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맥(Retina 4k 21.5인치, 2017) 개봉기


최근에 아이맥을 질렀습니다. 이로서 애플 라인업은 시계부터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데스크탑까지 모든 라인업을 한번씩 다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특정 제조사 물건을 이렇게 많이 산 것도 거의 처음인 것 같네요. 애플이 주는 사용자 경험과 생태계의 무서운 점인 것 같습니다.

아이맥을 사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아이폰과 아이패드 때문에 집에서 놀고 있는 맥북에어 때문이었습니다. 반복적인 직장인 생활을 하면서 대부분 일은 사무실에 있는 윈도우 컴퓨터로 하고, 출퇴근 등 이동시간은 대부분 아이폰을, 집에서 뒹굴거리는 시간에는 아이패드를 쓰다보니 맥북 에어는 자연스럽게 자리를 점점 잃어가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맥북 에어를 쓸 때는 바로 글을 쓸 때인데요, 이 부분에서는 맥북에어를 대체할 수 있을만한 기기는 없었습니다. 때로는 모바일 기기들이 하기 복잡한 일을 할 때도 맥북 에어가 등판합니다. 아무래도 iOS가 많이 발전하긴 했지만 아직 PC가 해야만하는 작업들이 종종 있죠.(예를 들어 가상머신에서 리눅스 이미지 제작 작업 같은) 대부분 회사 업무 외적으로 ‘생산적인 일’을 할 때 맥북에어가 좋은 파트너가 됩니다.

근데 이렇게보니 전 맥북을 집 책상에서만 쓰고 있더군요. 더이상 맥에서 휴대성을 기대하지 않아도 된 것이죠. 이후에도 이동하면서 작업한다는 맥북의 가치를 일깨우기(?) 위해 카페 같은데서도 작업을 해봤지만 어딘지 좀 어색했습니다. 맥북에어는 여전히 글을 쓸 때는 최고의 파트너지만 이런저런 복잡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적인 한계에 다다른 것이 느껴졌습니다.(핑계같지만.. 아닙니다.)

지금의 맥북에어보다 좀 더 강력한 하드웨어가 필요했던 차에 맥북 프로를 고민해봤지만 맥북 프로(특히 터치바)는 가격이 현실이랑은 거리가 멀더군요. 어차피 맥을 책상에서만 쓸 바에야 데스크탑을 들여놓으면 어떨까?라고 생각해 큰 결심을 하고 아이맥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마침 2017 아이맥 이후로 레티나 아이맥 쪽은 가격이 현실권으로 내려온 상태라 바로 질러주었죠.

아이맥을 매장에서 봤을 때만해도 아이맥 21.5인치는 그렇게 크다는 생각은 안들었는데 이 배송상자를 보니 아이맥이 데스크탑이라는 실감이 나더군요. 지금까지 애플에서 주문한 제품 중 가장 큰 제품인 것 같습니다.

배송상자를 열면 아이맥 박스가 들어있습니다. 오오오..

박스를 열어보면 작은 박스가 하나 있습니다. 이게 뭘까요? 설명서 같은건가..

박스에는 Designs by Apple in California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이 박스의 정체는 잠시 후에 알아보겠습니다.

정체불명의 박스와 함께 위 스티로폼을 제거하면 아이맥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스티커와 덮고 있는 종이 포장 등을 제거하면..

한겹 더 비닐이 등장합니다. 이 비닐을 제거하면..

드디어 아이맥이 등장합니다.(두-둥!)

두께는 듣던대로 얇습니다. 모니터 한대와 비슷한 크기지만 이 안에 컴퓨터 시스템이 들어가 있다는건 언제봐도 놀랍습니다.

아까 전의 그 작은 박스에는 매직키보드와 매직마우스가 들어있었습니다. 전 사실 아이맥을 살 때만해도 키보드와 마우스는 따로 구매해야하는줄 알았습니다. -_- 컴퓨터를 사면 키보드랑 마우스가 들어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데 그동안 애플이 해왔던 것을 볼 때 따로 구매해야하는 줄 알았거든요. 다행히도 마우스와 키보드는 기본적으로 제공해줍니다.(트랙패드를 사고 싶으면 추가 비용이 들어가지만..)

그 아래에는 설명서와 검은천(?) 그리고 사과 스티커가 있습니다. 검은 천은 아이맥의 액정을 닦는 클리너로 보입니다. 아이맥의 악세서리에서는 그래도 친절한 애플의 모습이 엿보입니다. 사과 스티커는 계속 주긴 하지만 아직도 무엇을 위해서 주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이맥의 디테일에 감명 받았던 부분은 바로 이 전원코드입니다. 본체와 연결 부분의 각도가 자세히 보시면 적당히 휘어져있습니다.

