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케이드 새 게임 : World’s End Club

이번 주에 추가된 애플 아케이드 새 게임은 World’s End Club이란 게임입니다. 애플 아케이드에 출시된 게임으로서는 오랜만의 일본 게임입니다. 애플 아케이드는 주로 ‘The Last Campfire’ 같은 미국 인디 게임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양식만 먹다보면 아주 가끔은 일식도 당기는 법이죠.

현재 애플 아케이드에 출시되어있는 일본 게임은 Shinsekai, Various Daylife, Sonic Racing 등입니다. 주로 캡콤과 세가가 참여하고 있는데 이번 게임은 Izanagi Games라는 다소 생소한 개발사에서 만든 게임입니다. 게임 개발사는 생소하지만 해당 게임의 제작자는 유명한 ‘단간론파’ 시리즈의 제작자라고 합니다.

전 ‘단간론파’ 시리즈를 이름만 알고 있고 실제로 플레이 해본적은 없습니다. 다만 찾아보니 배틀로얄처럼 서로 죽고 죽이는 (일본식) 생존 게임이더군요. 하지만 배틀그라운드처럼 총 칼이 아니라 두뇌와 논리로 풀어가는 공포 / 스릴러 텍스트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이었습니다..

World’s End Club(초기명 : Death March Club)은 단간론파의 제작자가 단간론파와 완전히 다른 게임을 만들고 싶다며 새롭게 만든 게임입니다. 제작자의 네임 밸류, 그리고 캐릭터 디자인(캐릭터 디자인은 포켓몬스터 선/문의 캐릭터 디자이너가 디자인)까지 많은 기대를 불러모으기에 충분한 게임이었죠.

하지만 초기에 소개된 게임 자료는 실망적이었습니다. ‘단간론파’와 완전히 다른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했지만 스토리부터 게임 방식까지 ‘단간론파’와 거의 똑같은 게임처럼 보였거든요. 티저로 공개된 광고도 그렇고, 게임 시스템도 서로 죽고 죽이는 생존 게임의 전형처럼 보였습니다.

저도 애플 아케이드에 출시 예고 초기부터 지켜본 게임인데 도대체 뭐하는 게임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위와 같은 이야기를 찾아보고 좀 실망했습니다. 그렇다고 ‘단간론파’ 같은 텍스트 어드벤처 같은 게임으로 보이지도 않았거든요. 또 다른 애플 아케이드 노잼 게임인가 싶어서 기대를 접었죠.


초딩 배틀로얄 게임

World’s End Club은 9월 4일 애플 아케이드에 출시되었습니다. 일단 새로 나온 애플 아케이드 게임은 일단 해보는 주의라 저도 설치해서 플레이해봤습니다.

앱스토어 소개 페이지에 보면 의미를 알 수 없는 소개 문구가 있는데요, ‘12명의 아이들, 1,200km의 여정’. 알려진 대로라면 생존 게임일텐데, 1,200km는 뭐지? 게다가 알려진 것과 달리 장르도 ‘액션’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퍼즐도 아니고, 어드벤처도 아닌 액션? 하지만 일단 큰 의미를 두진 않고 넘어갔습니다.

게임을 실행해보니 역시나 기존 광고처럼 생존 게임이었습니다. 가마쿠라로 수학 여행을 간 도쿄의 한 초등학생들이 의문의 사고로 납치되어 해저 유원지에서 생존 게임을 하게 된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단간론파’에서 지시를 내리는 곰처럼 이 게임에도 서로 죽고 죽이라고 명령하는 ‘피에로피’라는 캐릭터도 나옵니다. 대체 어디가 새로운 게임이라는 걸까요?

단간론파의 주관자 모노쿠마
World’s End Game의 주관자 피에로피(뭐가 다른거야..)

근데 좀 생각해보니 이상합니다. 닌텐도처럼 가족 친화적인 게임을 추구하는 애플 아케이드에 초등학생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내용의 게임이 출시되었다고? 그것도 한글화 되어서 정식으로 발매되었다는게 이해가 안되는 자극적인 소재의 게임입니다.

게임의 방식은 이렇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게임 참가자는 손목에 장치를 차고 있는데, 해당 장치에는 임무가 쓰여있습니다. 참가자가 임무를 달성하면 모든 참가자는 자동으로 탈락(죽음)합니다. 한시간 동안 아무도 임무를 수행하지 못해도 자동으로 탈락합니다.

