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애플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산지 4년이 넘어가는 아이폰5를 드디어 바꿀 시기가 도래했다고 생각해서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이벤트였습니다. 이벤트를 보고 난 다음 생각을 트위터라던가 혹은 개인적인 자리에서 이야기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런 이야기들을 한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 애플 이벤트는 앞으로는 되도록 생방송으로 보지 않을 생각입니다. 관심이 떨어져서라기 보다 워낙 늦은 시간에 영어로 된 발표를 듣고 있다보니 전달력도 떨어지고 결국 다음날 요약 발표를 찾아볼 수 밖에 없더군요. 또한 트위터에서도 예전처럼 축구 생중계를 같이 보는듯한 현장 즐거움이 많이 떨어진(…) 이유도 있습니다.
- 발표의 주인공이었던 아이폰7은 거의 루머 그대로 나왔습니다. 애플이 직접 제조하지 않는 아이폰에 관련한 부분이라면 이미 많은 부분 유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애플의 비밀 유지 능력이 떨어진 것도 있겠지만 그만큼 아이폰이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
이번 아이폰7은 디자인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고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뒷면을 흉하게 가로지르고 있던 안테나 선을 감춘 것만으로도 충분한 디자인 변화라고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아이폰은 궁극적으로 아이팟 터치의 디자인을 따라가게 될 거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차츰차츰 그에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전체적인 크기나 비쥬얼은 다르지만 말이죠.
-
저는 그동안 계속 아이폰5를 블랙으로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5s부터는 스크래치에 약하다는 이유로 스페이스 그레이로 바뀐 후 블랙은 사라졌죠. 그리고 7에와서 다시 블랙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계속 이어서 검은색 아이폰을 쓸 수 있게 되었네요. 좋습니다.
-
제트블랙 컬러는 맥북 프로에서 쓰인 검은색 알루미늄과 비슷한 소재와 재질이라고 합니다. 기존 아이팟에 있던 거울 뒷면처럼 금속 느낌이 매우 잘 살 것 같지만 그만큼 지문과 스크래치가 걱정됩니다. 아이팟 같은 경우 개봉하는 도중에 스크래치가 생길 정도였거든요.(아니나 다를까 애플 홈페이지에서도 이 부분이 걱정되면 케이스를 사용하라고 할 정도네요.)
케이스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언제부터인가(아마도 아이폰6부터?) 아이폰의 디자인은 케이스 사용을 가정하고 만드는 것 같습니다. 카툭튀도 그렇고 이번 제트블랙도 그렇고 케이스 사용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 아이폰7에서 가장 큰 특징이자 논란이라고 한다면 단연 이어폰잭 제거입니다.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표준 오디오 잭은 무려 1878년에 나온(…) 100년도 더 넘은 기술입니다. 이것을 대체하려는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심지어 애플조차도 아이팟 셔플 3세대에서 비슷한 시도를 했다가(정확히는 다른 이어폰을 못쓰게 했던 것이지만) 다시 수정하고 되돌아간 전적이 있죠. 국내 핸드폰 업계는 애초부터 3.5mm 이어폰잭을 없애는 혁신(!)을 시도했지만 소비자 불편만 야기했습니다.
애플은 예전부터 당연하게 여겨지던 기술들을 많이 없앴습니다. 스티브 잡스 복귀 이후 처음 만든 아이맥에서 플로피 디스크라는 저장 매체를 퇴출시켰고, 그 다음엔 광학 드라이브를 퇴출시켰고 하드디스크도 점점 퇴출 시키는 중입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는 물리 키보드나 스타일러스 등의 존재를 없앴고(최근에 부활하고 있지만..) 이젠 “동기화”라는 존재를 점점 없애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들을 없앨 때마다 애플은 수많은 반대에 직면했고 잘 처리해왔죠. 그리고 이번이 이어폰 단자 차례가 된 것 같습니다.
- 이어폰 단자는 아이폰에 남아있는 유일한 아날로그 포트입니다. 라이트닝 포트는 아날로그 전송 기능이 없습니다. 라이트닝이 이어폰 단자의 역할을 맡아서 오디오 전송을 하게 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디지털을 이용한 전송입니다. 디지털로 오디오를 전송한다면 여러가지 이점이 있는데요, 외부의 이물질로 인한 음질의 간섭 현상이 최소화되고, 노이즈 캔슬링 같은 여러가지 기술도 시도할 수 있게 됩니다. 무엇보다 음질 자체에 영향을 주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배제되어 인터넷 세계에 만연한 음질 미신들을(금으로 만은 오디오 케이블을 쓴다든지) 무효로 만들어 버릴 수 있게됩니다.
-
하지만 이어폰 제거를 한 궁극적인 목적은 라이트닝 이어팟 따위가 아니라 바로 무선 이어폰일 것입니다. 애플은 당연하게도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을 같이 공개했습니다. 에어팟의 디자인은 마치 이어팟을 줄만 자른 것 같이 생겼습니다. 이로 인한 디자인도 많은 호불호가 있는 것 같습니다.
-
무선 이어폰(특히 블루투스)이라는 분야는 역사는 꽤 오래되었는데 좀처럼 발전을 하지 못하는 분야입니다. 제가 블루투스 이어폰을 처음 접한 것은 2005년 즈음이었는데, 그로부터 10년이 다되어갈 동안 무선 이어폰은 발전한게 거의 없습니다. 유선에 비해 거추장스러운 유닛 크기, 불편한 페어링 과정, 좋지않은 음질, 짧은 배터리 시간, 비싼 가격 등 오래되긴 했지만 좀처럼 대중화되기는 어려웠습니다.
이는 제조사의 문제도 있겠지만 블루투스라는 기술 자체가 가진 문제이기도 합니다. 블루투스라는 표준 기술을 쓰는 이상 불편한 페어링 문제와 좋지않은 음질 등의 문제는 같이 가져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에어팟도 표준 블루투스 이어폰이긴하나 블루투스 기술을 나름대로 커스터마이징하여 위에서 언급한 몇가지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페어링 과정이 상당히 빠르고 직관적이며, 음질이 훌륭하고, 배터리도 비교적(연속 5시간) 오래갑니다. 어떤 커스터마이징을 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이 부분은 분명 해결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해결하지 못한게 하나 있다면… 가격이겠죠. -_-
- 이번 발표에서 나온 아이폰7과 에어팟은 반드시 구매할 생각입니다. 애플워치가 디자인이 변경되었다면 다시 구매해보는걸 고려해봤겠지만 아쉽게도 내부적인 개선에 그쳤기 때문에 당분간은 페블을 더 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