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작 그런 딴지일보는 서버가 윈도우즈였군요+_+ㅋㅋ
[리포트] 리눅스 상표권 분쟁을 까발려주마
1999.8.30.월요일
딴지 엽기 리눅서 정원석
들어가며
컴퓨터를 많이 사용해온 독자들이라면 어디선가 ‘리눅스’라는 얘기를 한 두번 정도는 들어 봤을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OS라는 프로그램이 뭐하는 프로그램인지는 통신에서, 컴퓨터 책에서, 또는 학원에서, 정 아니면 부실하긴 하지만 학교 교과서에서도 본 일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아님 말고.
하여간, OS건 뭐건 어떤 물건이건 간에, 우리는 이 OS와 저 OS가 다르다는 것을 마치 똥과 된장을 먹어보지 않아도 구별 하듯이 구별할 수 있는 이유가 있으니 바로 그 이름때문이다. 그 이름 덕택에 MS Windows네, IBM OS/2네, Mac OS네 하는 식으로 그놈이 어떤 놈인지를 구별해서 쓸 수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사용하는 이름을 우린 ‘상표’라고 부르고, 여기에 대한 배타적인 권리를 ‘상표권’ 이라고 한다. 또 이런 것을 규정하는 법이 있으니 다들 짐작하고 있는 대로 ‘상표법’이다.
상표법상, 외국에서 아무리 유명한 상표라도, 국내에서 사용되지 않았다면, 국내에서는 먼저 등록한 사람이 상표의 소유권을 갖는다. 물론 이건 우리나라만 그런게 아니므로 본기자 여기에 대해 씹을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런데, 이번엔 꼭 씹고싶어 잇몸이 근질거리는 사건이 발생했으니, 다음 공문을 보시라.
발신 : 서울 강남구 XX동 XX. 리눅스 권XX제목 : 상표권침해중지요청1 . 귀사의 사업이 일익번창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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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기자 이 공문이 통신상에 오른 날 처음보고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기분이 무엇인지를 모처럼 느껴봤다. 본기자뿐 아니라, 리눅스를 애호하는 수많은 동호인들도 마찬가지로 열받았고, 지금도 열받아있다. 그러면, 도대체 ‘리눅스’란 놈이 뭐길래 다들 이렇게 열받아서 난리들일까?
리눅스(Linux)란 무엇인가?
우리는 컴퓨터의 OS로 흔히 컴퓨터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증오하면서도 별 도리가 없어서 쓰고 있는 ‘마이크로소푸투’사의 ‘Windows’시리즈를 떠올린다. OS는 Operating System. 즉, 컴퓨터의 장치들을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컴퓨터에 있어서 아주 기본적인 프로그램이다.
OS가 없는 컴퓨터는 운전장치없는 자동차다. 컴퓨터가 부팅-시동이 걸려야 뭘 쓰든지 말든지 하지. 일단 OS가 뭔지 컴퓨터에 대해서 다소 관심이 적었던 독자들도 대략 감은 잡았을 것이다.
이런 OS 프로그램 중, 가장 대중적으로 퍼진 프로그램이 MS사의 ‘윈도우즈’지만, 얼마 전에 우리나라도 국가차원에서 지원을 하네 어쩌네 하는 얘기가 나와서 요즘 뜨고 있는 OS가 있으니 그게 바로 오늘의 얘기거리인 ‘리눅스(영문표기 Linux)’ 되겠다.
Linux.. 이기 참 이름부터 재미있다. 왜냐? Linux가
” Linux Is Not UniX ”
의 약자거든.
하지만, 이름과는 달리, 겉보기 모습은 주로 대형기종의 OS로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OS인 ‘UNIX’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흡사하다. 실제로 그 조작방식이나 작동방식이나 뭐나 UNIX와 너무 닮았기 때문에 흔히 비싼 가격의 UNIX를 구입해서 쓰기 어려운 학생들이나 소규모 벤처기업 등에서 UNIX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운영체제로 대환영을 받으면서 사용되고 있는 OS가 바로 리눅스다.
딴지 독자들중에서도 리눅스 쓰는 분들이 있을 것이고, 없더라도 리눅스로 된 시스템을 써본 적은 거의 있을 것이다. 없다구? 스스로 몰라서 이미 다들 리눅스 시스템을 들러봤을게다. 왜냐, 우리나라 웹사이트 서버의 상당수가 리눅스로 되어있으니까. 고건 몰랐지?
이유? UNIX는 비싸고, 무엇보다도 리눅스의 안정성이 입증되어 있기 때문이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소스코드(프로그램 원본이라고 생각하면 됨)가 공개되어있기 때문에 한프로그램 한다면, 직접 고쳐서 자기 맘에 들게 고쳐서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소스코드가 공개라고? 그렇다. 그뿐인가? 리눅스는 얼마든지 복사해서 쓸 수 있고, 원래 부터 공짜다. 필자에게 리눅스를 한 마디로 설명하라고 하면 ‘free itself’라고 하겠다.
free는 ‘자유’의 뜻이 있고 ‘공짜’의 뜻이 있는데, 리눅스야말로 자유와 공짜가 절묘하게 결합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리눅스.. 그럼 도대체 리눅스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리눅스는 핀란드의 한 대학생 Linus Torvalds가 그 기초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름도 자신의 이름을 따서 Linux라고 불렀다.