문제는 참가자의 손목에는 다른 참가자의 임무가 써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 손목을 보지 않는한 자기 임무를 알 수 없습니다. 자기 임무를 확인하려면 다른 참가자를 속이든 거래를 하든, 제거하는 방법 밖엔 없습니다. 결국 최후의 승자만 살아남아 탈출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근데 이 게임에는 조금 어색한 점이 몇가지 있습니다. 이 게임은 시작부터 게임의 마지막 장면을 보여주고 그동안 있었던 일을 회상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근데 이 시점에는 모든 캐릭터가 살아있습니다. 캐릭터가 죽어도 사실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까요?

또 게임의 티저 광고나 게임 속 영상에서 피에로피의 설명을 보면 탈락할 경우 손목 장치에 있는 약품이 몸속에 주입되어 죽는 것으로 묘사 됩니다. 근데 실제 게임에서는 로봇 팔이 캐릭터를 잡아가는 식으로 연출됩니다. 로봇 팔의 CG도 상당히 어색해서 뭔가 급조된 느낌이 듭니다. 애플이 애플 아케이드에 출시하기 위해 “사실 모두가 죽지 않았다”와 “죽는 대신 로봇 팔이 캐릭터를 잡아간다”는 장치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검열 압박을 한게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

탈락자들을 잡아가는 너무도 어색한 로봇 팔

게임의 소재는 진부하지만 이후 진행이 조금 독특한데요, 이 부분부터는 스포일러이므로 게임을 즐기실 분들은 초반 플레이를 한 다음 읽으시는걸 추천 드립니다. ‘초반’의 기준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아마 게임을 플레이해보시면 확실히 아실 수 있습니다.

!! 자, 그럼 이 아래부터는 진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는 글입니다. 보기 전에 반드시 스포일러 주의 부탁드립니다. !!


뒤통수 제대로 맞았다!

사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이상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일단 게임의 전개가 너무 빠릅니다. 주인공을 포함해 총 11명의 참가자가 나오는데 한번 탈락하면 관련된 캐릭터가 두명, 세명씩 마구 탈락합니다.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된지 5분만에 4명이 탈락하죠. ‘아니 그럼 대체 나머지 시간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원래 이렇게 짧은 게임인가?’ 싶은 강한 의구심을 들게합니다.

최후의 생존자(주인공)가 보상을 받게 되는 것까지는 일반적인 생존게임과 같은데 주인공은 탈출 대신 다른 친구들을 구해내는 선택을 합니다.(물론 안 구하고 떠나는 선택지도 나옴) 게임의 주관자인 ‘피에로피’는 이것까지 예상하고 있었다며 2라운드를 예고합니다. ‘그럼 그렇지.. 이런식으로 계속 반복되는 게임이군’하는 순간..

참가자 중 한명인 ‘파이’가 ‘피에로피’를 발로 차서 부숴버리면서 게임이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모든 참가자는 생존 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동의해버리죠. 그리고 게임의 주 무대로 보였던 해저 유원지를 그 길로 탈출해버립니다.

주인공들이 탈출한 곳은 ‘가고시마(큐슈의 한 지방)’였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도쿄까지 직선 거리 1,200km의 거리를 여행하기로 합니다. 즉 도쿄로 돌아가기 위한 1,200km의 여정이 이 게임의 메인 스토리입니다. 생존 게임은 그저 스테이지 1에 지나지 않았을 뿐이죠. 애플 아케이드 소개 페이지의 문구가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사실 이 게임은 ‘단간론파’ 같은 생존 게임과 완전히 다른 게임이었습니다. 해저 유원지를 탈출하면서부터 게임은 인터페이스부터 시스템이 전부 바뀌어 버립니다. 음산했던 배경음악(근데 뭔가 성의가 없는)도 분위기가 180도 바뀌면서 경쾌한 음악으로 바뀝니다. 저 부분까지 클리어하고 나면 아예 오프닝 스크린의 분위기 자체가 바뀝니다.

생존 게임 파트를 클리어하기 전 오프닝 화면
생존 게임 파트를 클리어한 후 오프닝 화면(묘하게 약오른다..)

이런 ‘낚시’는 제작자의 의도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단간론파 제작자가 만드는 게임이니 단간론파와 비슷할 것이다라는 세간의 인식을 일부러 그대로 따르다가 보기좋게 판을 엎어버린 것이죠. 게임 초반 뿐 아니라 게임의 마케팅 단계부터 앱스토어 소개 페이지까지 낚시 요소를 진하게 깔아 놓은 치밀한 낚시였습니다.

