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

나는 글을 못 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초등학교, 중학교때 논술대회에서 단 한번도 입상한적 없고, 백일장에서도 단 한번도 입상한적 없었다. 심지어 대학 논술시험에도 무참히 떨어지면서 나는 글을 못쓴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중학교때의 논술 대회에서 나는 정말 열심히 썼다. ‘논술’이라는 것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기에 나는 나의 의견을 주장하면서 학교에서 배운대로 서론, 본론, 결론 다 지켜가며 근거 들어가며 썼었다. 그러나 매번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실망감이었다. 입상은 커녕 학교에서 조차 내가 쓴 글은 쳐다보지도 않았으니까. 이유를 물었다. “너는 글의 근거가 타당치 않아.” “이런 주장은 맞지 않아.” 근거가 타당치 않다. 근거가 타당하지 않은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쓰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이다. 그리고 쓰기 시작하라고 하며 논술 주제를 준다. 그리고는 책 한권, 문서 한장 참고하는 일 없이 그냥 책 덮고 쓰는 시험 식으로 쓰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슨 타당한 근거를 들 수 있는가? 초등학생, 중학생의 머리 속에 들어있는 근거를 바탕으로 쓴다고 해도 정확한 근거를 대는 것은 힘들다. 이것은 논술대회가 아니라 장문의 형식을 취하는 부정확한 상식 시험이다.

주장이 맞지 않는다? 논술대회는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이라 했다. 주장이 맞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그렇다면 논술 대회에는 “답이 있다”라는 말인가? 이것이 나를 굉장히 혼란스럽게 했고 점차 모든 글짓기에 대해서 나는 희망을 포기해왔다.(물론 참고자료를 다 주고 주제를 미리 알려준다고 잘 쓸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그대신 나는 백일장에서 꾸준히 시를 썼었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시감들은 적어서 따로 노트에 적어두기도 했었다. 백일장에서 나는 소설은 쓰지 않았다.(산문시는 쓴적이 있었다.) 백일장 같이 짧은 시간에 한편의 소설을 쓰라는 이야기는 미친소리이다. 단편의 그저 하루에 일어나는 일상적인 얘기들을 나열한 소설을 쓴다고 해도 적어도 이틀을 꼬박 잡아야 이야기가 완성될 것이다. 그런데 고작 90분 주고 소설 한편을 써내라니! 이것은 제 정신이 아니다.

어쨌거나 열심히 시를 써왔지만, 역시 단 한번도 입상한 적이 없다. 물론 말도 안되는 소리라 입상하지 못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공부 엄청 잘하는 친구에게 대신 써준 시가 금상을 타는 것을 보고 나는 또 한번 실망하고 말았다. 교내 백일장이라는 것은 글의 작품성 뿐만 아니라 어느정도의 성적도 본다는 사실을 그때 알고 말았다.

이런 저런 글에 대해서 실망하고 어쩌고 하는 동안 대학 입시 철이 다가와 6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S대학에 논술시험을 보러 간적이 있었다. 나는 고3때까지 논술시험에 나오는 제시문들이 그저 참고자료의 성격을 띈다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실상은 그런것이 아니었다. 제시문들은 논술 시험 답안의 가이드라인이었던 것이다! 이런 논술시험이 세상에 어디에있는가? 아마도 대한민국에만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도 대학 논술 시험 자리에서 그에 대한 반발 의식이 있었다. 결국 제시문을 최대한 활용하여 “옛것도 시대에 맞게 변화하지 않으면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6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S대에서 그것도 역사학과의 논술시험에서 그런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