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앱스토어? 정말 새롭고 혁명적이며 위대한 행보일까

애플과 관련된 모든 행사들은 항상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는다. 애플을 좋아하는 사람들, 싫어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취재하는 사람들도 모두 애플의 행사에서 스티브 잡스의 입과 손을 주목하게 된다. 이러한 애플의 행사 중 최근에 가장 주목을 받았던 행사는 바로 애플의 Back to the Mac 행사이다. Back to the MAC, “iOS에서 재미를 봤으니 이제는 맥으로 돌아올 때”라고 말하는 듯한 이 행사에서 잡스는 앞으로의 맥 컴퓨터에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개념을 발표하였다. 바로 맥 앱스토어이다.

맥북에어와 함께 발표된 맥 앱스토어는 아이폰에서 사용되던 앱스토어의 개념을 그대로 맥으로 가져온 것이다. 아이폰 앱스토어를 통해 아이폰에서 유통되는 모든 앱의 유통권을 거머쥐었던 애플이 이제 그 영역을 맥으로 확대하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맥 앱스토어가 나와도 기존에 dmg 패키지로 설치하던 애플의 설치 방식도 당분간 유지되긴 하겠지만, 언젠가는 모두 이 맥 앱스토어로 대체될지도 모르는 일이다.맥 앱스토어가 발표되자 블로그 세계와 트위터 등에서는 이런 참신하고 혁신적인 시스템을 맥으로 도입한 애플의 결정을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맥 앱스토어가 도입되면 일단 사용자 입장에서 앱을 찾아다니며 설치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업데이트 또한 모두 한 곳에서 이루어지며 사용자는 쉽고 간단하게 앱을 설치하거나 지울 수 있다.근데 이거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이 블로그에 자주 방문해주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다 그럴 것 같다. 이런 개념은 매우 오래전부터 리눅스에 도입되어 사용되어오던 개념이었다. 어떠한 프로그램이든지 리눅스에 설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한 장소에서 설치/삭제가 가능하고, 업데이트도 가능하다는 것. 바로 리눅스의 패키지 시스템과 매우 비슷하다.

물론 대부분 “우연찮게도” 무료 프로그램만 있던 리눅스의 패키지 시스템은 앱”스토어”라고 부르기엔 조금 무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분투 10.10부터는 우분투 소프트웨어 센터에서 상용 프로그램을 이미 팔고 있다. 기존에 프로그램 추가/제거를 대체한 ‘우분투 소프트웨어 센터’도 처음에 고안 되었던 이름은 ‘우분투 앱스토어’였다. 그러나 스토어라는 이름은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커뮤니티의 반발이 있었기 때문에 우분투 소프트웨어 센터라는 이름으로 대체되었다.물론 리눅스의 패키지 시스템은 애플의 앱스토어 개념과 출발부터 다른 개념이었다. 애플의 앱스토어는 애플의 시장 통제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었다면, 리눅스의 패키지 시스템은 지나치게 다양하고 개방적인 리눅스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워낙 다양하고 개방적인 리눅스 생태계에서 호환성은 양날의 검과 같았다. 원시 리눅스 시대에서 리눅스용 프로그램의 설치란 어떤 소스를 갖고 자기의 사용자 환경에 맞도록 컴파일을 하여 설치하는, 유럽에서 인기인 DIY 가구 같은 형태였다. 모두가 이러한 짓을 하다가 공통되는 환경에서는 바이너리만 공유해도 되잖..?이라고 생각한 어떤 해커가 패키지라는 개념을 도입하게되고, 이러한 패키지 시스템이 표준으로 자리잡아 RPM과 DEB으로 탄생하게 되었다.패키지는 리눅스용 프로그램의 설치와 삭제에 있어서 혁명적인 일이었다. 컴파일은 크게 줄었고, 사용자 편의성은 향상 되었다. 그러다가 특정한 리눅스 배포판에서 사용하는 패키지를 한군데에 모아놓은 저장소라는 개념이 도입되었고 저장소에서 업데이트까지 관장하게 되면서 지금의 우분투 같은 패키지 관리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우분투는 우분투 소프트웨어 센터에서 모든 우분투용 소프트웨어의 설치와 삭제를 할 수 있고, 업데이트 또한 OS 업데이트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무료 어플 뿐 아니라 유료 어플도 판매하며 Ubuntu One 아이디를 통해 한번 구매한 소프트웨어는 다른 컴퓨터에서도 설치가 가능하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 차원에서 발전한 리눅스의 패키지 시스템이 이제 다른 OS에서 찾아보기 힘든 “편리한 기능”으로 자리잡게 된것이다.

