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이패드 미니는 아이패드보다 비쌀까요?

애플의 9월 행사는 항상 아이폰이 주인공이었지만 이번 9월 행사에서 좀 더 주목을 받았던 기기는 아이패드 미니 6세대 였습니다. 기존 기능의 개선에 그친 아이폰에 비해 아이패드 미니는 완전 환골탈태할 정도의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죠.

이번 아이패드 미니 6세대는 아이패드 프로 스타일의 디자인이 대대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더불어 아이패드 프로처럼 USB-C가 탑재되었죠. 거기에 항상 아이폰에 비해 한세대 전의 프로세서를 탑재하던 관례를 깨고 아이폰 13과 동일한 A15 프로세서까지 탑재되었습니다. 실로 오랜만의 대규모 업데이트인 셈이죠.

하지만 변화의 폭이 너무 컸던걸까요. 가격도 크게 올랐습니다. 바로 전작인 아이패드 미니 5세대의 한국 출시 가격은 499,000원이었는데 이번 아이패드 미니 6세대의 가격은 15만원 정도 오른 649,000원으로 책정되었습니다. ‘미니’라는 라인업을 뛰어넘는 가격이죠.

미니의 미니 답지 않은 가격은 애플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화제였는데요, 많은 분들이 아이패드 미니의 가격이 아이패드보다 비싼 것에 대해 의문이 많은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애플의 모든 제품은 화면 크기가 커질 수록 비싸지는 경향이 있는데, 왜 아이패드 미니는 아이패드보다 비싼걸까요? 일반 아이폰보다 아이폰 미니가 더 싸고, 맥 제품군 중에도 맥 미니가 제일 싼데 말이죠.


아이패드 미니가 아이패드보다 비싼 이유

아이패드 미니가 아이패드보다 비싼 이유는 사실 간단합니다. 화면 크기는 작아도 아이패드 미니는 아이패드에 비해 모든 부분에서 업그레이드 되어있기 때문이죠. 프로세서도 이번에 발표된 아이패드 9세대는 A13이라는 아이폰 11 라인에 탑재된 프로세서가 탑재된 반면, 아이패드 미니 6세대는 아이폰 13에 탑재된 A15가 탑재되어있습니다.

두 제품은 디스플레이에서도 차이를 보이는데, 동일한 레티나 디스플레이이긴 하지만 아이패드 미니에는 라미네이트 처리가 된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어있습니다. 라미네이트란 터치스크린 유리와 디스플레이 사이의 공간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아이패드는 터치스크린과 디스플레이 사이에 공간이 있다는 어색함이 드는 반면, 아이패드 미니는 터치스크린과 디스플레이가 하나인 것처럼 보여 필기와 터치스크린 사용에 더 유리합니다.

그 외에도 아이패드는 애플 펜슬 1세대를 사용할 수 있고 라이트닝 포트를 사용하는 반면, 아이패드 미니는 애플 펜슬 2세대를 사용할 수 있고, USB-C 포트를 사용할 수 있죠. 여러가지 스펙을 비교해봐도 아이패드 미니가 아이패드보다 훨씬 좋은 제품입니다.

왜 그럴까요? 답은 아이패드의 사이즈에 있습니다. 일반 아이패드 모델은 10.5인치(과거 9.7인치)로 스티브 잡스가 가장 일반적인 사용자에게 적합하다고 했던 사이즈를 갖추고 있습니다. 반면 아이패드 미니의 사이즈는 한손에 들어올 정도로 작죠. 아이패드는 키보드나 펜슬 등 다용도로 활용이 가능하지만 아이패드 미니는 정품 케이스 조차 없죠. 미니는 애초에 손에 들고 쓰는 특수한 목적에 적합한 디바이스입니다.

즉 아이패드는 대다수의 사용자에게 적합한 보급형 기기이지만 미니는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목적이 크다는 것이죠. 실제로 아이패드는 교육 시장에서 크롬북의 입지가 높아지면서 본격적으로 보급형 디바이스로서 포지셔닝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패드는 프로모션 이미지에서부터 ‘가격’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패드 미니는 시작부터 아이패드 에어를 줄여놓은 느낌으로 시작했습니다. 아이패드 미니 1세대(2012)는 출시 자체는 아이패드 에어 1세대(2013)보다 먼저 출시되었지만 좌우의 배젤이 얇은 디자인 자체가 아이패드 에어의 예고편이었습니다. 이후 아이패드 에어에 도입된 기술들은 꼭 아이패드 미니에도 도입되었죠. 즉, 아이패드 미니는 애초부터 ‘보급형’ 아이패드와 노는 물부터 달랐던 것입니다.

