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가 기존 시계에 비해 갖는 장점 중 하나는 다양한 워치 페이스를 바꿀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이브리드 형태가 아닌 완전한 전자식을 갖춘 대부분의 스마트워치는 워치페이스를 변경할 수 있는 설정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워치페이스 변경은 핸드폰의 배경 화면을 변경하듯이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쉽긴 하지만 설정 화면에 들어가야하고 아무리 간단해도 두가지 이상의 조작이 들어가는게 보통이기 때문에 워치 페이스는 핸드폰 배경처럼 하나를 정해놓고 한참을 쓰다가 바꾸는 패턴이 일반적입니다.
단한데요, 그냥 시계를 차고 있는 상태에서 좌우로 스와이프하면 워치 페이스를 쉽게 전환할 수 있습니다. 핸드폰 배경처럼 하나를 한참동안 놓고 쓰는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수시로 변경해가면서 쓸 수 있도록 설계해놓은 거죠. 워치 페이스의 좌우엔 개인화를 한 워치페이스가 저장되어 있으니 자연스럽게 용도와 상황에 맞게 워치페이스를 전환해서 사용하는 형태를 띄게 됩니다. 일할 때는 온갖 데이터가 집약된 디지털 시계, 집에서 쉴 때는 시계 바늘 외에 아무 것도 없는 아날로그 시계, 운동 중에는 운동량 추적용 페이스를 쓴다든지 말이죠.
애플워치를 오랫동안 쓰면서 저도 상황별 워치 페이스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되더군요. 다음은 제가 상황별로 바꿔가며 사용하고 있는 워치 페이스를 정리해봤습니다.
1) 평상시 :
인포그래픽 워치 페이스
화면에 표시되는 정보가 너무 많아 시계 보듯이 한번 힐끔보는 것으로는 모든 정보를 볼 수는 없다는걸 단점으로 꼽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차피 세계 시간이 표현되거나 날짜, 기압 등 시간 외의 정보가 표현되는 오토매틱 시계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원하는 정보가 한가지 이상이 되면 시계를 여러번 볼 수 밖에 없죠. 정보가 한 화면에 표시된다는 것은 한번에 다 보는게 목적이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별도의 조작없이 볼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전 컴플리케이션(시계 화면에 정보를 표시해주는 작은 단위)가 많을 수록 더 유용한 워치 페이스라고 생각합니다.
Waterminder (수분 섭취 상태 확인)
Focus (업무 집중 타이머)
Dusts (미세먼지)
기온
캘린더
기상상태
타이머
활동상태
전 개인적으로 중앙에 있는 컴플리케이션 중 캘린더 컴플리케이션은 못 바꾸는건가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중앙에 있는 컴플리케이션은 시계의 다이얼 부분에 영향을 줍니다. 캘린더의 일정이 다이얼에 둥그렇게 표시되는 것처럼 다른 컴플리케이션을 선택하면 그 정보가 다이얼 부분에 표시됩니다.
2) 일할 때 :
모듈 페이스
모듈 페이스에서 사용 중인 컴플리케이션은 좀 더 업무에 특성화된 것들입니다. 인포그래픽 워치페이스는 아날로그 시계인데다 정보 + 색깔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집중력이 흐려지는 문제가 있더군요. 좀 더 비즈니스(?) 적인 목적에 맞는 파란색을 단색으로 배치해놨죠.
캘린더(날짜 표시)
캘린더(다음 일정 알림)
Focus (업무 타이머)
Waterminder (수분 섭취)
Dusts (미세먼지)
3) 바쁠 때 :
시리 페이스
시리 페이스는 애플의 인공지능 브랜드 시리의 이름을 딴 것에서도 알 수 있듯 AI가 자동으로 다음에 해야할 일을 카드 형태로 알려주는 페이스입니다. 구글의 Google Now 같은 기능과 비슷하죠. 미리 알림이나 일정 등이 표시되어 바로 다음에 해야하는 작업을 알 수 있고, 그 아래에 바로 뒤에 이어질 작업을 미리 보여줍니다. 혹시 좀 더 보고 싶거나 과거의 카드를 보고 싶다면 디지털크라운을 돌리면 되죠.
시리 페이스는 WatchOS4까지만 해도 그냥 일정 보여주고 아침에 날씨 보여주는 기능 정도만 있어서 왜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이 붙는지 좀 의아했는데요, WatchOS5부터는 사용자의 사용 패턴을 학습합니다. Waterminder 같이 Siri 단축어를 지원하는 경우 사용자의 사용 패턴을 학습해서 사용 패턴에 따라 적절한 카드를 제시해줍니다.(스크린샷에 보이는 물 섭취 버튼 같은 것이 그 예죠.)
Waterminder (요즘은 시리 페이스에서 물 기록을 제시해주고 있어서 이 아이콘을 쓸 이유가 적긴 합니다.)
Dusts
4) 휴식할 때 :
연무 페이스
5시
가 퇴근)이 되면 다음날 일정을 미리 보여주는데 솔직히 집에서 쉬는 동안은 내일 할일이나 내일 회의 같은건 보고 싶지 않죠. 미세먼지나 날씨 같은 정보도 보고 싶지 않아집니다. 그럴 때는 이 연무 페이스를 사용합니다. WatchOS5에 추가된 연무, 불과 물, 리퀴드 메탈 페이스는 디자인 외에는 다 같습니다.
애플워치 시리즈 4에서는 전체화면에서 애니메이션이 나오는데 이 화면에서는 어떤 컴플리케이션도 배치할 수 없습니다. 시계에 눈금도 안보이죠. 정보량을 최소화하면서도 애니메이션이나 디자인이 아름다워서 휴식할 때 가장 적절한 워치페이스인 것 같습니다.
5) 배터리를 아껴야할 때 :
숫자 페이스
6) 심심할 때 + 시계를 볼 수 없을 때 :
미키마우스 페이스
그리고 의외의 기능이 있는데,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볼 수 없을 때(무거운걸 들고 있거나 해서) 사용하기 좋은 페이스입니다. 시계 화면을 두번 두드리면 미키마우스가 음성으로 시간을 말해주거든요.(“
여덟시 십오분
! 즐거운 저녁시간~”) 만약 에어팟이 아이폰과 연결되어 있다면 에어팟으로 음성이 나옵니다. 손목을 들기 어려울 때 이렇게 하면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어 좋더군요.
이 페이스는 컴플리케이션을 세개까지 둘 수 있지만 지금은 컴플리케이션 없이 사용 중입니다.
워치 페이스를 많이 쓰긴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1) 평소, 2) 일할 때, 4)휴식할 때를 주력으로 사용합니다. 1), 2), 4) 워치 페이스의 경우 스와이프로 왔다갔다를 편하게 하기 위해 워치 페이스 배치 순서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가장 많이 쓰는 1) 평상시 페이스를 가장 가운데에 배치하고(3번 쯤) 2) 일할 때, 3) 휴식할 때 페이스는 좌우로 왔다갔다할 수 있게끔 전 후로 배치해놓고 쓰고 있습니다.
애플워치는 다른 스마트워치에 비해 서드파티 페이스를 사용할 수 없어서 제한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WatchOS 1 ~ 5를 거치면서 여러 페이스가 추가되고 페이스들 나름대로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하고 있어서 상당히 개인화된 워치 페이스 환경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상황에 맞는 워치 페이스를 구성해놓고 쓰다보면 몇년에 걸쳐 자연스럽게 개인에 맞게 최적화되어갑니다. 혹시 애플워치 페이스를 하나만 쓰고 계시다면 상황에 맞는 애플워치 페이스를 한번 만들어보시는 것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