실제 본 게임은 초반과 달리 경쾌한 게임입니다. 포켓몬스터 분위기의 횡스크롤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라고 보는게 적합할 것 같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각 캐릭터별로 고유한 능력을 각성하게 되는데, 이 고유 능력을 이용해 스테이지의 적들과 퍼즐을 클리어 해야합니다.

갑자기 장르가 공포물에서 포켓몬스터로 바뀌는 각성 장면(…)

각 캐릭터별로 고유한 능력이 있고 그 능력을 이용해 게임을 클리어한다는 점에서 블리자드의 ‘길 잃은 바이킹’과 더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높은 스토리의 비중

하지만 이 게임을 액션 플랫포머 장르가 아니라 어드벤처로 분류할 수 있는 이유는 높은 스토리의 비중 때문입니다. 이 게임은 정말 대사가 많이 나옵니다. 심지어 모든 대사가 다 더빙(일본어) 되어있습니다. 잘 알려진 성우들을 기용한 덕분에 더빙 퀄리티는 상당히 높습니다. 한글화 수준도 다른 애플 아케이드 게임과 달리 잘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스토리의 비중이 높아도 너무 높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스토리의 비중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점프 버튼보다 대사 넘기는 버튼을 더 많이 누르고 있을 정도죠. 실제 스토리와 Act의 비중으로 보면 스토리가 더 많은 특이한 게임입니다. 이런 부분은 아마 제작자 본인의 텍스트 어드벤처 경력으로 인해 오히려 한계를 드러낸게 아닐까 싶습니다.

스토리도 개연성이 그렇게 높아보이진 않습니다.(중간중간 반전이 계속 기다리고 있긴 합니다만..) 오히려 생존 게임 파트의 전개가 더 치밀합니다. 하지만 게임의 주 타겟층(아마도 10대) 기준으로 본다면 충분히 재밌고 순수한 스토리로 보입니다. 그리고 더빙 퀄리티도 높고 인 게임 애니메이션도 많이 나오는 편이라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시거나 일본식 어드벤처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즐기는 기분으로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다만 손가락 건강을 위해 대사 자동 스킵 옵션은 켜놓는걸 추천합니다.)

마무리

전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에 게임 외적인 자료들을 이것저것 찾아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게임 자체로 평가하기보다 게임의 외적인 부분도 같이 알고 나면 훨씬 재밌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게임은 오히려 그런 습관 때문에 반전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생존 게임 파트의 게임 부분에서 어색하게 느껴졌던 것들도 의도된 연출이었습니다. 배틀로얄 게임이라고 했지만 모두가 살아 있음을 초반부터 드러내거나 약품이 주입되는게 아닌 어색한 CG로 급조한 듯한 로봇팔이 잡아가는 연출 등, 일부러 게임의 검열 때문에 급히 추가했구나 싶었던 부분도 전부 제작자의 의도였죠.

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래..
기존 단간론파 같은 배틀로얄 게임에 대한 비아냥도..

심지어 이 반전을 준비하기 위해 게임 소개 페이지까지 일부러 생존 게임 요소를 크게 강조해놨습니다. 하지만 게임에서 생존 게임 파트는 비교적 짧기 때문에 결국 게임 스크린샷만으로는 ‘대체 뭐하는 게임이지?’라는 인상을 강하게 줍니다. 이게 실제 개별 패키지로 구매하는 방식이었다면 사실 말도 안되는 마케팅 방식이지만, 구독제로 운영되는 애플 아케이드라 가능한 낚시가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토리의 비중이 너무 커서 게임을 하는게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는 느낌이었지만 이런 일본식 어드벤처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추천할만한 게임인 것 같습니다. 애플 아케이드 전체적인 관점에서도 상당히 잘 만든 게임이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반전’ 자체였지만 말이죠.

포켓몬스터 스타일의 일러스트 때문인지 애플 아케이드보다는 스위치에서 좀 더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스위치에서는 내년(2021년)에 발매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현재 애플 아케이드에도 완전판이 출시된 상태는 아니고 절반정도까지만 완성되어있다고 합니다. 아마 Shantae가 그랬던 것처럼 스위치에 발매되는 시점에 추가 스토리 부분이 업데이트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