그럼 애초부터 노는 물이 달랐다면 왜 이런 가격 변화가 새삼 낯설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아이패드 미니와 에어가 한창 활약하던 시기에는 보급형 아이패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에는 아이패드 프로와 에어, 미니 밖에 없었거든요. 자연스럽게 미니가 가장 저렴한 아이패드 포지션이었습니다.

거꾸로 보급형 아이패드가 나오던 시기에는 미니의 발전이 멈췄습니다. 아이패드 미니는 4세대 출시 이후 약 4년간(2015년 ~ 2019년까지) 새 제품의 소식이 없었습니다. 2019년에 아이패드 미니 5세대가 출시되었지만 프로세서만 바꾼 업데이트였죠. 오랜 기간 동안 업그레이드도 안되고 디자인도 그대로인 와중에 가격은 아이패드 보급형과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이번 업데이트로 오랜만에 아이패드 에어의 모든 것이 아이패드 미니에 반영되었습니다. 이제 원래의 포지션으로 돌아갈 때가 된 것이죠. 한창 미니가 활약하던 시기인 아이패드 미니 4세대의 가격을 살펴보면 16기가가 48만원, 64기가가 60만원, 128기가가 72만원이었습니다. 이번 아이패드 미니 6세대는 64기가가 64만 9천원이고 256기가가 83만 9천원입니다. 아이패드 미니 5세대가 5년 전 디자인을 우려먹는 바람에 특히 너무 쌌던 것이지, 아이패드 미니 6세대는 4세대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으로 돌아온 셈인 것이죠.

애플도 크기만 작을 뿐이라는걸 강조하고 있죠.

즉, 아이패드 미니는 원래 비싼 제품이었던 겁니다. 다만 그동안은 비교군이 없어서 가장 싼 제품이라고 느꼈던 것 뿐이고 지금은 보급형 아이패드가 있어서 더 비싸게 느껴지는 것이죠.

아이패드 미니 6세대 살만 할까요?

아이패드 미니의 포지션이야 어떻든 그건 애플 사정입니다. 사용자들에게는 갑자기 올라버린 아이패드 미니 6세대의 가격은 진입 장벽이라고 하기에 충분합니다. 물론 최신 프로세서를 달아줬고, 디자인도 바뀌었고, 디스플레이도 커졌는데 배젤은 줄었고, USB-C 포트가 달렸고 카메라도 업데이트 되었지만, 사실 누가 미니에 이렇게까지 해달라고 요구한 것도 아니니까요.

아이패드 미니는 왜 이렇게까지 업그레이드된 걸까요? 이번 아이패드 미니의 업그레이드에는 미니의 포지셔닝을 좀 더 확실히 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이패드 미니는 ‘손에 들고’ 책보고 게임하고 인터넷을 하는 용도에 최적화된 아이패드입니다. 다목적에 적합한 10인치대의 아이패드와 달리 전적으로 컨텐츠를 소비하는데 최적화되어있죠. 스마트폰으로 소비하기엔 너무 좁고, 그렇다고 소파나 책상 등의 환경에서 각잡고 앉아서 보기엔 뭣한 그런 상황에서 최고의 아이패드 입니다.

이번 아이패드 미니 6세대는 디자인이 바뀌면서 화면비도 바뀌었는데요, 4:3에 가까운 다른 아이패드와 달리 16:10.5 정도로 오히려 맥북 13인치(16:10)에 가까운 화면 비율로 바뀌었습니다. 아이패드 라인에 있어서 가장 이질적인 화면 비율이죠.

대부분의 동영상이 16:9로 제작되기 때문에, 아이패드 미니 6세대는 역대 아이패드 중 동영상 보기에 가장 적합한 아이패드가 되었습니다. 애플도 아이패드 미니 6세대의 포지션을 확실하게 휴대용 컨텐츠 소비 목적으로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패드 미니를 키보드가 동원되는 생산적인 작업이나 본격적인 필기에 사용할 목적이라면 적합하지 않습니다. 일단 화면이 너무 작기 때문입니다. 미니에서 애플 펜슬은 사용할 수 있지만 따로 정품 키보드 악세사리는 출시되지 않았죠. 애초에 그런 용도에 맞지 않는 제품인 것입니다.

아이패드 미니를 생산적인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병원이나 파일럿 등이 사용하는 ‘클립보드’ 목적 정도에 잘 맞을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노트 필기를 하기엔 부적합해도 간단한 메모나 주석 등을 작성하기엔 적합하죠. 애플도 아이패드 미니 6세대의 프로모션 비디오에서도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죠. 하지만 아이패드 미니는 본질적으로 소비용 기기에 더 잘 어울립니다.

