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커뮤니티를 둘러보다 보니 2010 맥북 에어 중고 시세가 30만원대까지 떨어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2010년 맥북 에어는 12월에 출시되었으니 출시된지 3년도 채 안되서 30만원대까지 떨어진셈인데(…) 이건 전세대 맥북 에어들과 비교해봐도 정말 놀라운 하락폭이다.

맥북 에어 이전에 쓰던 후지쯔 p1510은 무려 6년 가량을 썼었다. 6년 정도 썼던 시점에 중고가격이 35만원까지 떨어졌던걸 생각해보면..맥북에어의 하락 속도는 체감 2배 정도는 되는 것 같다.(물론 p1510의 출시 가격은 200만원대이었기 때문에 하락 속도는 사실 비슷한 정도 일수도 있다.) 과거 애플의 제품은 중고 가격 방어가 좋기로 소문났었지만 그것도 옛말이 된 것 같다.

아마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 같다. 일단 맥북 에어 2010 모델은 같은 라인의 기존 모델과 다르게 가장 일상적인 맥북 라인으로 출시된 최초의 모델이었다. 기존 맥북 라인을 대체하는 모델이었으며, 어떤 면에서는 아이패드와 가장 근접한 맥북 라인이었다. 맥북이 본격적으로 저렴해지기 시작했던 최초의 모델이다보니 이런 것 아닐까 싶다.

또 한가지, p1510과 달리 맥북 에어는 많이 팔렸다.(아마 아이폰 덕분 아닐까?) 중고 시장에서 공급도 당연히 많을 것이다. 게다가 후속 라인이 더이상 나오지 않는 후지쯔 노트북과 달리 맥북 에어 라인은 매년 성능을 업데이트하여 계속 출시되고 있다. 중고 시장에서는 2010 맥북 에어 뿐 아니라 여러 세대의 맥북 에어가 계속 풀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CPU도 몇세대 이전 것을 사용하는 맥북 에어 2010의 중고가는 폭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ㅠㅠ

이제는 정말 2010 맥북 에어를 팔아도 아이패드 미니를 살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ㅠㅠ

그 러나 2010 에어를 아직도 사용하는 사용자 입장에서 변호를 해보자면, SSD의 힘으로 인해 일상적인 사용에서는 여전히 2010 에어는 상당히 쓸만한 성능을 보여준다. 중고 가격은 아이패드 미니 Wifi 모델의 구매 가격보다 떨어지지만 활용도는 아이패드 미니보다 더 좋을 것이다.(일단, 아무리 그래도 노트북이니까.)

또한 상당히 저전력의 비교적 준수한 성능을 지닌 CPU를 지니고 있어, 2010 에어(특히 11인치)는 이전, 이후 세대의 에어보다 발열 성능이 좋다. 팬도 무거운 게임을 돌리지 않는 한 일상적인 용도에서는 거의 돌지 않는다.(이후 세대의 에어들에는 종종 발열 문제가 들리기도 한다.)

무엇보다, 2010 에어의 가장 큰 메리트는 아직도 최신의 맥북 에어 디자인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라인업에서는 어떤 디자인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2012 에어나 2010 에어나 겉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속은 완전히 다른 컴퓨터지만(…) 디자인 측면에서 2010 에어는 구시대의 컴퓨터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어쩌면 언젠가 아이팟 터치, 나노 수준으로 떨어질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직 새로운 세대의 맥북에어를 살 계획은 없다. 아직도 내 용도에서는 충분한 성능을 내주고 있기에. 다만 불안한 것은 맥OSX가 세월이 갈 수록 계속 무거워지고 있다는 것인데.. -_- 더이상 이 녀석으로 OSX를 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는 우분투를 설치하면 될 것이다.

(무게와 상관 없이 최근 OSX 업데이트 주기가 짧아지면서 완성도도 좀 낮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지금까지는 새로운 운영체제가 나오자마자 바로바로 이동했지만 올해는 새로운 운영체제가 나와도 조금 추이를 지켜본 후 적어도 2번째 리비전이 나온 다음에 업그레이드 할 생각이다.)

덧. 맥북 에어 사진을 찾기 위해 옛날 포스팅을 찾아보다보니 하드웨어(라지만 주로 디자인) 자체에 감탄을 마지않았던 제품은 아마 맥북 에어가 유일했던 것 같다. 아이폰5도 높은 완성도의 하드웨어였으나 맥북 에어를 처음본 충격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실 지금도 맥북 에어 디자인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새로운 세대의 맥북 에어 디자인은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