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am Deck이 쏘아올린 공에 가장 먼저 반응한건 PC 제조사들이었습니다. Asus에서도 빠르게 ROG Ally를 출시해서 대응했고, Lenovo에서도 Legion Go라는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둘 다 윈도우 11을 사용하는 UMPC 입니다.
Legion Go가 재미있는 점은 컨트롤러가 분리된다는 점입니다. 마치 스위치처럼요. Steam Deck이나 ROG Ally는 컨트롤러 디스플레이가 일체형이라서 게임을 할 때는 계속 들고해야 합니다. 사실 아무리 가볍다고 해도 두 제품 다 한시간이나 두시간 동안 들고 쓰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결국 테이블에 놓고 하려면 별도의 컨트롤러를 연결해야하는데 이러면 휴대성이 크게 떨어지죠.
Legion Go는 무게는 Steam Deck보다 무겁지만 컨트롤러를 분리할 수 있어서 테이블에 놓은 상태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하나 재밌는건 FPS 모드인데, 오른쪽 컨트롤러를 마우스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컨트롤러 사용이 익숙하다고 해도 FPS 장르에서는 마우스 같이 정밀한 디바이스가 좀 더 유리하다보니 상당히 재미있는 발상인 것 같습니다.(사용하는 모습이 별로 쿨한 것 같진 않지만..)
Legion Go는 또 하나 재밌는게 있는데 바로 Legion Glass 입니다. 휴대용 게임기 치고는 꽤 독특한 악세사리인데, 연결해서 사용하면 안경 형태의 디스플레이로 게임을 출력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물론 애플의 비전 프로와 달리 가상현실 기능이 있는 장치는 아니고 그냥 안경 형태로 좀 더 큰 화면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입니다.
Legion Go가 같이 소개한 여러가지 기믹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스마트폰 초창기가 생각났습니다. 그때는 안정화된 지금과 달리 온갖 새로운 기능이 다 나왔었죠.(개인적으로 모토토라의 Atrix가 제일 좋았습니다.) 그때처럼 휴대용 게임 PC 시장도 초창기이다보니 온갖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게 재밌습니다.
Legion Go나 ROG Ally와 같은 UMPC들은 성능이나 스펙면에서 스팀덱을 능가하지만 태생적으로 한가지 중요한 문제를 갖고 있는데 바로 소프트웨어입니다. 스팀덱은 전용 OS를 통해 여러가지 기능을 지원합니다. 절전 모드에서 돌아오는 것도 훨씬 안정적이죠. 하지만 윈도우 11은 애초에 게임기 용으로 설계된 운영체제가 아니다보니 SteamOS에 비해서 범용성은 좋지만 게임할 때 안정성은 떨어집니다.
이건 제조사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과연 MS가 윈도우 11을 이러한 게임용 UMPC에 맞춰 새로 개선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