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ument Valley 3 리뷰 – 잘하는 것을 잘 할 때

Monument Valley 3을 3일만에 클리어했습니다. 붙잡고 계속한 것도 아니고 자기 전에 1시간 정도씩만 플레이했는데도 스토리 모드는 모두 클리어했습니다.

이번 Monument Valley 3편은 전작들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여전히 아름다운 아트웍에, 명상 음악 같은 음악, 난이도 쉬운 퍼즐이 조화를 이루는 게임입니다. “배”를 비롯해 몇가지 새로운 시스템이 추가되었지만 큰 틀에서는 1편, 2편과 다르지 않습니다.

문제는 1편이 처음 출시되었던 2012년에는 모바일에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놀라운 게임이었지만 2024년 기준으로는 그냥 예쁜 모바일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게임은 그대로지만 세상이 너무나도 빠르게 바뀐 셈이죠.

바로 그 점이 이 게임을 리뷰함에 있어서 장점도 되고 단점도 됩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게임이지만, 그렇다고 그 기대 이상을 하지도 않습니다.

Monument Valley는 생각보다 선형적인 게임입니다. 모든 퍼즐에는 해답이 있고, 반드시 그 해답으로만 풀 수 있습니다. 최근 블루스카이에서 “게임이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다라는 글을 봤는데, 이 게임에 선택지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요즘 게임에 유행하는 숨겨진 요소나 도전과제도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이라기보다는 인터랙티브 아트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간혹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점이 처음부터 이 시리즈의 강점이었습니다. 뛰어난 스토리도, 오픈월드도, 도전과제도 없지만 아름답고 현실에는 구현 불가능한 건축물을 이용한 퍼즐, 아름다운 음악과 재미있는 효과음들이 Monument Valley가 잘하는 것이죠.

Monument Valley 3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는 결국 전작의 틀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한계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요즘 게임이 갖고 있는 요소들은 거의 갖고 있지 않습니다. 예전에야 기술의 한계였지만, 지금은 선택인거죠. 그래서 플레이시간도 짧은데다 한번 클리어하면 2회차를 클리어할 생각이 잘 안드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전 그래도 잘하는걸 잘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새로운 시도를 하다가 잘하던 것도 잘하지 못해서 망하는 여러 게임들(ex. 수어사이드스쿼드)을 보면 요즘 같은 시대에는 기대하는 것 만큼만 잘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이 게임은 넷플릭스나 애플 아케이드 같은 구독형 서비스에 더 잘 어울리는 게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새로운 시도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새로 생긴 배 시스템은 그래도 약간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락하기도 하고, 후반부에 나오는 들판은 선형적 이동에 갇힌 게임에 약간의 휴식을 줍니다. 또한 시대가 변한만큼 그래픽도 좋아져서 감탄하게되는 시퀀스도 여럿 있었습니다.

만약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계신다면 한번은 해볼만한 게임입니다. 어차피 한번 클리어하면 그 이상 할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시즌 업데이트가 예고 되어있긴 하지만 어차피 구독 중인 상태니까 시즌 업데이트 때 다시 돌아와서 즐기면 그만입니다.

만약 이 게임 때문에 넷플릭스 구독을 생각하고 계신다면 그건 말리고 싶습니다. 아무리 천천히 클리어해도 3시간 정도면 다 클리어할 수 있는 게임이라 구독한 김에 다른 넷플릭스 다른 시리즈(흑백요리사 등)를 보실 생각이 아니라면 플레이 성향에 따라 한달 구독 비용으로도 후회하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저 같이 취향 저격인 경우는 구독이 아니라 구매 형식으로 나왔어도 구매했겠지만요.

어쨌든 오랜만에 눈이 즐거운 모바일 게임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모바일 게임을 안한지가 꽤 되었는데, 확실히 모바일 게임은 그만의 매력과 강점이 있습니다. 특히 M4 아이패드 프로의 OLED 화면은 이 게임의 비쥬얼에 확실히 더 잘 어울렸습니다.

덧. 엔딩 이후 배를 타고 가다보면 좀 떨어진 섬에서 하프를 켜고 있는 아이가 있는데 그 옆에 앉으면 스탭롤이 올라갑니다. 게임 자체도 물이 많이 나온다 싶었는데,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피해를 알리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덧2. 이 게임은 당연히 애플 아케이드로 나올거라고 생각했는데, 제작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아이폰 뿐 아니라 안드로이드에서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즐겨주기를 원해서 넷플릭스로 발매했다고 합니다. 애플 아케이드는 애플 기기에 최적화된 게임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애플 기기에서만 실행된다는 점이 또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사례가 되겠네요.

덧3. 하지만 이미 애플 아케이드에는 Annapurna Interactive, Ustwo 게임과 같은 인디 퍼블리셔의 게임들은 대부분 내려가는 추세입니다. 위에서도 말했듯 1회성 플레이로 끝나버리는 게임들을 만드는 곳들이다보니 요즘의 애플 아케이드랑은 방향성이 맞지 않아서 계약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