저렇게 휘어진 부분은 이렇게 본체랑 연결될 때 유선형 본체에 유격없이 딱 맞아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아이맥 뒷편의 전선 구멍으로 자연스럽게 통과하도록 합니다. 아이맥 본체를 다양한 각도로 조절해도 선이 꼬이거나 구부러지지 않아 좋습니다.

아이맥을 처음 부팅하면 이렇게 키보드랑 마우스를 연결하라고 나옵니다. 매직마우스랑 매직키보드는 둘 다 블루투스 방식으로 연결됩니다. 출고시부터 페어링이 되어있는건지 별도 페어링 과정없이 그림에서 시키는대로 전원만 켜면 연결이 됩니다.

세팅 완료. 레티나 4k 화질이 무시무시합니다. 맥OS 시에라의 기본 배경 자체가 고화질을 강조하기 위한 그림이라 더 강조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맥북 에어에서는 저장공간 때문에 설치하지 못했던 우분투도 성공적으로 설치해서 쓸 수 있었습니다.

맥이랑 우분투만 설치하면 섭섭하니 윈도도 설치해서 운영체제 대통합을 이뤄내는 모습입니다.

레티나 화질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는 많이 썼지만 맥에서는 처음인데 확실히 쨍- 합니다. 경제사정 때문에 아쉽게도 5k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4k 화질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여전히 웹에서 사용되는 이미지들은 아직 레티나에 대응하지 못해서 뿌옇습니다. 우분투도 약간 뿌옇게 나오고 윈도우 같은 경우는 레티나를 제대로 지원하려면 UI 크기 자체를 키워야 대응이 되더군요.

바로 전세대 아이맥은 4k 모델의 경우 CPU가 브로드웰이라는 여러 세대 전의 CPU가 사용되었지만 2017 아이맥부터는 카비레이크가 탑재되어 5k 모델과의 격차가 좀 더 줄었습니다. 게다가 가장 저렴한 기본형에도 라데온 프로 555라는 외장 그래픽이 탑재됩니다. 예전 모델에는 인텔 아이리스 그래픽이 탑재되었다고 하는데 고해상도 처리를 위해서 꽤 유의미한 변화인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에는 주로 맥으로 글을 쓰거나 사진을 편집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이 성능을 제대로 사용할만한 컨텐츠가 없어서 게임으로 테스트를 해봤는데요, 바이오쇼크 인피니티를 맥 버전으로 실행했을 때 게임이 지원하는 최고 해상도(2560 x 1440)에서도 높은 옵션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맥에서는 스팀게임들의 성능이 다소 저하되는 측면이 있어서 정당한 비교가 아닐 수 있습니다.

기타 성능에서는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구동속도 측면에서 봤을 때는 맥북에어보다 굼뜬 모습을 많이 보여줍니다.(특히 부팅속도) 맥북에어는 SSD를 사용하고 있지만 제가 구매한 아이맥은 1TB 퓨전드라이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퓨전드라이브는 SSD랑 HDD를 합쳐서 자주 사용하는 부분은 SSD를 사용하고, 자주 사용하지 않는 파일은 HDD로 관리하는 기술입니다. HDD의 장점(가격)과 SSD의 장점(속도)을 합쳐놓은 기술이죠.

여기에서 함정은 4k 아이맥은 HDD 부분이 5400rpm 짜리가 달려있습니다. 예전 노트북 등에서 많이 사용하는 하드디스크로 대부분 7200rpm 하드가 일반적으로 쓰이는 요즘과 비교해보면 많이 느립니다. 4k 아이맥 기본형을 구입하면 그나마 퓨전드라이브도 아니고 그냥 HDD만 달려있습니다. 하드디스크로만 사용할 경우 정말 느리기 때문에 아이맥 기본형을 구입하실 때는 최소한 퓨전드라이브는 업그레이드하시기 바랍니다. 저장장치의 속도는 CPU의 속도나 램보다도 일반적인 사용에 더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아이맥을 약 1주일정도 써본 상태인데요, 써본 결과 생각보다 아이맥으로 별로 할게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예전 맥북에어를 쓸 때도 작업이 동영상보기나 인터넷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좌절한 적이 있었는데 아이맥도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그러고보면 맥은 뭔가 존재만으로 사용자에게 생산적인 일을 하도록 강요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디자인도 창의성을 자극하지만 뭣보다 가격이…) 하지만 결국 아이맥도 컴퓨터이므로 일단 사용 용도는 천천히 생각해보려 합니다. 일단 기존 맥북에어와 비교해 넉넉해진 하드웨어로도 뭔가 할 수 있는게 많아진 것 같아 두근거리는 중입니다.

좀 더 본격적인 사용기는 좀 더 써보고 올려보겠습니다. 비싼 타자기(…)를 샀으니 앞으로는 저도 블로그에 좀 더 자주 들러서 글을 써야겠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