초창기 운영체제인 MULTICS를 패러디한 이름이 Unix이고, 이 유닉스의 어감을 살짝 패러디한 소규모 운영체제 MINIX의 이름을 제작자 Linus의 이름과 합한 이름이 Linux이다.
리누스 토발즈는 자신이 개발한 리눅스의 소스코드를 공개해버렸다. 그건 그 프로그램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놀라운 결정이었다.
그리고, 전세계의 모든 개발자들에게 자신들의 실력을 발휘해서 이 리눅스라는 아주 거대한 프로젝트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무한정으로 열었다. 이것은 기존 소프트웨어 개발 및 유통, 상품화 등의 체제에 대한 어마어마한 도전이었으며, 결국 이 도전은 사실상 성공을 거두고 있다.
즉,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리눅스란, 정보의 공유와 공개, 그리고 자유로운 세상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어가고있다. 리눅스는 무한정으로 복제 및 배포가 가능하며, 이것을 체계적으로 다듬어서 배포판을 만들 경우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조차도 허용되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리눅서(리눅스를 쓰는 사람을 리눅서라고 부른다)들에게 친근한 배포판인 ‘알짜리눅스’같은 배포판도 나와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요즘 세계적으로 뜨고 있는 레드햇 소프트웨어의 레드햇 리눅스도 이런 식으로 탄생한 리눅스의 배포판이다.
핀란드의 어느 한 대학생의 조그만 도전에서 출발한 리눅스는 이제 개인용 컴퓨터의 운영체제 시장을 휘어잡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위협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존재가 되었으며, 그뿐만 아니라 대형기종의 운영체제로서 UNIX를 대체하는 기회마저도 주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이 리눅스의 이러한 선전의 의미는, 리눅스가 그 누구도 독점적 권리를 갖지 않는, 진정한 정보의 공개와 공유를 상징하는 운영체제라는 점에서 뜻깊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면, 이렇듯 공개와 공유의 의미를 갖는 이 운영체제의 이름인 리눅스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상표권 분쟁에 휘말려버린 그 구구절절한 사연을 한번 들어보자.
리눅스는 내꺼야!!
앞서 나온 바 있는 공문의 주인공 권씨는 1995년, 리눅스라는 단어에 대한 상표권을 대한민국 특허청에 등록 신청을 해버렸다. 특허청에서는 여기에 대한 심사를 거쳐 1997년에 상표등록을 시켜주었다. 결국 여기까지의 상황으로만 보면 우리나라에서 리눅스라는 ‘상표’의 사용권리는 권씨에게만 배타적이고 합법적으로 주어져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이 나고 많은 리눅서들은 규탄의 목소리를 한꺼번에 터뜨렸다. 진정한 자유의 정신에 의해 탄생한 프로그램의 상표권이 일개인의 권한 아래 들어가는 것은 안된다는 주장이 봇물터졌다.
사실 이런 분쟁은 미국에서도 비슷한 예가 있었고, 따라서 이번 사건을 보고 ‘도대체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이렇게 약싹빠르게 돈만 밝히냐’는 식의 자기비하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는 태도라 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을 좇는 행위 자체는 악이 아니다. 당연히 어느 나라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리눅서로서의 본기자는 이 사건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일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따지고 보면, 리눅스라는 말을 개인상표로 할 수 없다는 것은 리눅스를 알고 느껴본 사람만이 그 주장에 공감할 수 있을 뿐, 리눅스에 대해서 잘 모르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와닿지도 않는 일이거니와, 한국사람의 엑슨모빌 도메인 선점사건과 같은 일들은 오히려 ‘잘했다’는 식의 평이 내려지기도 하는 분위기인 반면, 왜 유독 리눅스라는 단어의 상표등록은 돌을 맞아야 하느냐는 식의 의문을 불러일으키기에도 충분한 게 사실이다.
자유와 공유의 상징인 리눅스를 아무리 합법적인 절차를 거쳤다 하더라도, 일개인의 상표로 할 수는 없다는 식의 감정적 주장은 십분 이해는 가지만 현재 상황을 해결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실마리
필자는 이번 상표권논쟁에서, 리눅스의 정신을 모독한 도의적 차원에서의 접근이 아니라 그야말로 법적 접근을 통해 이 분쟁이 말이 안된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본기자가 특허청 민원란에 올린 다음 글을 한 번 보시고 판단해 보시라.
마치, 일단 상표권 등록을 인정하고 그것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분위기로 엉뚱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서 말씀드립니다. 일단, Linux란게 비상업적인 의도로 공개되어 있어서 개인의 상표권 등록 대상이 될 수 없다.. 라는 이유는 부적절하다고 보고, 단지 그것 뿐이라면 상표권 등록 얼마든지 할 수 있겠죠. |
또, 참고해볼만한 사례로, 초코파이에 대한 판례가 있다.
