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에서 사용하고 있는 워치페이스들


스마트워치가 기존 시계에 비해 갖는 장점 중 하나는 다양한 워치 페이스를 바꿀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이브리드 형태가 아닌 완전한 전자식을 갖춘 대부분의 스마트워치는 워치페이스를 변경할 수 있는 설정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워치페이스 변경은 핸드폰의 배경 화면을 변경하듯이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쉽긴 하지만 설정 화면에 들어가야하고 아무리 간단해도 두가지 이상의 조작이 들어가는게 보통이기 때문에 워치 페이스는 핸드폰 배경처럼 하나를 정해놓고 한참을 쓰다가 바꾸는 패턴이 일반적입니다.

그에 비해 애플워치에서 워치페이스를 바꾸는 법은 좀 더 간

단한데요, 그냥 시계를 차고 있는 상태에서 좌우로 스와이프하면 워치 페이스를 쉽게 전환할 수 있습니다. 핸드폰 배경처럼 하나를 한참동안 놓고 쓰는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수시로 변경해가면서 쓸 수 있도록 설계해놓은 거죠. 워치 페이스의 좌우엔 개인화를 한 워치페이스가 저장되어 있으니 자연스럽게 용도와 상황에 맞게 워치페이스를 전환해서 사용하는 형태를 띄게 됩니다. 일할 때는 온갖 데이터가 집약된 디지털 시계, 집에서 쉴 때는 시계 바늘 외에 아무 것도 없는 아날로그 시계, 운동 중에는 운동량 추적용 페이스를 쓴다든지 말이죠.


애플워치를 오랫동안 쓰면서 저도 상황별 워치 페이스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되더군요. 다음은 제가 상황별로 바꿔가며 사용하고 있는 워치 페이스를 정리해봤습니다.


1) 평상시 :

인포그래픽 워치 페이스


저는 평소에 인포그래픽 워치 페이스를 많이 사용합니다. 인포그래픽 워치 페이스는 애플워치 시리즈 4에 독점적으로 제공된 페이스죠. 기본적으로는 아날로그 시계지만 시계 화면에 보이는 정보가 무려 8가지나 됩니다.(시간까지 포함하면 9가지) 디자인적으로 미묘하게 평가가 안좋은 워치페이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역대 워치페이스 중 가장 아날로그하면서 스마트워치에 잘 어울리는 페이스라는 생각이 듭니다.

화면에 표시되는 정보가 너무 많아 시계 보듯이 한번 힐끔보는 것으로는 모든 정보를 볼 수는 없다는걸 단점으로 꼽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차피 세계 시간이 표현되거나 날짜, 기압 등 시간 외의 정보가 표현되는 오토매틱 시계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원하는 정보가 한가지 이상이 되면 시계를 여러번 볼 수 밖에 없죠. 정보가 한 화면에 표시된다는 것은 한번에 다 보는게 목적이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별도의 조작없이 볼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전 컴플리케이션(시계 화면에 정보를 표시해주는 작은 단위)가 많을 수록 더 유용한 워치 페이스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쓰는 컴플리케이션을 살펴보면
왼쪽 상단 :

Waterminder (수분 섭취 상태 확인)

오른쪽 상단 :

Focus (업무 집중 타이머)

왼쪽 하단 :

Dusts (미세먼지)

오른쪽 하단 :

기온

중앙 :

캘린더

중앙2 :

기상상태

중앙3 :

타이머

중앙4 :

활동상태

이렇게 총 8가지의 컴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필요한 컴플리케이션은 4가지 정도이고 나머지는 무엇을 채울까 고민하다가 채워진 흔적입니다. 거의 저한테 필요한 정보들이 다 표시되고 있죠. 그래서 평소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워치 페이스입니다. 깜빡하고 워치 페이스 바꾸는걸 잊어도 시계를 내려다보면 언제나 필요한 정보가 다 있죠.

전 개인적으로 중앙에 있는 컴플리케이션 중 캘린더 컴플리케이션은 못 바꾸는건가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중앙에 있는 컴플리케이션은 시계의 다이얼 부분에 영향을 줍니다. 캘린더의 일정이 다이얼에 둥그렇게 표시되는 것처럼 다른 컴플리케이션을 선택하면 그 정보가 다이얼 부분에 표시됩니다.