즉 소비 목적으로 아이패드를 쓰려고 하시는 분들이나 맥북이나 아이패드 프로 등의 생산성 기기를 별도로 갖추고 있는 분들께는 아이패드 미니가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패드 미니를 필기 목적이나 키보드 사용 등 다용도 목적으로 사용하고자 하신다면 적합하지 않은 디바이스입니다.

크기가 크기인만큼 아이폰 기준에서도 생각해보시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이폰 미니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면 아이패드 미니는 훌륭한 주력 휴대용 컴퓨팅 머신이 되겠지만, 아이폰 프로 맥스 같은 거대한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면 어느 정도 용도가 겹치는 느낌이 들겁니다. 물론 그래도 아이패드 미니의 사용성은 많이 다르긴 합니다만,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걸 굳이 두개로 나눠서 해결하는 느낌이니까요.

그래서 아이패드 미니는 이미 여러 디바이스를 갖추고 있는 사용자에게 가장 적합합니다. 작업할 컴퓨터도 있고, 커뮤니케이션 용도의 스마트폰도 있지만, 그 중간 어딘가에 위치할 디바이스가 필요하다면 아이패드 미니가 적합합니다. 반대로 아이패드 한대로 여러 역할을 해야하는 사용자라면 아이패드 미니보단 아이패드 에어나 프로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패드 미니 6을 지금 사는게 맞을까요?

사실 아이패드 미니를 사고 싶은 소비자에게 중요한 질문은 하나입니다. 아이패드 미니 6세대를 지금 사는게 맞을까요? 아니면 다음 세대를 기다리는게 맞을까요? 아이패드는 아이폰처럼 매년 새로운 제품이 나오지 않고 불규칙하게 업데이트 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오랫동안 새 제품을 누릴(?) 수 있는게 좋을 겁니다.

저는 아이패드 미니를 어쩌다보니 세번이나 구매했고, 아이패드 프로도 세 대나 구매한 상태인데요, 여러 아이패드를 사다보니 알게된 사실 하나는 아이패드는 반드시 한세대가 올라갈 때 디자인이나 프로세서 둘 중 하나가 업데이트 된다는 것입니다. 디자인이 업데이트 되면 프로세서가 거의 그대로거나(옆그레이드) 한 세대만 올라가고, 프로세서가 업데이트 될 때는 디자인은 그대로인 식으로 말이죠.

그런데 가끔 디자인도 바뀌었는데 프로세서가 두 세대 이상을 건너뛰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이렇게 한 세대 이상을 ‘점프’하는 업데이트의 경우 해당 아이패드의 수명이 가장 길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 미니 4세대가 그랬습니다. 디자인도 바뀌고, 디스플레이에 라미네이팅 처리도 되었고, 프로세서도 두세대(A6 –> A8)를 건너 뛰었습니다. 아이패드 미니 4세대는 무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4년 동안 애플 홈페이지에서 현역으로서 판매되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 3세대(2018)도 그랬습니다. 배젤이 최소화된 디자인을 처음 도입했고, 프로세서도 두세대 이상(A10X –> A12X) 점프했죠. 아이패드 프로 3세대는 미니와 달리 이후 4세대, 5세대 등 후속 제품이 나오긴 했지만, 크게 바뀐 부분은 없죠. 딱히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입니다.

그럼 아이패드 미니 6세대는 어떨까요? 아이패드 프로 스타일로 디자인이 바뀌었고, 프로세서도 무려 3세대(A12 –> A15)를 건너뛰었습니다. 아이패드 미니가 현역 기기로서 “장수”할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겠죠. 아이패드 미니 6세대를 구매하실 생각이라면 고민하지 않고 바로 지르시는게 맞을 것입니다.

앞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아이패드 미니는 애플에게 있어서 주력 제품군이 아닙니다. 아이패드 미니가 매년 업데이트 되리라는 보장도 없으니 아이패드 6세대도 현역 기기로서 오랫동안 장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즉 사시려거든 지금이 가장 적기라는 것이죠.

마무리

이번 아이패드 미니 6세대는 아이패드 미니로서는 오랜만에 탐나는 모델입니다. 업그레이드도 약 두세대 이상을 건너뛸 법한 업데이트기 때문에 아마 오랫동안 현역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저는 아이패드 미니 4세대를 쓰고 있는데 홈팟의 대용으로 홈 허브 역할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집에 아이패드가 미니를 포함해 세 대나 있다는 사실만 아니라면 저도 한대 지르고 싶지만 이번에는 이성의 힘을 최대한 발휘하여 참아보려 합니다.

개인적으로 아이패드 미니를 세대나 질렀던 사람으로서 아이패드 미니만의 매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패드를 가장 “아이패드” 답게 쓸 수 있는게 아이패드 미니이기 때문이죠. 한번 써보면 자기도 모르게 가장 손에서 오랫동안 들고 쓰게 되는 디바이스가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