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4 맥미니 구경(?) 후기

요즘 여러가지 이유로 여의도를 자주 왔다갔다하면서 겸사겸사 애플스토어에 들러 M4 맥 미니를 봤습니다. 사실 유럽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구경하러 가봤는데 알고보니 지난 주 금요일이 정식 출시일이었더군요.

M4 맥 미니는 실물로 보면 정말 한손에 잡히는 디자인입니다. 이전 M2 맥 미니까지만해도 미니 데스크탑이긴 하지만 요즘 나오는 중국산 컴퓨터들에 비하면 좀 거대한 편이었는데 디자인을 변경하며 애플 실리콘에 걸맞는 디자인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고보면 M2 맥미니의 디자인도 15년 정도 되었으니 정말 오래 울궈먹긴 했죠. -_- 이번 디자인도 한 10년은 거뜬히 울궈먹을 것 같습니다.

맥미니 본체는 단독 사진만 봤을 때는 감이 잘 안오는데, 옆에 매직마우스를 비교해놓으면 정말 작다는걸 한번에 알 수 있습니다. 길이나 너비가 딱 매직마우스 길이만하다고 보면 됩니다.

저는 미니 데스크탑을 좋아합니다. 스팀머신(Alienware)을 비롯해 여러 미니 데스크탑 형 컴퓨터들을 구매했었죠.

사실 요런 작은 미니 데스크탑들은 공통적인 문제가 하나 있는데 전원(파워)이 외장 어댑터인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위에 있는 Alienware Alpha만 해도 본체는 저렇게 작은데 어댑터는 본체의 절반보다 약간 큰 정도였습니다. -_-;; 책상에 놓으면 위에는 깔끔한데 밑에는 어댑터 배치 때문에 지저분해지는 그런 문제가 있었죠.

M4 맥미니는 크기가 저런데도 전원이 내장형이라 따로 어댑터가 없습니다. 전원선과 디스플레이 연결선만 연결하면 세팅이 끝나는거죠. 진짜 미니멀한 세팅을 추구하신다면 현재로서는 맥 미니만한 대안이 없어 보입니다.

애플스토어에 진열된 맥미니에는 애플 스튜디오 디스플레이가 연결되어있었는데, 본체가 잘 안보일정도로 작으니 스튜디오 디스플레이가 마치 27인치 아이맥 같다는 착각이 듭니다. 애플이 애플 실리콘 이후로 27인치 아이맥을 안내놓는 이유도 사실 맥미니와 연결된 스튜디오 디스플레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편으로,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에 연결된 맥 미니를 보자니 아이맥의 입지가 더 애매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맥은 초창기만해도 그냥 인터넷 선이랑 전원만 꽂으면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컴퓨터라기보다 가전제품에 가까운) 포지션이었지만, 본체의 수명보다 주변 기기의 수명이 더 높은 지금 같은 세상에선 아이맥은 너무 제한적인 느낌입니다.

한쪽에는 그냥 뚜껑만 열면 쓸 수 있는 맥북이 있고, 또 한쪽에는 주변기기 그대로 본체만 간단하게 연결해 쓸 수 있는 맥 미니가 있는거죠. 가전제품 같은 느낌의 아이맥의 포지션이 붕 뜨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인 것 같습니다.

이번 M4 맥미니는 89만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에 애플 인텔리전스 덕분에 기본 메모리도 16기가라 엄청난 가성비 모델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딱 기본형만 가성비가 있다는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애플 제품 답지 않은 가성비인건 맞는 것 같습니다.

제가 시중에 있는 여러 미니 데스크탑을 써봐서 아는데 M4 맥미니 만한 디자인과 성능, 가격을 PC 쪽에서 찾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인텔의 NUC 정도가 있었지만, 사실 NUC도 맥 미니에 비하면 거대한 편이니까요.(그리고 무엇보다 가격이..)

맥이 필요한데 맥북이 부담스럽고, 기존 주변 기기를 그대로 활용하고 싶으신 분들한테는 M4 기본형이 딱인 것 같습니다.

저도 미니 데스크탑에 환장하는데다 가격도 적합해서 여러모로 고민했지만.. 이미 M2 맥북 에어가 집에서 맥 데스크탑과 노트북 포지션을 모두 겸하고 있기 때문에 아쉽게도 이번에는 눈물을 머금고 패스하기로 했습니다.