2) 일할 때 :

모듈 페이스


일할 때는 디지털 워치가 좀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회의가 특히 많아서 일정과 정확한 시간을 알 필요가 있죠. 일할 때 사용하는 모듈러 페이스(모듈 페이스)는 인포그래픽 워치페이스가 나오기 전까지 가장 많은 컴플리케이션을 지원하던 워치페이스였습니다. 애플워치 시리즈4가 아닌 기존 애플워치에서도 사용할 수 있죠.

모듈 페이스에서 사용 중인 컴플리케이션은 좀 더 업무에 특성화된 것들입니다. 인포그래픽 워치페이스는 아날로그 시계인데다 정보 + 색깔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집중력이 흐려지는 문제가 있더군요. 좀 더 비즈니스(?) 적인 목적에 맞는 파란색을 단색으로 배치해놨죠.

모듈 페이스에서 쓰는 컴플리케이션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계 왼쪽 :

캘린더(날짜 표시)

중앙 :

캘린더(다음 일정 알림)

왼쪽 하단 :

Focus (업무 타이머)

중앙 하단 :

Waterminder (수분 섭취)

오른쪽 하단 :

Dusts (미세먼지)


3) 바쁠 때 :

시리 페이스


일하는 중에는 엄청나게 바쁠 때가 있습니다. 워낙 여러가지 일이 한꺼번에 몰려오거나 회의가 하루에 9개 정도 있을 때가 그렇죠. 이럴 때는 업무 집중 타이머든 뭐든 신경쓸 겨를이 없습니다. 다른 정보는 다 차치하고 바로 다음에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무슨 회의에 참석해야하는지, 오늘 얼마나 일정이 많이 남았는지 간편하게 보고 싶어지죠. 이럴 때 저는 시리 페이스를 씁니다.

시리 페이스는 애플의 인공지능 브랜드 시리의 이름을 딴 것에서도 알 수 있듯 AI가 자동으로 다음에 해야할 일을 카드 형태로 알려주는 페이스입니다. 구글의 Google Now 같은 기능과 비슷하죠. 미리 알림이나 일정 등이 표시되어 바로 다음에 해야하는 작업을 알 수 있고, 그 아래에 바로 뒤에 이어질 작업을 미리 보여줍니다. 혹시 좀 더 보고 싶거나 과거의 카드를 보고 싶다면 디지털크라운을 돌리면 되죠.

시리 페이스는 WatchOS4까지만 해도 그냥 일정 보여주고 아침에 날씨 보여주는 기능 정도만 있어서 왜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이 붙는지 좀 의아했는데요, WatchOS5부터는 사용자의 사용 패턴을 학습합니다. Waterminder 같이 Siri 단축어를 지원하는 경우 사용자의 사용 패턴을 학습해서 사용 패턴에 따라 적절한 카드를 제시해줍니다.(스크린샷에 보이는 물 섭취 버튼 같은 것이 그 예죠.)

시리 페이스는 컴플리케이션을 두개까지만 배치할 수 있습니다.
아이콘 :

Waterminder (요즘은 시리 페이스에서 물 기록을 제시해주고 있어서 이 아이콘을 쓸 이유가 적긴 합니다.)

텍스트 :

Dusts


4) 휴식할 때 :

연무 페이스


휴식할 때는 다 보고 싶지 않습니다. 애플워치는 퇴근 시간(양인들 기준이라

5시

가 퇴근)이 되면 다음날 일정을 미리 보여주는데 솔직히 집에서 쉬는 동안은 내일 할일이나 내일 회의 같은건 보고 싶지 않죠. 미세먼지나 날씨 같은 정보도 보고 싶지 않아집니다. 그럴 때는 이 연무 페이스를 사용합니다. WatchOS5에 추가된 연무, 불과 물, 리퀴드 메탈 페이스는 디자인 외에는 다 같습니다.

애플워치 시리즈 4에서는 전체화면에서 애니메이션이 나오는데 이 화면에서는 어떤 컴플리케이션도 배치할 수 없습니다. 시계에 눈금도 안보이죠. 정보량을 최소화하면서도 애니메이션이나 디자인이 아름다워서 휴식할 때 가장 적절한 워치페이스인 것 같습니다.

각각


불 페이스는 와퍼 광고 같은…

이런 디자인을 갖추고 있는데 싫증 날 때마다 번갈아가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애플워치 시리즈 4는 화면도 커져서 시계를 볼 때마다 눈이 시원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참고로 시계에서 나오는 애니메이션은 CG가 아니라 실제로 스튜디오에서 환경을 만들어놓고 찍은 영상이라는군요.