결론이 어떻게 났느냐? 초코파이는 이미 일반명사화 되었으므로 ‘초코파이’라는 말 그 자체에 대한 배타적 상표권을 인정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구멍가게에서 L사의 초코파이와 O사의 초코파이를 모두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는 사실 O사에서 초코파이에 대한 상표권을 먼저 사용한 것은 맞지만, 상표권 보호를 위한 아무런 노력도 없이 방치하여 사회 통념상 일반명사가 되어버렸다는 결과를 법원에서 인정한 경우다.
그러면, 리눅스는 어떠한가? 리눅스는 수만, 수십만, 수백만명의 노력이 (그들은 프로그램 그 자체로는 아무런 댓가도 받지 않고 있다.) 모여서 이루어진 정보공유의 이념과 자유를 상징하는 작품이라는 그 하나의 사실만 갖고는, 그 도덕적인 문제에 대해 말할 수는 있어도 엄연히 합법적 절차를 갖고 이루어진 이 상표등록을 무효화시킬 수 있는 힘은 사실상 없다.
그래서 접근 방식을 초코파이 사건과 비슷한 방식을 취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게 바로 제도권이다.)
상표법에 보면,
” 그 상품의 보통명칭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표장만으로 된 상표 ”
라는 것이 상표등록을 할 수 없는 예의 첫번째로 나온다. 이 조항을 해석해본다면, ‘알짜리눅스’나 ‘레드햇리눅스’ 정도는 상표등록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이미 상품의 보통명칭이 되어버린 ‘리눅스’ 자체는 상표 등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리눅스’가 애초에 상표 등록이 된 것일까? 이번 일에 대한 특허청의 입장을 한번 들어보자.
컴퓨터 운영체제의 명칭인 “Linux”가 국내에서 어느 특정인의 이름으로 상표등록된 사실이 최근에 밝혀지면서 많은 민원이 특허청에 제기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특허청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
특허청, 상당히 말 길게 했다. 머리에 쥐가 나쥐?위 말을 짧게 그리고 해석까지 해주마.
” 그땐 우린 몰랐슈. ”
그렇다. 특허청 심사관이라고해서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결국 이번 리눅스 상표권 해프닝은 특허청 심사관의 직무상 실수에서 야기된 것이 아닐까 사료된다. 그리고 특허청도 일부 이를 인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위의 글에서 드러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리눅스는 이미 1991년부터 컴퓨터의 운영체제 프로그램으로서 자리를 잡고 있었고, 이미 UNIX나 DOS처럼 제품군을 지칭하는 명사로 자리잡아온 것이 사실이므로 1995년에 출원한 상표등록 자체가 무효화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즉, 1995년 상표등록출원 이전에도 이미 리눅스/Linux라는 단어가 컴퓨터 운영체제의 한 종류를 일컫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되는 것이다.
본기자가 기억하는 바로는 이미 J 출판사에서 1995년 상표출원 이전에 리눅스에 관한 서적이 출판된 바가 있으며, 하이텔의 리눅스 동호회가 1994년에 결성되었다는 사실도 리눅스의 상표등록이 상표법 위반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여하튼 네티즌들은 현재
http://linux.sarang.net/
라는 사이트에서 서명운동과 토론을 하고 있고, 거기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고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의 방문과 서명을 부탁드린다. 이번 해프닝 때문에 서점에서 리눅스 관련 서적들이 반품요구를 받는 등의 초유의 사태가 계속되고 있으므로, 이번 일은 반드시 조속한 시일 내에 결정이 나야겠다.
맺는 말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 상표분쟁은 미국에서도 있었던 일이며, 미국에서도 좋은 방향으로 결론이 났으니 비록 외국이지만 우리나라 특허청도 꼭 참고 해 주시기 바라마지 않는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거 심사할 때, 보다 전문적인 견지에서 임해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이런 일 자꾸 일어나면 명랑사회건설 요원하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사람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한다. 하지만, ‘전문분야’라는 것이 왜 있는가? 특히 전문분야를 갖고 공무에 임하고 계시는 공무원님네들께도 바란다. 공무원 세계에 들어가 계신 그대들에게 전문인으로서의 자존심과 프로의식을 바란다는 것이 과연 필자의 과도한 욕심인가? 정녕 그러하단 말인가?
공무원 여러분 힘든 거 다 안다. 하지만 일반회사 다니는 본기자 같은 사람들도 힘들다. 대다수 봉급쟁이들은 프로의식 갖고 일 안하면 모가지가 날아간다. 공무원들 팔자 좋은거다. 제발 부탁인데 프로의식좀 가져주시라.
사실 본기자 애초에는 보다 원색적이고 거친 말로 졸라 공격적인 기사를 쓰려했으나 민족정론 대딴지의 위상을 생각해 이 정도로 마무리를 지을까 한다.
끝으로, 마이크로소푸투 엿 먹고, 리눅스 만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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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 엽기 리룩서 정원석 (
adrian@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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