는 경우도 있어서 거의 쓰지 않고 있던 기능이었지만 의외로 많은 사용자들이 이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했습니다. 커뮤니티에서는 이 기능이 ‘쓰이지 않아 애플이 의도적으로 없앤 것이다’라는 주장과 ‘iOS11의 버그다’라는 주장이 대립해서 한동안 시끄럽기도 했었죠.

이 논란은 애플의 Craig Federighi가 한 팬이 질문한 것에 대해

이 기능이 iOS11의 기술적인 이슈 때문에 의도적으로 빠진 것이며 곧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이 돌아올 것이다 라고 답변

하여 일단락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안쓰는 기능이라 없어도 큰 불편함은 없었는데 의외로 많이 쓰고 있던 기능인 것 같습니다.

이처럼 아무리 안쓰이는 기능 같아도 기존 기능을 함부로 제거하면 분명히 해당 기능을 잘 쓰고 있는 사용자 계층으로부터는 부정적인 피드백이 반드시 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건 비단 애플 뿐 아니라 많은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의 고민이기도 하죠.

최근 이처럼 iOS11에 삭제된 기능 때문에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바로 제어센터에서 Wifi와 블루투스를 더이상 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정말 끌 수 없나?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에게는 조금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iOS에서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Wifi나 블루투스를 끄기가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안드로이드 같은 경우 알림창에서 설정을 통해 손쉽게 통신 모듈에 대한 컨트롤, 연결 등이 가능하지만 iOS는 그 모든걸 설정 앱으로 이동해서 설정해야 했습니다. iOS7에서 제어센터(Control Center)가 도입되기 전까지 그랬죠. 제어센터가 도입된 후 iOS에서도 Wifi 토글, 블루투스 토글이 쉽게 가능해졌습니다.

그런데 iOS11 제어센터에서 Wifi나 블루투스를 끌 수 없다는 이야기를 커뮤니티에서 처음 들었을 때 전 상당히 의아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 회사 네트워크 품질이 좋지 않아 Wifi 끄기 기능을 자주 사용합니다. 그런데 iOS11을 올린지 2주가 다 되어가지만 제어센터에서 Wifi 끄는데 별다른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iOS11의 제어센터를 호출해서 보면 Wifi가 연결되어있는 상태에서는 이렇게 표시되죠.

이 상태에서 Wifi 아이콘을 눌러보면 아래와 같이 변경되면서 연결이 끊깁니다. 저는 이 상태가 기존과 동일한 Wifi Off 상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상태는 Wifi가 꺼진 상태가 아니라 Wifi가 알려진 네트워크에 자동으로 연결하는 것만 끈 상태입니다. Wifi 네트워크를 탐색하지 않고 연결하지도 않지만 Wifi 자체가 꺼진 상태는 아닙니다.

만약 설정에서 Wifi를 끈다면 아이콘이 다음과 같이 바뀝니다. 이 상태가 진짜 Wifi가 꺼진 상태인거죠.

이렇게 Wifi를 완전히 끄려면 더이상 제어센터에서는 불가능합니다. 반드시 설정으로 이동해서 꺼야하죠. 혹시 제어센터에서 Wifi를 끌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을까해서 찾아봤는데 방법은 없었습니다.

왜 이렇게 바꿨을까?

왜 애플은 iOS11에서 이렇게 번거롭게 기능을 끄도록 변경한 것일까요? 그건 Wifi가 하는 일이 점점 넓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아이폰에서 Wifi는 무선 인터넷 연결 기능 외에 다른 역할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아이폰에서 Wifi는 에어드롭을 통한 파일 송수신, Wifi 기반의 위치 추정, 모바일 핫스팟, 연속성(Continuity) 기능 통신 등등 상당히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됩니다. 이건 블루투스도 마찬가지죠. 점점 무선 통신 모듈들의 역할이 확장되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을 목적으로 Wifi를 꺼버릴 경우 아이폰의 다른 기능들을 못 쓰게되버리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iOS11처럼 Wifi 모듈을 꺼버리는 대신 자동으로 알려진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것만 차단해버린다면 Wifi의 네트워크 기능만 차단하고 다른 부가적인 통신 기능은 살려둘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불량한 무선 네트워크로 인해 꺼버린 Wifi가 사용자의 아이폰 경험을 저해하는 것을 애플은 바라지 않았던 것이죠.

iOS11처럼 설계할 경우 불량한 무선 네트워크 때문에 Wifi 연결 기능을 해제해버렸다고 해도 에어드롭이나 Wifi 기반의 위치 추적 같은 부가 기능은 모두 활용할 수 있습니다. Wifi와 해당 기능들 간의 관계를 모르는 사용자라도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Wifi를 마음대로 해제하거나 할 수 있습니다. 또 Wifi나 블루투스 모듈을 자주 껐다켰다 할 경우 소모되는 배터리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근데 분명히 껐는데 왜 다시 켜지지?