애초부터 맥에서는 이러한 일이 필요하지 않았다. 전세계에서 맥이라는 것은 하나 뿐이다. 맥이라는 OS를 만들고, 맥이라는 컴퓨터를 만드는 곳 또한 하나 뿐이다. 맥용 프로그램이라고 한다면 하나의 바이너리만 제공하면 된다.(이것은 윈도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보니 맥에서는 자연히 리눅스의 패키지 시스템 같은 개념은 필요 없었고 그렇게 발전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앱스토어라는 개념은 왜 등장하였으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그것은 역설적으로 애플이 폐쇄적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애플은 이미 OS의 개발과 하드웨어 제작, 그 유통의 권리를 독점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폰을 통해 애플은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였다. 바로 기기상에서 유통되는 앱과 컨텐츠에 대한 유통의 독점 또한 가능한지 여부였다. 그것이 바로 앱스토어와 아이튠즈다. 애플은 맥에서 바로 실행하기 전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시장이자, PC보다 덜 성숙한 mp3와 스마트폰 시장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애플은 애플이 직접 통제하고 관리하는 앱스토어라는 실험적인 세계를 창조하고, “사용자 편의”와 “컨텐츠, 소프트웨어 유통의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그 안에 사람들을 가두었다. 애플의 뛰어난 디자인과 사용성, 품질에 눈이 멀게된 사람들은 거부감 없이 그러한 개념들을 받아들였고, 이러한 실험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대성공이었다. 애플에는 막대한 부를 안겨주었고, 사람들은 애플을 비난하지 않고 애플을 칭송하였다. 이러한 바람직한 비즈니스가 어디있겠는가?애플은 아이폰에서의 실험 성공을 바탕으로 그 영역을 맥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Back to the MAC에서 맥 앱스토어는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증대시켜주고, 소프트웨어 유통을 건전하게 해준다고 하였지만, 진정한 애플의 의도는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맥의 OS, 하드웨어, 유통망의 독점에 이어 맥에서 유통되는 컨텐츠와 앱의 지배권을 독점하겠다는 의도이다. 이것은 사용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행될 것이며,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맥OSX에서 dmg를 통한 직접 설치는 불가능해질 것이며, 맥 앱스토어에 맥용 크롬과 파이어폭스는 끝내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다. 대신 수십개의 편리하고 보기 좋은 인터페이스를 지닌 애플의 훌륭한 소프트웨어들이 사용자의 눈을 가리게 될 것이다. 내 말이 근거없는 리눅스 빠돌이의 저주로 들리는가? 하지만 앱스토어에서 애플이 오페라 브라우저와 플래시에게 취했던 정책들을 생각해보면 전혀 가능성 없는 일들이 아닐 것이다.다시 원래의 물음으로 돌아오자. 애플의 맥 앱스토어는 정말로 새롭고 혁명적이며 위대한 행보인가? 물론 이제와서 애플의 앱스토어가 리눅스의 모방이라고 하지는 않겠다. 스티브 잡스는 “우리는 기존에 존재하던 것들을 재구성하는 일을 할 뿐이다”라고 하였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어떻게 쓸만하게 만드냐하는 것이다. 이것에서 만큼은 애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애플의 맥 앱스토어는 전혀 새롭지 않으며, 위대하지도 않다. 기존에 있던 개념을 차용한 것이며 영리 기업의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한 움직임일 뿐이다.”제품이 좋다고 하여 눈까지 멀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