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심비안을 버리다(?)


스마트폰업계 “수상한 구글과 MS”

기사의 내용은 구글과 MS가 스마트폰을 내면서 기존에 제휴를 맺고 있는 기업들의 뒤통수(특히 국내기업)를 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구글이나 MS가 스마트폰을 낸다해도 애플처럼 하드웨어 제조 노하우가 쌓인 기업도 아니고.. 어차피 하드웨어는 OEM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 좀 회의적입니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주체가 다르고, 하드웨어를 만드는 주체가 다르면 기존 스마트폰과 다른게 무엇일까요. 오히려 전 저 두업체의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 폰은 이렇게 만들어라! 윈모7 폰은 이렇게 만들어라!라고 하는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하게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쨌든 기사 맨 마지막 부분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노키아 역시 심비안을 포기하고 리눅스 기반의 ‘마에모’로 새 판을 짜면서 스마트폰 시장은 일대 혼전을 겪을 전망이다.”

마에모는 제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데비안 기반의 모바일 운영체제입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라고 하긴 뭐하고-_- 노키아의 (전화도 되는) 인터넷 타블렛 N900에 탑재되는 운영체제입니다. 스마트폰이라기보단 컴퓨터에 더 어울리는 운영체제입니다. 데비안 기반인데다가 GNOME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우분투에서 실행되는 프로그램을 대부분 실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돈 걱정만 없다면 N900을 들여오고 싶은 생각도 굴뚝같네요)

심비안은 노키아, 소니에릭슨, 모토로라 등의 핸드폰 업체들이 모여 개발을 시작한 통신기기를 위한 운영체제입니다. 애초부터 PDA 같은 장치를 대상으로 시작한 윈도모바일과는 달리 처음부터 전화기를 위한 운영체제로 시작하였기 때문에 좀 더 전화 기능에 어울리는 운영체제입니다.(그렇지만 심비안을 탑재한 노트북이나 전자사전, PMP 등도 있습니다)


심비안은 현재 스마트폰 OS 점유율 1위(51%)를 달리고 있는 운영체제이지만 아이폰, 안드로이드 등 새로운 스타들의 탄생으로 점유율이 적지않은 속도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심비안은 2008년 소프트웨어의 중요함을 느낀 노키아에 전격 인수되고, 노키아는 심비안을 오픈소스화하여 심비안 재단을 설립합니다. 심비안은 주로 노키아의 스마트폰에 탑재되고 있지만 소니에릭슨, 삼성 등에서도 심비안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계속 출시되고 있습니다.(최근 작으로는 소니의

Vivaz

, 삼성의

옴니아HD

가 있습니다.) 현재 판매되는 심비안 최신 버전은 S60 5th 플랫폼으로, 터치스크린 핸드폰에 탑재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컴퓨터에 전화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라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전화기에 컴퓨터 기능을 넣은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제 생각에 전자는 마에모나 아이폰이라고 할 수 있고, 후자에 가장 어울리는 것은 심비안이나 RIM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이 더 좋은지는 당연히 개인 기호입니다만 전 아직까지는 후자가 좀 더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1위를 유지해온 심비안이지만 업계에서는 이제 심비안을 지는 태양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건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에 대비해 심비안이 가지는 몇가지 한계 때문입니다. 심비안은 오랜 세월에 걸맞게 다양한 장치에 탑재되어왔습니다. 3*4 키패드를 갖고 있는 전화기에도 탑재되었고, 풀쿼티 자판을 가진 핸드폰에도 탑재되었으며, 심지어 마우스 같은 포인팅 장치를 갖고 있는 장치에도 탑재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재의 심비안은 인터페이스가 상당히 중구난방입니다. 최근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풀터치 스마트폰의 OS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낙후된 인터페이스죠.(그러나 이 부분은 상당히 많은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S60 5th가 탑재된 스마트폰은 이제 대부분 키네틱 스크롤을 지원합니다. 5800도 펌웨어 업데이트로 가능해졌습니다.)

또하나 심비안은 개발자에게 지옥 같은 환경을 선사하는 운영체제로 유명합니다. 어떤 심비안 개발자는 심비안의 개발환경에 대해 “개발자에게 어떤한 영감도 주지 못하는 개발 환경”으로 묘사하기도 합니다. 개발을 했다고 해도 심비안에 Sign을 받으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Sign을 받았다고 해도 Ovi 스토어 같은 앱스토어에 등록하려면 절차가 복잡합니다.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에 개인 개발자들이 주를 이루는 아이폰의 앱스토어와 달리 Ovi 스토어에서는 개인 개발자의 어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지요.

이런저런 이유로 심비안의 소유주인 노키아조차 심비안을 버리고 마에모로 가지 않느냐는 예측이 나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노키아는 아직까지 심비안을 포기한다는 어떠한 발언도 한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올해 노키아에서 나오는 스마트폰은 대부분이 심비안 기반이고 마에모 기반은 1종 정도 밖에 없습니다. 여전히 심비안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계속 나오고 있고 노키아도 심비안용 어플 개발을 부지런히 준비중입니다. 그리고 1월 21일 심비안과 마에모 기반의 스마트폰 15종에 Ovi Map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발표도 했었죠.

현재 5800에 탑재되어있는 S60 5th는 Symbian^1 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그리고 이제 Symbian^1을 탑재한 마지막 스마트폰인 노키아 X6 이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Symbian^1이후에는 인터페이스 부분을 크게 개선한 Symbian^3 기반 스마트폰이 나올 것입니다. 또 심비안은 트롤테크를 인수하여 QT를 심비안에 이식하는 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QT가 심비안에 성공적으로 인식되면 심비안의 “지옥 같은 개발환경”이라는 것도 크게 나아질 것입니다.

아직 노키아는 심비안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나아가는 노키아에게 심비안은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방패”입니다. 마에모라는 창과 심비안이라는 방패를 잘 활용하면서 특유의 물량공세(-_-;;)까지 더해지면 노키아는 앞으로 1위자리에서 쉽게 내려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더욱이 삼성에게 내주는 일따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