하지만 애플 커뮤니티 등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이 부분 뿐만이 아닙니다. 중요한건 iOS11 제어센터에서 Wifi와 블루투스를 껐는데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보면 다시 켜진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하철 공용 네트워크 상태가 안좋아서 분명히 Wifi를 껐는데 어느 순간 보면 다시 연결되어있다는 것이죠.

애플은 위의 변경사항에 더해 제어센터에서 Wifi나 블루투스 자동 연결을 비활성화했어도, 다음 조건에 해당하면 자동으로 활성화되도록 설계했습니다.

  • Wifi를 껐다켜거나
  • 기기를 껐다켜거나
  • 수동으로 Wifi 설정에서 Wifi를 연결하거나
  • 현지 시각 기준 오전 5시가 되거나
  • 걷거나 교통 수단을 통해서 다른 장소로 이동을 했을 경우(다른 장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불명)

이 설계의 목적은 Wifi 자동 연결을 비활성화해서 계속 셀룰러 네트워크를 사용하면서 데이터를 낭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제어센터를 통해 Wifi를 자주 끄고 사용하시는 분들은 지하철에서 Wifi를 껐다가 집에 와서 Wifi를 다시 켜는 것을 잊어서 셀룰러 데이터를 낭비해본 경험이 있으실겁니다. 애플의 이 기능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만든 기능이죠.

근데 문제는..

문제는 바로 교통수단에서 저품질의 공용 Wifi가 많은 한국 환경에서 발생합니다. 지하철에서 원하지 않게 통신사 Wifi가 잡혀서 Wifi를 비활성화해놓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지하철에서 이동중인 경우 위에서 언급한 조건에서 “장소가 변경될 경우”의 케이스에 걸려 제어센터에서 비활성 시켜도 지하철에서 Wifi가 수시로 잡히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

많은 사용자들(특히 한국에서)이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바로 이 포인트입니다. 이 부분은 물론 환경적인 특수성도 있겠지만 그리 쉽게 예상하지 못할 시나리오는 아닌 것 같은데 아무래도 애플의 사용자 설계가 조금 더 다듬어졌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애플에서 수정 업데이트가 나오기 전까지 통신사 등에서 제공하는 저품질 공용 네트워크는 Wifi 설정에서 자동 연결을 해제하시거나 네트워크 자체를 아예 삭제해버리는 것을 추천합니다.(이 방법으로 자동연결을 해제해도 수동으로 나중에 연결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위와 같은 이슈들로 인해 애플은 매년 들었던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이 변했다거나 왜 도대체 사용자들이 요구하지 않는 기능을 멋대로 넣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점점 UX가 후퇴하고 있다는 등의 비판이죠.

물론 Wifi와 블루투스를 완전히 꺼야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Wifi와 블루투스를 완전히 끄는 것은 배터리나 보안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러한 부분 때문에 제어센터에서 간편하게 켜고 끄는 스위치를 제공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제어센터에서 Wifi나 블루투스를 제어하는 것은 간편하게 일시적으로 끄기 위한 사용 패턴이 훨씬 많을 것이므로 애플의 결정이 보다 일반적인 사용패턴에는 타당해보입니다. 그래서 전 애플이 이번에 변경한 설계를 개인적으로는 환영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이런 변경사항에 대해서 별도의 주지를 주지 않는 iOS의 UI 측면의 문제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 부분은 보다 깔끔한 “애플 경험”을 위해서 사용자가 희생해야하는 부분일까요.

이 이슈로 인해 애플이 예전 같지 않다는 비판을 자주 듣고 있지만 전 오히려 이런 부분이 참 애플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안드로이드를 비롯해 윈도우즈에 이르기까지 별도의 알림센터(제어센터)에서 Wifi나 블루투스를 켜고 끄는 방식은 이미 어느정도 정착 되었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기존에 당연하게 여겨지던 이러한 방식들을 어떻게든 좀 더 다듬고 UX를 개선시키는데 힘을 씁니다. 너무도 당연하고 편했던 홈버튼을 아이폰X에 이르러 없애버린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적어도 애플에게 있어서 “당연히” 유지되어야할 것은 없어보입니다. 개선시킬 이유만 타당하다면 새로운 방식을 탑재하는데 있어서 주저하지 않습니다. 저도 이런 부분은 기획자로서 애플에게 많이 배워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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