5) 배터리를 아껴야할 때 :

숫자 페이스


아직까지 애플워치 시리즈 4를 쓰면서 배터리가 없어서 곤란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밤에는 풀어놓고 충전하는 패턴으로 사용하다보면 배터리 때문에 곤란한 경우는 거의 없죠. 다만 충전기 없이 오랫동안 밖에서 여행을 하거나 하는 경우는 이틀만 지나도 배터리가 곤란해집니다. 이렇게 배터리를 아껴서 써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는 숫자 페이스를 사용합니다.

애플워치는 OLED 디스플레이를 쓰고 있어 시계에 검은 화면이 많을 수록 배터리를 적게 먹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워치페이스를 써봤지만 제 경험상 숫자 페이스가 가장 배터리를 적게 먹는 것 같습니다. 오전 시간 내내 차고 있어도 4% 정도만 남고, 퇴근 시간까지도 90%대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약 50% 정도는 배터리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원래는 컴플리케이션을 하나 정도는 배치할 수 있지만 본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하나도 배치해놓지 않고 쓰고 있습니다. 애플워치에는 배터리가 없을 때를 대비해서 절전모드도 있긴 하지만 절전모드에서는 시계 보는 기능 밖엔 안되기 때문에 이 페이스가 가장 적절한 타협점인 것 같습니다.(게다가 디자인도 심플하니 이쁘죠)

6) 심심할 때 + 시계를 볼 수 없을 때 :

미키마우스 페이스


자주 쓰진 않지만 가끔 미키마우스 페이스를 쓰기도 합니다. 미키마우스 페이스는 미키마우스의 두팔을 시계로 형상화해놓은 옛날 디즈니에서 팔던 아날로그 시계를 디지털화해놓은 시계 화면이죠. 아이팟 나노가 시계로 쓰일 때부터 있었던 페이스로 애플워치로서는 의미가 깊은 시계 화면입니다. 미키마우스 페이스는 자주 쓰지 않지만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사용합니다. 미키 마우스를 보고 있자면 재밌거든요.

그리고 의외의 기능이 있는데,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볼 수 없을 때(무거운걸 들고 있거나 해서) 사용하기 좋은 페이스입니다. 시계 화면을 두번 두드리면 미키마우스가 음성으로 시간을 말해주거든요.(“

여덟시 십오분

! 즐거운 저녁시간~”) 만약 에어팟이 아이폰과 연결되어 있다면 에어팟으로 음성이 나옵니다. 손목을 들기 어려울 때 이렇게 하면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어 좋더군요.

미키마우스의 음성은 디즈니 공인 한국 미키 마우스 성우가 담당한 것 같습니다. 가끔 디즈니 채널에서 나오는 미키마우스 목소리랑 똑같거든요. 아마 언어별로 공인(?) 미키마우스 성우들이 담당하는 것 같습니다. 미키 마우스 뿐 아니라 미니 마우스를 쓸 수 도 있는데 미니의 목소리도 디즈니 공인 성우의 목소리와 동일합니다. 실수로 터치하면 우렁차게 시계 스피커로 나오기 때문에 회사나 학교에서는 되도록 쓰지 않는게 좋겠죠.

이 페이스는 컴플리케이션을 세개까지 둘 수 있지만 지금은 컴플리케이션 없이 사용 중입니다.


워치 페이스를 많이 쓰긴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1) 평소, 2) 일할 때, 4)휴식할 때를 주력으로 사용합니다. 1), 2), 4) 워치 페이스의 경우 스와이프로 왔다갔다를 편하게 하기 위해 워치 페이스 배치 순서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가장 많이 쓰는 1) 평상시 페이스를 가장 가운데에 배치하고(3번 쯤) 2) 일할 때, 3) 휴식할 때 페이스는 좌우로 왔다갔다할 수 있게끔 전 후로 배치해놓고 쓰고 있습니다.

애플워치는 다른 스마트워치에 비해 서드파티 페이스를 사용할 수 없어서 제한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WatchOS 1 ~ 5를 거치면서 여러 페이스가 추가되고 페이스들 나름대로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하고 있어서 상당히 개인화된 워치 페이스 환경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상황에 맞는 워치 페이스를 구성해놓고 쓰다보면 몇년에 걸쳐 자연스럽게 개인에 맞게 최적화되어갑니다. 혹시 애플워치 페이스를 하나만 쓰고 계시다면 상황에 맞는 애플워치 페이스를 한번 만들어보시는 것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