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새로 출시된 카운터스트라이크2(CS2)가 맥OS 지원을 종료했습니다. 이로서 카운터스트라이크 시리즈를 맥OS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졌습니다.
카운터스트라이크2는 사실상 전작인 카운터스트라이크 : 글로벌 오펜시브(CS:GO)에서 엔진만 업그레이드한 후속작이라 맥OS 지원이 종료된 것이 맥 게임 커뮤니티에 더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CS2가 출시된 이후 CS:GO는 아예 플레이할 수 없도록 막아놔서 이제 공식적으로 맥에서 카운터스트라이크를 플레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Wine을 이용한 방법 말고)
CS2에서 맥OS 지원을 종료한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을겁니다. 밸브가 밝힌 공식적인 이유는 CS:GO를 플레이하는 맥OS 사용자의 수가 너무 적었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건 생각해보면 좀 아리송합니다. 거의 비슷한 사용자 점유율을 갖고 있는 리눅스는 지원하기 때문이죠.(우분투를 공식 지원함) 사용자 점유율 문제 때문이라면 리눅스도 같이 지원 중단하는게 이치에 맞지 않을까요?
저는 밸브의 이번 결정에는 기술적 이유와 정치적(?) 이유 두가지가 섞여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기술적 문제로는 맥OS가 ARM으로 이주하면서 포기한 호환성 문제들이 있겠죠. 맥OS는 하위호환성을 밥 먹듯이 뒤집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지금도 예전에 출시되었던 많은 맥OS 게임들이 실행되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게임 개발자들이 게임을 업데이트해야겠지만 출시된지 오래되거나 싱글 플레이 게임의 경우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겠죠.
아마 밸브의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이런 기술적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윈도우나 리눅스는 이런 호환성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죠. 소스2 엔진과 CS2를 맥용을 출시하지 않는게 비용적으로 옳은 결정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전 정치적 이유(?)가 더 클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초에 맥용 스팀이 출시되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말이죠. 맥용 스팀은 2010년에 출시되었습니다. 한창 윈도우8이 스팀을 옥죄기 위한 여러가지 정책들을 펼치던 때였죠. 스팀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해 윈도우가 아닌 다른 플랫폼을 알아봐야 했습니다. 그때 맥OS와 리눅스용 스팀이 출시되었죠.
이후 시간이 지나 밸브는 SteamOS라는 리눅스 기반의 자체 플랫폼을 만들고 성공적으로 안착시켰습니다. 자체적으로 하드웨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진행했고, Steamdeck으로 결실을 맺기도 했죠. 그리고 MS와의 관계도 예전과 달리 아주 좋습니다. Xbox 스튜디오에서 출시한 게임은 모두 스팀을 통해서 구매가 가능하죠. 밸브 입장에서는 다른 플랫폼으로 이주해야하는 니즈가 약해진겁니다.
밸브는 같은 리눅스 계열의 운영체제(우분투 등) 조차 호환성을 중단한다면 지원을 포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적이 있습니다.(결국 우분투가 32비트 지원 포기 정책을 철회하면서 지금도 계속 지원되고 있습니다.) 그런 밸브 입장에서는 앞에서 본 것처럼 호환성을 밥 먹듯이 말아 먹는 맥 플랫폼을 굳이 비용을 들여가며 지원할 이유는 없는 것이죠. CS2의 맥OS 지원 종료에는 이런 배경이 더 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이유로 맥용 스팀의 미래도 어둡습니다. 실제로 맥용 스팀에서 빅픽처 모드를 실행해보면 너무 성능이 떨어집니다. 차라리 Wine으로 구동하는 스팀이 더 안정적인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이번 CS2 지원 중단 소식은 애플이 새로운 맥OS에서 게임을 위한 여러가지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나온 시점에서 나온 거라 애플 입장에서는 더 뼈 아플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애플이 지금은 약간 정신을 차리고 게임을 위한 이런저런 기능을 강화하는 중이죠. 맥에서 게임을 하는 몇 안되는 사람으로서 애플이 다시 맥OS 게임 생태계를 부활시킬 수 있길 바라봅니다. 물론 앞으로도 호환성을 밥 먹듯이 말아먹으면 요원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